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의 숫자 ‘8’을 향한 사랑은 너무나 익히 알려졌다. 세계적인 잔치인 베이징올림픽의 개막식 시간마저 ‘8’자로 도배될 지경이니 ‘8’자를 향한 무조건적인 열망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요즘은 해외에서 쇼핑 큰손으로 불리고 있는 중국인들을 끌기 위해 여러 나라들도 ‘8’자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의 왜 숫자 ‘8’을 유난히 좋아할까?
중국인들의 ‘8’사랑은 콕 집어 언제 어디에서 시작됐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으나 홍콩, 광동성(广东省)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광동어로 ‘8’은 발음이 ‘发(파)’와 같다. 중국에서 ‘发’가 뜻하는 의미는 번영, 재물, 지위 등으로 사람들이 열망하는 것들을 담고 있다.
지리적으로 홍콩과 가까운 광동성은 경제, 문화에서 홍콩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홍콩은 면적이 작고 상업 경쟁이 치열한 도시로, 이곳의 상인들은 특히 사업 성공이나 실패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런 불안감을 다소나마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었는지는 몰라도 미신을 믿고 신을 숭배하는 사상이 뿌리 깊은 곳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개업하거나 계약서 체결 시 ‘8’자가 들어있는 날을 선택하면 ‘发财(파차이)’ 즉 돈을 벌고 횡재할 수 있다는 좋은 뜻으로 해석하고 ‘8’자를 애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198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 물결을 타고 홍콩과 중국본토의 거래가 빈번해지면서 홍콩 문화들이 광동성에 전파되었고, 다시 중국 남방에서 북방으로, 중국 전역으로 전파되었다.
오늘날 ‘8’자는 모든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숫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품 판매가격, 신장개업 날짜, 결혼 날짜, 회사나 집 번지수, 전화번호, 자동차번호… 등 숫자가 있는 곳 어디에서든 ‘8’는 언제나 가장 소유하고 싶은, 가장 환영 받는 숫자이다.
2008년 8월 8일 8시 8분에 개막된 베이징올림픽.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이 무더운 여름을 피해 9월말에 개막된 것을 감안하면 베이징 올림픽은 더위가 가시는 8월말쯤 개막돼야 했다. 그러나 한참 앞당겨진 8월 8일, 그것도 8시 8분에 시작됐다. 비록 올림픽조직위원회가 그 이유에 대해 US오픈 테니스대회와 메이저리그와 시간이 겹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으나 많은 사람들은 길상 숫자 ‘8’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고 믿는다.
중국에서는 ‘8’이 들어가면 가격이 비싸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浙C•88888 자동차번호판이 166만 위안에 경매되는가 하면 상하이차이나모바일 휴대폰 번호 13585858585는 경매사상 가장 비싼 가격인 68만달러에 낙찰되기도 했고 전화번호 88888888은 233만위안에 경매되기도 했다.
또 한 호텔은 ‘8’자가 들어있는 방을 고집하는 손님들 때문에 고민하다가 아예 ‘8’, ‘9’ 등 길상 숫자가 들어간 호텔방 가격을 올리기도 했다.
요즘 어디서나 화제가 되고 있는 중국인들의 통 큰 쇼핑. 이런 중국인들의 돈주머니를 겨냥한 ‘8’자 마케팅이 해외에서도 시작됐다.
영국런던의 한 음식점에서는 88.88파운드짜리 ‘골든위크 메뉴’를 출시했고 한국 엘지생활건강이 작년 오휘 화장품 용량을 77ml에서 88ml로 바꾸었는가 하면 ‘후’ 6종세트 화장품은 면세점에서 880달러에 팔리고 잠실 롯데면세점은 화장품 및 고려인삼 선물세트 가격을 88달러~888달러로 정했다.
중국에는 8과 관련 좋은 뜻을 갖고 있는 팔선과해(八仙过海,사람마다 제 각각의 방법이 있음을 뜻함), 팔길상(八吉祥,여덟가지의 길상), 팔방호응(八方呼应,여기저기에서 호응하다), 팔방진보(八方进宝, 여기저기서 재물이 들어오다) 등 단어들도 많다.
사실 ‘8’을 향한 열망은 부자가 되고(发财) 집안이 흥(发家)하며 사업이 번창(发达)하고 싶은 중국인들의 소망을 대변하는 숫자라고 해야 할 것이다.
▷윤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