
중국의 대학에서도 한국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학은 단순한 한국어 교육이 아니라, 한국의 역사와 문화, 사상, 정치, 문학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학문 분야이다. 한중 수교 이후 저장대학(浙江大学)와 푸단대학(复旦大学)를 비롯한 중국의 여러 대학에서도 한국학 연구가 이어져 왔다. 저장대학교 한국연구소(浙江大学韩国研究所)는 그 중에서도 비교적 이른 시기에 설립된 기관이다. 저장대학교 안에 자리한 한국연구소는 어떤 배경에서 만들어졌고, 지금까지 어떤 역할을 해왔을까. 한국연구소를 직접 방문해 연구소의 설립 배경과 주요 성과, 그리고 한중 교류의 흔적을 이어온 활동을 살펴보았다.
저장대 한국연구소, 중국 내 한국학 연구의 기반

[사진= 저장대 인문학원 내부에 설치된 한국연구소 안내 포스터]
저장대학교 한국연구소는 역사학원 산하기관으로, 현재 즈진강캠퍼스 성균원(紫金港校区 成钧苑) 4동 2층에 자리하고 있다. 저장대학교 역사학원에는 세계역사연구소(世界历史研究所), 일본문화연구소(日本文化研究所) 등 여러 전문 연구 기관이 운영되고 있으며, 한국연구소는 그중 한국학과 동아시아 문제를 중심으로 연구를 이어가는 기관이다. 이 연구소는 1993년에 설립된, 중국 내에서도 이른 시기에 문을 연 한국학 연구 기관이다. 저장대학교 한국연구소는 항저우대학(杭州大学)과 고려대학교 간 학술 교류를 바탕으로 설립되었으며, 초대 소장은 당시 항저우대학 소장이었던 심선홍(沈善洪) 교수가 맡았다.
연구소는 설립 초기부터 한국어 교육만을 담당하지 않고, 한국의 역사·철학·문화·정치 등을 함께 다루는 ‘한국학’을 중심에 두며 다학제적 연구를 지향했다. 특히 전근대 사상과 고전 연구를 기반으로 중국 내 한국학 연구의 방향을 제시해 왔다.
현재 저장대학교 한국연구소는 관련 학과 및 연구기관과 협력해 한국학과 동아시아 문제를 연구하는 석박사 및 박사후 연구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대학원 과정에서는 전근대 한국 고전학을 중심으로 전문 연구 교육을 진행하며, 학부생을 대상으로는 한국어와 한국 외교·문화 관련 교양 과목도 운영하고 있다.
자료와 연구 성과로 쌓아 온 한국학 기반

[사진= 저장대학교 한국연구소 내부]
연구소는 설립 이후 국제학술대회와 심포지엄을 꾸준히 개최하며 한국학 연구 기반을 넓혀 왔다. 1997년에는 한국학 자료실을 개설해 약 1만 5천여 권의 관련 서적을 구축했으며, ‘한국연구총서(韩国研究丛书)’를 지속적으로 발간하며 학술 성과를 축적해 왔다.
특히 중국에서 최초로 중국 전역의 도서관에 소장된 한국 관련 고문헌을 조사·정리한 <중국소장고려고적종록(中国所藏高丽古籍综录)>은 연구소의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이는 한국연구총서 제10권으로, 중국 내 한국학 연구의 기초 자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기반으로 평가된다. 흩어져 있던 자료의 소재를 확인하고 목록화한 작업은 이후 연구자들이 한국 관련 고문헌에 접근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었다.
또한 연구소 소속 연구자들은 한국 고전학 영역에서 송과 고려의 관계사, 조선시대 연행록, 한중 해상 교류, 한반도 한문 사료 등 다양한 주제를 연구해 왔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저장대학교 한국연구소가 중국 강남 지역의 한국 고전학 연구 거점으로 평가되는 배경이 되고 있다.
학술 교류와 역사 현장을 잇다

[사진= 저장대학교 한국연구소에 보관된 1996년 황해 뗏목 탐험 기념기]
연구소의 활동은 학술 연구에만 머물지 않고, 한중 역사 교류의 현장 보존과 교류사 재조명으로도 이어졌다. 1996~97년에는 한국 탐험협회 및 동국대 해양 탐험대 등과 함께 중한 해상 뗏목 래프팅 학술 탐험을 진행하였다. 이 탐험은 강남 지역과 한반도 사이의 오래된 해상 교류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현장에서 되짚어보려는 시도였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닝보와 항저우를 포함한 강남 지역은 당·송 시기 대외무역과 한중 왕래가 활발했던 공간으로, 특히 닝보에는 고려인들이 머물던 고려사관이 설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소의 활동은 역사 현장 보존으로도 이어졌다. 연구소는 항저우시와 협력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항저우 유적지 복원에 참여하고, 혜인 고려사(慧因高丽寺) 중건에도 힘을 보탰다. 항저우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1932년 상하이에서 옮겨와 활동했던 도시이자, 고려 대각국사 의천과 관련된 혜인 고려사의 역사가 남아 있는 곳이다. 정치와 종교를 아우르는 한중 교류사의 흔적이 공존하는 도시인 셈이다. 연구소의 노력은 이러한 한중 교류사를 문헌 연구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고, 실제 역사 공간 속에서 보존하고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도 연구소는 한국 대학 및 연구 기관과의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계명대학교, 한국학중앙연구원 등과 협력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한국고전번역원과 저장대학교 역사대학 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러한 교류는 연구 자료 공유와 학술 협력을 통해 한국학 연구의 범위를 넓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저장대학교 한국연구소는 중국 대학 안에서 한국의 역사와 사상, 문화 교류를 학문적으로 다뤄 온 시간의 축적을 보여준다. 자료 구축과 연구 성과, 역사 현장 보존으로 이어진 연구소의 활동은 한국학을 문헌 속 연구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고 한중 교류의 구체적인 현장과 연결해 왔다. 저장대학교 캠퍼스 안에 자리한 이 공간에는 한국에 대한 자료와 연구 그리고 역사 교류의 맥락 속에서 한국을 이해해 온 과정이 담겨 있다.
글·사진_ 학생기자 박다인(저장대 중어중문학과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