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과학은 항상 사람들의 관심 속에 서 있었다. 유전자 편집을 통해 난치병을 치료하고, 인공장기를 만들고, 또 궁극의 목표인 수명 연장을 성취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난치병 치료, 인공장기 생산, 수명 연장은 인류가 오랫동안 바라온 일이지만, 윤리적인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 네이버 캡처]
대표적인 예는 크리스퍼(CRISPR)라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다. 이 기술은 중국에서 2016년에 처음으로 폐암을 치료하기 위해 인체에 적용되었다. 크리스퍼는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수정하여 유전병을 예방,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치료 목적뿐만 아니라 외모와 지능 등 선택적인 요소들도 선택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와 같이 설계된 아기들이 정말 인간의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논란이 된다.
인간의 존엄성과 정체성, 또 선택과 설계의 산물이 된다는 논란뿐만 아니라, 빈부 격차와 사회적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크리스퍼 기술도 일부 특수한 병을 가진 환자들만 아주 높은 가격에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데, 만약 외모와 지능 같은 선택적 요소에도 적용을 한다면, 수요가 증가하지만 공급은 부족하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빈부 격차뿐만 아니라 정작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가격 부담이나 공급의 부족으로 치료를 못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부에 따라 생명을 연장하기 때문에 빈부 격차를 넘어선 생물학적인 격차가 벌어지며 특정 계층, 즉 부유 계층들의 특권처럼 사용될 수도 있다.
이 논란은 단순히 어떤 상황에서는 사용해도 되고, 또 안 되는 지의 문제가 아니다. 조금 더 깊게 들어가자면, 어떤 기준으로 “더 나은 인간”을 결정하는 지이다. 일정 수준의 능력, 외모, 지능이 ‘이상적인 사람’이 되어버린다면, 인류는 언젠가는 비슷한 외모, 비슷한 생각, 비슷한 능력을 가진, 비슷한 사람들이 되어버릴 것이다. 또한 평균 이하의 능력과 같은 사회가 선호하지 않은 특징을 “교정”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다양성은 존중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배아, 인간 복제 문제 역시 생명공학의 윤리 문제의 중심에 서 있다. 배아 문제는 인간 발달 초기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실제 인간의 배아로 보아야 할지, 또 만약 잠재적인 “사람”으로 본다면 그 생명을 존중해야 하는지, 또 나중에 배아 파괴는 어떠한 문제로 인식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가 있다. 또한 인간 복제를 포함한 동물 복제도 마찬가지이다. 기술적인 한계의 이유가 아니라, 인간을 복제 가능한 대상으로 인식하는 순간, 복제된 인간도 인간인지, 또한 두 사람은 같은 인격체인지, 인간 개개인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존엄성의 의미 자체에 이의가 제기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생명공학의 윤리적인 문제는 기술 그 자체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목적과 욕망의 결과라는 것이다. 기술 자체는 중립적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유전자 변형은 치료 목적으로 제한한다면 중립적일 수 있다. 치료를 위해 발명된 기술이 사업화되고, 특정 계층의 특권이나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하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생명공학의 발전을 막을 수는 없다. 생명과학은 분명 수많은 사람들을 살리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분야임은 분명하다. 크리스퍼 기술의 경우 특정 질병의 환자여야 한다는 점과 높은 가격이라는 장벽이 있지만 특정한 유전 변이를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한 줄기의 빛과 같은 기술이다. 기술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닌, 기술의 방향성을 정하는 데에 있다. 어디까지를 치료로 볼지, 연구로 볼지를 분명하게 정하는 것은 윤리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힘들 수 있지만, 명확한 기준을 가진 규제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생명과학은 인류에게 축복이 될 수도, 분쟁과 양단화의 씨앗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다. 발전된 기술이 사람을 치료하고 살리는 도구가 아닌, 인간을 특정한 기준에 맞춰 ‘발전시키는’ 도구가 되는 순간, 인류의 진보보다는 위험이 된다. 기술 자체가 인류에게 위협이 된다기보다, 어떠한 선택을 하는 지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
학생기자 이찬중(SAS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