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4년간 생산이 중단됐던 클래식 오프로드 브랜드 지프(Jeep)가 중국 현지 생산 재개에 나선다. 그러나 중국 토종 전기 오프로더들이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지프의 부활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프랑스 자동차 그룹 스텔란티스(Stellantis)는 중국 동펑그룹(东风集团)과 함께 선롱자동차(神龙汽车)에 대한 추가 지원을 통해 전략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연다고 발표했다.
양측은 합작사인 선롱자동차를 통해 중국에서 푸조(Peugeot)와 지프 브랜드의 신형 모델을 생산할 계획이다. 생산 차량은 글로벌 시장 판매를 목표로 한다.
협약에 따르면 필요한 승인 절차를 거친 뒤, 선롱자동차는 2027년부터 우한 공장에서 푸조 브랜드 신에너지차 2종을 우선 생산한다. 이어 같은 해 지프 브랜드의 신에너지 오프로드 차량 2종도 생산해 세계 시장에 판매할 예정이다.
스텔란티스는 “후베이성과 우한시의 우호적인 자동차 산업 정책 지원 덕분에 이번 프로젝트 총투자액은 80억 위안(약 1조7500억원)을 넘는다”며 “이 가운데 스텔란티스는 약 1억3000만 유로(약 2263억원)를 출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력은 광치피아트크라이슬러(广汽菲克, GAC Fiat Chrysler)가 파산을 신청하고 중국산 지프 생산이 전면 중단된 지 약 4년 만이다.
지프 브랜드는 한때 중국 시장에서 ‘국민 SUV’로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광치피아트크라이슬러는 중국 광치그룹(广汽集团, GAC Group)과 스텔란티스가 2010년 3월 공동 설립한 합작사다.
2017년 광치피아트크라이슬러의 연간 판매량은 22만2300대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판매가 급감해 2021년에는 연간 판매량이 2만 대 수준까지 추락했다. 결국 지속적인 판매 부진 속에 자본잠식과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2022년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이후 지프는 중국 내 생산을 중단하고 수입차 판매만 유지해왔다. 현재 중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주요 모델은 랭글러와 그랜드 체로키 4xe 시리즈 정도로, 사실상 소수 마니아층 중심의 수입 오프로더 브랜드로 축소됐다. 그 사이 중국 토종 브랜드의 신에너지 하드코어 SUV들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했다.
이번 협력은 침체에 빠진 양측의 ‘동병상련식 연대’라는 분석도 나온다. 생산 거점이 될 선롱자동차 역시 최근 경영 상황이 크게 악화된 상태다.
공개 자료에 따르면 선롱자동차는 2015년 연간 판매량 71만1000대로 정점을 기록했지만, 2025년 판매량은 5만1500대에 그쳤다. 공장 가동률은 장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신에너지차 판매 비중도 중국 업계 평균을 크게 밑돈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신에너지 오프로드 시장이 이미 토종 브랜드 중심으로 재편됐다는 점이다. 탱크(坦克) 브랜드를 앞세운 장성(长城)과 팡청바오(方程豹), 앙왕(仰望) 등을 보유한 비야디(比亚迪)가 시장 핵심 점유율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합작 및 수입 브랜드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乘联分会)에 따르면 지난 4월 중국 승용차 소매 판매는 138만4000대로 전년 대비 21.5%, 전월 대비 16% 감소했다. 특히 주요 합작 브랜드 판매는 28만 대로 전년 대비 37% 줄었고, 시장 점유율도 20%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과거 지프의 중국 사업 부진, 선롱자동차의 현 상황, 그리고 중국 시장에서 갈수록 약세를 보이는 합작 브랜드 구조를 고려할 때 이번 프로젝트 역시 제품 출시와 판매망 확대, 판매량 확대 과정에서 적지 않은 현실적 제약에 직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