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 왜 다시 중국인가

[사진= 지난달 29일, 알리바바 본사를 방문한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
중·미 패권 경쟁과 AI 기술 전쟁이 세계 질서를 뒤흔드는 가운데, 중국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이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최근 상하이를 방문하는 기업 기관 단체들이 부쩍 늘어난 것도 이 변화를 보여준다.
한때 저렴한 노동력의 ‘세계 공장’으로만 여겨졌던 중국은 이제 전기차와 반도체, 배터리, AI, 로봇 등 첨단 산업의 최전선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인이 되었다. 이제 우리는 중국을 막연한 경계의 대상이 아니라, 그들이 일궈낸 혁신의 저력을 분석하고, 배워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중국 특유의 복잡한 구조를 어떻게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상하이를 찾는 이들의 발걸음과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26년 전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내걸고 창간한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가 상하이를 방문했다. 그는 AI 시대 저널리즘의 미래를 고민하며 중국 사회의 변화와 역동성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 대표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최근 한국 사회에서도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요즘 한국은 중국의 어떤 부분에 가장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시나요?
중국이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영향력이 굉장히 커지고 있다. 그래서 경제력 측면에서 관심이 많아진 것 같다. 특히 최근에는 AI 분야에서 딥시크 같은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미국을 따라잡는 모습을 보면서 놀라워하고 있다.
단순히 기업 성과만이 아니다. 과학 연구 실적에서도 중국 연구자들이 ‘네이처(Nature)’ 등 국제 학술지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내고 있어 한국 사회가 굉장히 놀라고 있다. “도대체 이 원동력은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이다.
동시에 중국은 이제 고속 성장 이후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부동산 침체나 이른바 중진국 딜레마 속에서 값싼 노동력 중심 구조를 질적 성장 구조로 어떻게 바꿔갈 것인지, 그것을 얼마나 질서 있게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상하이 방문 역시 중국의 변화를 직접 보기 위해서인가요?
– 그렇다. 이번에 함께 온 분들이 지난 2월 20일 AI 포럼을 기획했던 팀이다. 우리는 AI가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가, 그리고 이 변화의 원동력이 무엇인가에 관심을 갖고 있다.
결국 질문은 이것이다. AI 시대는 인간에게 어떤 이로움을 줄 것인가. 동시에 어떤 위험을 가져올 것인가. 이런 논의가 사회 안에서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는가, 중국은 어떤가 궁금했다.
무엇보다 중국 사회를 조금 더 차분하게 바라보고 싶었다. 그동안은 중국에 와도 짧은 일정만 소화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시간을 갖고 중국 사회가 어디까지 변화했는지, AI 시대로 어떻게 진입하고 있는지를 직접 보고 싶었다.
올해가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이다. 오마이뉴스가 2000년에 창간됐는데, 그 이후 중국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 왔는지,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올해 ‘AI 시대 민주주의’ 포럼도 열었는데, 앞으로도 AI를 주제로 한 논의를 계속 이어갈 계획인지요?
– 2월 포럼의 큰 주제는 ‘AI 권력의 시대,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였다. 그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4월에는 좀 더 소규모로 ‘AI 에이전트 시대’에 대해 논의했다. 에이전트 시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디를 향해 가는지를 고민한 것이었다. 아마 5월 말이나 6월 초에는 이번 중국 방문에서 보고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중국 전문가들과 함께 중국 AI에 대한 토론도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 오연호 대표, 항저우임시정부청사 방문]
인터넷 시대에 오마이뉴스는 굉장히 혁신적인 매체였습니다. 그렇다면 AI 시대에는 어떤 변화를 준비하고 있나요?
– 지금 전 세계 언론사들이 모두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언론사가 아니어도 뉴스와 정보가 다양한 방식으로 유통되고 있다. 사람들은 검색 대신 챗GPT나 제미나이, 딥시크 같은 AI를 통해 정보를 얻고 있다.
그렇다면 저널리즘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게 제 질문이다. 현재 저희의 방향은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영역은 적극 활용하자는 것이다. 맞춤법 교정이나 팩트 체크, 제목 추천 같은 부분은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일 자체는 결국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AI가 정보를 더 빠르게 전달하는 시대가 되면 결국 이런 질문이 남는다.
