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赤瑕咖啡(Akadama Coffee)- 붉은빛 감도는 잔잔한 공간 속 한 잔
상하이 정통 드립커피의 이야기를 하자면 아카다마커피(赤瑕咖啡)를 빼놓을 수 없다. 무려 20년 넘는 로스팅· 추출 경력을 지닌 어머니와, 그 길을 함께 걷고 있는 아들이 함께 운영하는 이 작은 공간은 오랜 시간 동안 다져온 정성과 기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곳의 주인인 어머니는 일본 유학에서 배운 ‘마츠야식’ 드립 방식을 중국에 전한 장본인이다. 1962년 일본의 마쓰시타 가즈요시가 고안한 마츠야식은 ‘높은 수위에서의 추출’, ‘가는 물줄기’, ‘굵은 원두 분쇄’가 특징이다. 결과적으로, 커피는 잡맛없이 맑고 깔끔한 향미를 남긴다.
실제로 그녀가 커피를 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공연을 보는 듯하다. 원두에 동그란 구멍을 파고, 약 95도 물을 부은 뒤, 뚜껑을 덮어 원두를 충분히 ‘뜸’ 들인다. 그리고 다시, 높은 수위에서 천천히 물줄기를 떨어뜨린다. 일관된 속도, 흐트러짐 없는 손놀림, 그 유명한 ‘허리에 손 얹은 자세’까지…이 모든 동작이 그녀의 시그니처다.
대표 메뉴인 아카다마 커피는 블렌딩 원두로, 첫 맛은 은은한 쌉싸름함, 이어지는 아몬드와 견과류의 고소함, 식은 뒤엔 다크 초콜릿 같은 묵직한 단맛이 남는다. 함께 내어주는 작은 비스킷과의 궁합도 좋다. ‘산미’보다는 ‘쓴맛’을 좋아한다면 강하게 로스팅한 브라질 프렌치 커피를 마셔보자. 실제로 그 맛은 여운이 꽤나 인상적이었고 주인장의 ‘손맛’ 덕분인지 절대로 쓰지 않다.
매장은 전체적으로 따뜻한 붉은 톤과 고풍스러운 로프트 인테리어로 채워져 있고, 인기 마스코트인 시바견 ‘Kona’가 반겨준다.
赤瑕咖啡 Akadama Coffee
· 静安区武定西路1194号(近武定路地铁站2号口)
· 매일 10:00~20:00
· 추천 메뉴: 赤瑕咖啡 45元



고요한 커피 사원, 悉达多咖啡工作室
숨겨진 골목 끝, 오래된 붉은 벽돌 주택의 3층에 도착하면, 하얀 나무 문 위에 씌어진 단 세 글자 ‘悉达多(싯다르타)’가 눈에 들어온다. 소란스러운 도심 한복판에서 이 공간은 마치 커피를 위한 작은 사원 같다.
이곳의 주인장 상웬(上渊)씨는 커피를 단순한 음료로 여기지 않는다. 그는 “완벽한 커피 한 잔을 내린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라며 매 추출마다 깊은 몰입을 보여준다.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저 없이 다시 내리고, 때론 세 번이고 네 번이고 같은 원두를 추출한다. 누군가에게는 비효율일 수 있지만, 그에게는 당연한 과정이다.
‘悉达多’는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의 소설 제목에서 따왔다. 상웬씨는 일본 ‘호리고치 커피’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경력자이자, 현재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드립과 로스팅에 집중하며 오롯이 ‘커피 수행자’로 살아가고 있다.
이 공간은 상하이에서 가장 조용한 커피 스팟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클래식 음악이 은은하게 흐르고, 손님도 주인도 말수가 적다. 커피에 대한 이야기는 나직한 목소리로 주고받고, 가끔 그가 손님 옆에 앉아 원두를 차분히 설명하기도 한다. 여운 깊은 대화가 오가는 이곳은, ‘I형’ 인간들의 커피 성지이자 작은 커피 박람회이기도 하다.
대표 메뉴는 ‘시다모 (西达摩水洗)’. 주인장이 기계가 아닌 직접 핸드 로스팅한 깊고 진한 원두다. 작은 망으로 소량만 로스팅하는 핸드 로스팅은 조절이 까다롭지만, 그만큼 섬세한 맛을 이끌어낸다. 첫 모금엔 복숭아와 말린 감의 진한 풍미, 식을수록 은근하게 우러나는 우롱차의 부드러운 여운. 전형적인 다크 로스트이지만, 전혀 무겁지 않고 입안에 남는 단맛이 매력적이다.
특히 이 커피는 융드립 방식으로 추출한다. 천천히, 깊고 부드럽게. 원두의 오일이 천을 통과하며 더 둥글고 묵직한 바디감을 만들어낸다. 이 방식은 흔치 않아, 상하이에서도 융드립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은 손에 꼽힌다.
悉达多咖啡工作室
· 徐汇区建国西路395弄397楼302(小区门口右边第一楼)
· 수~일 10:30~18:30
· 추천 메뉴: 시다모 60元




