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형 공장에서 실수로 제작된 제품이 소비자들의 감성을 건드리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원래는 웃는 얼굴로 제작돼야 할 인형 ‘샤오샤오마(笑笑马: 웃는 말)’가 생산 과정의 실수로 입꼬리가 거꾸로 봉제되면서, 뜻밖의 ‘쿠쿠마(哭哭马:우는 말)’이 탄생했다. 하지만 이 작은 결함이 뜻밖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억울한 표정의 이 인형은 공개된 지 얼마 안돼 소셜미디어(SNS)를 장악하며 메가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다고 도뉴스(Donews)는 20일 전했다.
‘월요일 말(周一马)’, ‘야근 말(加班马)’, ‘갑질 당하는 말(甲方马)’ 등 공감 가득한 별명이 붙었고, 관련 게시물 조회 수는 순식간에 ‘억 단위’를 넘겼다. 주문이 폭주하자 제조사는 생산 라인을 2개에서 10여 개로 늘렸고, 하루 생산량도 1만 5000개까지 확대했다. 이 ‘울상 얼굴’은 외관 특허까지 출원됐다. 해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한정판 아니냐”는 문의도 이어졌다.
이 같은 돌풍은 단순한 우연이라기보다, 현대 젊은 세대의 감정이 집단적으로 분출된 결과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쿠쿠마’의 표정은 피로, 불안, 자조가 뒤섞인 오늘날 청년들의 정서를 그대로 투영한다. 흠 있는 얼굴은 오히려 완벽함보다 진짜 감정을 닮아 있었고, 그 불완전함이 강력한 공감을 이끌어냈다.
SNS에서는 ‘고시생 말’, ‘대출 말’ 같은 새로운 정체성이 덧붙여지며 집단적 감정 놀이로 확장됐다. 심리학적으로는 인간이 비인격 대상에 감정을 투사하는 ‘의인화 공감’이 작동한 사례다. 웃음을 요구받는 사회 속에서 울고 싶은 감정을 대신 표현해 주는 상징이 된 셈이다.
이 현상은 ‘감정 소비(情绪消费)’라는 새로운 소비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감정 소비란 기능이나 가격보다 공감, 위로, 자기표현 같은 정서적 가치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소비 형태다. 소비자는 물건이 아니라 ‘이해받는 느낌’과 ‘감정 경험’을 구매한다.
감정 소비의 특징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물리적 효용보다 감정적 상징성이 중요하다. 둘째, SNS와 알고리즘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디지털 친화성이다. 셋째, 현실의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심리적 보상 기능, 넷째, 소비가 곧 정체성과 소속감을 드러내는 행위가 된다는 점이다.
이 같은 흐름은 이미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개성 있는 외형으로 인기를 끈 아트토이, 즉각적인 압박감 해소를 제공하는 말랑이 장난감, 지역 서사를 담아낸 스포츠·관광 콘텐츠, 인기 IP 굿즈까지 ‘감정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상품들이 시장을 넓히고 있다.
실제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4년 온라인 봉제인형 시장의 총 매출액은 396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했고, 성인 소비자를 겨냥한 ‘정서적 동반자’형 제품인 젤리캣(Jellycat)과 팝마트(Pop Mart)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감정 소비 시장 규모는 2024년 2조 3000억 위안에 달했으며, 2029년에는 4조 5000억 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전문가들은 감정 소비의 확산을 소비 시장의 본질적 변화로 해석한다. 소비는 기능을 충족하는 단계에서 나아가, 이제 감정을 위로하고 정신적 만족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브랜드 경쟁력의 핵심은 ‘얼마나 싸고 좋은가’가 아니라, ‘얼마나 공감하고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종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