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한 해 438억 봉지 이상을 소비하던 라면이 빠른 속도로 인기를 잃고 있다.
18일 21세기경제보도(21世纪经济报道)는 세계라면협회(WINA) 통계를 인용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라면 소비량이 40억 봉 줄었다고 전했다. 2024년 소비량은 438억 봉으로 떨어졌으며, 2025년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9% 감소했다. 한때 ‘국민 간식’의 대명사였던 라면은 가격 인상과 소비자 기호 변화로 외면받고 있다.
업계 대표 기업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한 손엔 홍샤오우육면, 다른 손엔 아이스 홍차를 쥐고 ‘쌍두마차’로 불리던 중국 라면 1위 기업 캉스푸(康师傅)마저 젊은 층의 외면을 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 캉스푸의 매출은 11억 위안(약 2123억 원) 줄었다. 라면과 음료 모두 부진을 면치 못했다. 라면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3% 감소한 134억6500만 위안(약 2조 5991억 원)으로, 3억5000만 위안(약 675억 6750만 원)이 줄었다. 음료 사업 역시 263억5900만 위안(약 5조 886억 원)으로 2.6% 줄며 7억 위안 감소했다. 유통망도 위축되며, 상반기에만 대리점이 3409곳 줄어드는 등 전방위적 흔들림이 나타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왜 라면을 멀리하게 됐을까? 답은 생활의 작은 변화 속에 숨어 있다. 배달앱이 생활화되고, 간편한 프리미엄급 냉동·간편식, ‘즉석 발열식품’이 보편화되면서 굳이 컵라면을 찾을 이유가 줄어든 것이다.
예전엔 ‘한 통으론 배고프고, 두 통은 많다’는 말처럼 애매한 포만감의 상징이었던 라면이지만, 지금 젊은 소비자들은 선택에 훨씬 더 합리적이다. 고작 몇 위안 차이로, 6위안대 배달 ‘拼好饭’(저가형 세트 메뉴)을 주문할 수 있다면, 가격 대비 만족도에서 라면은 경쟁력을 잃고 만다.
라면 가격은 갈수록 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5위안 이하로 살 수 있던 ‘국민 기본형’ 제품이 이제는 6위안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소위 ‘라면계의 가벼운 사치품’으로 불리는 프리미엄 제품은 이미 15~20위안대에 자리 잡았고, 캉스푸(康师傅)가 샘스클럽(山姆)과 협업해 내놓은 고급형 라면은 무려 79.9위안에 팔리며 화제를 모았다.
중국의 시장 조사 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마샹잉(马上赢) 이 발표한 ‘2025년 2분기 즉석식품 시장 회고’에 따르면, 업계 1·2위를 지켜온 캉스푸(康师傅)와 진마이랑(今麦郎)은 모두 전년 대비 매출이 줄어든 반면, 통이(统一), 바이샹(白象), 한국 삼양식품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특히 업계 2위인 통이는 음료 부문에서 성장을 이어갔지만, 그 속도는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반면 국산 라면 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바이샹은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2024년 라면 매출만 130억 위안(약 2조 5093억 원)을 기록하며, 선두 캉스푸를 턱밑까지 추격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