자유로운 영혼, 텐카페 田咖啡
햇살이 잔잔히 스며드는 오래된 양옥집. 다다미 위로 느리게 퍼지는 커피 향기, 그리고 조용히 앉아 있는 사람들. 상하이 속 작은 시골집 같은 공간, 텐카페는 그런 곳이다.
이곳의 주인 타오씨는 윈난 다리(大理), 그중에서도 고즈넉한 시저우(喜洲) 고성에서 커피를 시작했고, 지금은 상하이에서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커피를 내려주고 있다. 손님들은 대부분 단골. 누군가는 직접 가져온 원두를 나누기도 하고, 서로 커피에 대해 담백하게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메뉴판은 없다. 대신 주인장이 붓으로 정성껏 적어놓은 긴 카드들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종이 한 장마다 커피 한 종류가 소개돼 있고, 오늘의 원두를 고르기 전 그날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문장을 읽는 재미가 있다. 잔도 고를 수 있다. 일본 도자기 찻잔들이 한쪽에 진열돼 있고, 손에 쥐었을 때 가장 잘 어울리는 잔을 고르면 된다.
대표 메뉴는 ‘지윈 뤼딩 게이샤(霁云绿顶瑰夏)’. 윈난의 한 농장에서 자란 이 원두는 부드러운 산미와 투명한 단맛이 특징이다. 입에 머금으면 은은한 꽃향기와 나무 내음이 감돌고, 살짝 식었을 때는 숲길을 걷는 듯한 청량함이 느껴진다. 곁들여 나오는 윈난산 건망고, 호두 사탕도 이곳만의 작은 즐거움이다.
“모든 사람 마음속엔 각자의 밭이 있어요. 커피는 제 마음속 밭이에요.” 가게 이름 ‘田’에 담긴 의미를 묻자 타오 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곳에서는 손님들과 함께 하는 커피 클래스도 가끔 열린다. 정해진 형식 없이 커피를 함께 내리고 나누며, 향과 온기를 공유하는 시간이다.
田咖啡
· 徐汇区新乐路70弄66号201室
(弄堂里第一个巷子拐进来,经过厨房上来两段楼梯)
· 매일 13:00~18:30
· 추천 메뉴: 지윈 게이샤 68元



커피 본질을 연구하는 카페, The cave
이곳을 처음 찾는 사람이라면 아마 ‘오늘 문 열었을까?’부터 확인해야 할지 모른다. The Cave는 운영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 이 곳 커피를 마시기 위해선 운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기다림 끝에 만나는 공간은, 분명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담한 정원이 먼저 반긴다. 고요한 초록 뒤로 나무 향이 감도는 실내. 원목 바닥과 책으로 가득한 테이블, 벽에 걸린 사진 작품들… 이곳은 누군가의 서재이자, 마음속의 은신처 같다. 커다란 목재 바 테이블 위엔 각기 다른 원두가 놓여 있고, 손님은 천천히 향을 맡고 고른다.
이 공간을 만든 이는 원래 커피와 전혀 무관한 사람이었다. 말수가 적고 조용한 성격의 ‘chill가이’인 그는, 오직 커피가 좋아서 이 작은 공간을 마련했다. 수익보다는 커피가 중심이고, 문을 닫은 날엔 커피 연습과 연구에 몰두한다. 처음 핸드드립을 마셔본 날, 그는 결심했다. “좋은 커피를 마셔야, 좋은 커피를 내릴 수 있다.” 그렇게 커피의 길은 시작되었고, 두 해 넘게 그는 커피의 맛을 기억하는 법부터 다시 익혔다.
“커피를 내리는 건 평범해 보여도, 날씨나 컨디션, 공기 습도에 따라 맛이 매번 달라져요. 하지만 그런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만들어내는 일이 가장 재미있고 뿌듯하죠.” 그의 말처럼, 한 잔의 커피에는 단순한 기술 이상의 것이 담겨 있다.
대표 메뉴는 예가체프. 자연 건조가 아닌 습식 가공으로 깔끔하고 맑은 맛이 특징이다. 입 안에 들어오면 감귤의 산뜻한 단맛이 먼저 퍼지고, 이어지는 은은한 꽃향이 입안에서 맴돈다.
The cave
· 黄浦区淮海中路1487弄8号一楼南花园
· 월~목, 토 14:00~20:00
· 추천 메뉴: 예가체프 40元




정통 일본식 카페, HACHIMITSU-YA 蜂蜜屋喫茶铺
구베이 한복판, 오래된 주택가 안마당 깊숙이 숨어 있는 일본식 커피집 하치미츠야다. HACHIMITSU-YA, 한국어로는 ‘꿀벌집’이라는 이름의 이곳은 문을 여는 순간, 마치 일본 드라마 속 한 장면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 든다.
원래 이곳은 일본인이 운영했고 지금은 그의 제자가 운영을 맡고 있다. 따뜻한 말씨의 주인장은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정성스럽게 다가간다. 매장 안은 작지만 다채롭다. 손으로 만든 펠트 소품과 아기자기한 일본식 공예품, 정갈한 도자기 잔들까지… 마치 오래된 친구의 집에 놀러 온 듯한 포근함이 있다.
대표 메뉴는 ‘골든 만델링’. 커피는 산미가 거의 없고, 진한 쓴맛 사이로 우유 같은 부드러움과 고소한 견과향이 어우러진다. 그날의 날씨, 습도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달라진다고 말하며, 원두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장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곳의 숨겨진 또 다른 주인공은 ‘계절 한정 버터 곶감’. 산둥성의 백년 된 감나무에서 서리를 맞고 수확한 감을 매일 6시간 넘게 손으로 정성스럽게 말려 만든다. 달큰한 곶감과 진한 버터가 부드럽게 녹아 어우러지고, 짭짤한 풍미는 커피와 놀라울 만큼 잘 어울린다.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라 커피와 ‘찰떡 궁합’이다.
HACHIMITSU-YA 蜂蜜屋喫茶铺
· 长宁区水城南路51弄钻石公寓9号103商铺
· 매일 12:00~22:00
· 추천 메뉴: 골든 만델링 55元
*참고: 상하이룩
이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