“독자들은 왜 우리의 기사를 읽어야 하는가.”
결국 더 심층적인 취재, 현장감 있는 취재, 사람 냄새가 나는 기사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본다. 사실 언론은 오래전부터 그런 이야기를 해왔지만,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읽혔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존재 가치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데이터다. 오마이뉴스는 26년 동안 축적한 데이터가 있다. 시민이 참여하되 검증된 기사들이다. 블로그나 SNS는 개인이 쓰고 바로 올리지만, 우리는 제3자의 검증을 거친다. 그래서 저는 이것을 ‘신뢰의 데이터’라고 부른다. AI 시대에는 이 데이터의 가치가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시민기자들의 다양한 언어와 개성이 담긴 글은 AI 시대일수록 더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결국 사람 냄새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시대에 혁신을 주도한 오마이뉴스가 이제 AI 시대의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이 크신데, AI 시대에 언론이 가장 중요하게 던져야 할 질문은 무엇일까요?
AI는 기존 기술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기술인 것 같다. 어쩌면 새로운 종의 탄생일 수도 있다고 느낀다. 그래서 언론은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가. 우리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그 질문이 가장 위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 질문이 너무 빈약하다. 정부도, 언론도, 시민사회도 “AI 산업에서 몇 등을 할 것인가”에만 관심이 있지, AI 발전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AI는 인간을 편리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동시에 위협할 수도 있다. 일자리 대체 문제, 바이오 기술 악용 문제, 보안과 생화학 무기 위험까지 다양한 문제가 존재한다. 그런데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까지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다. 지금 인류가 굉장히 위험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언론은 이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
한국 사회가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언론은 중국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 과거 한국 사회는 중국을 조금 저평가했던 것 같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발전하고 기술력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중국을 잘못 봤구나”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다.
이제는 단순히 “중국은 우리를 못 따라온다”는 시각은 이미 지나갔다고 본다. 오히려 한국보다 더 나은 점들이 여기저기서 발견되고 있고, 그것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다만 경제는 시장화됐지만 정치적으로는 통제된 사회라는 인식은 존재한다.
그래서 언론은 더욱 입체적으로 중국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짧은 일정 속 일부 장면만 보고 확대 해석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해답은 심층 취재, 충분한 취재, 다각적 취재에 있다고 본다.
대표님 개인이 지금 가장 궁금해하는 중국의 모습은 무엇인지요?
– 최근 ‘정치적 통제와 경제적 창발성은 어떻게 동시에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가장 관심이 많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굉장히 역동적이고 창의적이다. 단순 모방을 넘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힘도 강하다. 그렇다면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 당과 정부의 지도력인지, 교육의 힘인지, 다른 어떤 구조인지 궁금하다.
또 미국과 닮은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힘은 다양성에서 나오는데, 중국도 베이징·상하이·선전이 다 다르고, 한족과 소수민족의 차이도 있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요소가 혼재돼 있다. 그런 다양성이 지금의 역동성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진= 중국을 방문한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
최근 한국에서도 ‘중국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청년 창업 지원 같은 부분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한국과 중국 모두 저출산, 청년 세대의 기회 부족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데, 중국은 창업을 원하는 청년들에게 훨씬 공격적으로 지원하는 것 같다. 주거 문제를 해결해주고, 자금을 지원하고, 판로 개척까지 원스톱으로 돕는 시스템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런 부분은 한국보다 훨씬 과감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하나는 14억 인구에서 나오는 다양성의 힘이다.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다양한 욕구와 흐름이 동시에 존재하고, 시대 흐름과 맞는 집단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해외에서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교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교민들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장점을 중국에 소개하고, 중국의 장점을 다시 한국에 전달하는 민간 외교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AI 시대에는 언어 장벽도 많이 낮아졌다.
해외에서 살아본다는 건 엄청난 기회이다. 단순히 생활에 머무르지 말고, 자신이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하고 공유하면 좋겠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참여해서 자신이 관찰한 중국 사회를 직접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고수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