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가 중국으로 수출하는 H20칩 ‘통행료’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기로 합의했으나, H20칩의 시장 수요는 여전히 밝지 않은 상황이다.
28일 차이신(财新)은 엔비디아가 27일(현지시간) 발표한 2026 회계연도 2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해당 분기 엔비디아의 중국 본토·홍콩 매출이 전년도 동기 대비 24.5% 급감한 27억 6900만 달러(3조 8430억원)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중국 시장이 엔비디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분기 16.9%에서 올해 5.9%까지 감소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 정부가 중국으로 수출하는 H20칩 매출의 15%를 가져가는 조건으로 H20의 대중국 수출을 허가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인 규정으로 확정하지 않았다”면서 “2분기도 H20의 중국 판매가 없는 상황으로 해당 분기 중국 외 규제를 받지 않는 고객의 H20 매출 수익 6억 5000만 달러로 중국에 수출하지 못한 H20 재고 약 1억 8000만 달러를 줄였다”고 말했다.
코렛 크레이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정학적 문제가 해결된다면 오는 3분기 20~50억 달러의 H20칩을 출하할 수 있으며 주문이 많다면 더 많은 양을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오는 3분기 엔비디아 매출 전망치를 540억 달러로 제시했다. 다만, 여기에는 H20의 중국 매출은 포함되지 않았다.
업계는 H20이 향후 엔비디아 실적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H20은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 전용으로 제작한 AI 칩으로 이전 세대 아키텍처인 호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성능지표는 최신 블랙웰 칩과 큰 차이가 있으나, 대다수 중국산 AI칩보다 우수한 성능을 보인다. 또, 엔비디아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지원하면서도 최저 AI 개발 비용을 보장한다는 특징이 있다. 중국에서는 딥시크의 폭발적인 인기로 주요 IT 기업들이 H20을 앞다투어 사들이면서 주문이 급증했다.
그러나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H20의 중국 본토·홍콩·마카오 수출에 미국 정부의 허가를 요구하며 사실상 ‘수출 금지령’을 내렸다. 이 영향으로 엔비디아는 1분기 H20 재고 비용 45억 달러가 발생하면서 매출총이익률이 챗GPT 탄생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 6월 열린 미·중 경제무역 협상에서 진전을 보이면서 8월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에 H20 대중국 판매 수익의 15%를 납부하는 조건으로 수출을 허가하기로 했다.
시장은 H20에 대한 중국 태도를 주시하고 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지난달 31일 엔비디아를 소환하여 중국에서 판매되는 H20 연산력 칩의 취약점, 백도어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관련 증빙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며 ‘국산 칩 띄우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딥시크는 21일 신규 모델 딥시크-V3.1을 출시해 해당 모델의 파라미터 정밀도가 곧 출시될 차세대 국산 칩에 맞추어 설계됐다고 밝히면서 중국산 AI 칩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미국의 수출 규제의 틈을 비집고 들어온 ‘중국판 엔비디아’ 캠브리콘(寒武纪)의 성장세도 매섭다. 캠브리콘 28일 주가는 또 15.73% 상한가를 기록해 주당 1587.981위안에 장을 마감했다. 이로써 캠브리콘은 구이저우마오타이를 제치고 A주 최고가 주식으로 등극했다.
이민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