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 Flowers for Algernon
소개할 책은 1960년 발표된 미국의 작가 대니얼 키스(Daniel F. Keyes, 1927~2014)의 SF 소설이다. 7세 지능을 가진 32세의 지적장애인 찰리가 뇌 발달 수술의 첫 임상 실험자로 수술을 받고 IQ가 급상승하면서 겪는 일들, 그러다가 수술의 부작용으로 IQ 가 다시 급 하강하면서 겪는 일련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소설은 찰리의 일기로 구성 되어있다. 오타투성이지만 행복한 날들을 써가던 찰리의 일기로부터 시작하여, 점차 지적인 문체로 변화하는 일기로 변하였고, 더불어 예전에 선의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은 비난과 위선이었음을 눈치채게 되며, 지적 수준이 고도로 발달했을 때 그리고 급격히 퇴행하면서 느끼는 고독과 몰락이 일기에 담겨있다.
1.앨저넌과 찰리
제목에 나오는 앨저넌은 실험용 쥐다. 찰리보다 먼저 같은 실험을 받았고, 그래서 지능검사에서 초반엔 늘 앨저넌을 앞선다. 실험용 쥐 앨저넌의 생각과 느낌은 같은 실험과 테스트를 받고, 같은 몸의 변화를 겪은 찰리를 통해 표현된다. 찰리의 급속한 지력 변화에 따른 혼란과 갈등, 파멸은 단지 찰리에게만 일어난 건 아닐 수도 있다. 앨저넌은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세상과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는 인간에게 어떤 말을 건넸을까? 생각할수록 두려운 마음이다.
2.지식과 사랑
소설은 1959년에 씌어졌는데 그때는 지능검사를 군인 선발과 이주민 선발의 도구로 사용하였던 시기였다. 저자는 소설에서 지능의 높고 낮음에 따라 다르게 평가되었던 찰리의 인생을 통해 지식과 지능이 인간에 대한 사랑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그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는 메세지를 전한다.
우리가 책을 읽고, 지식을 쌓고, 세상에 대해 알아가는 일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주변 사람에 대한 이해와 포용, 사랑이 아닐까 싶다. 나아가 추상적인 이념과 이상적인 세계를 추구하려고 눈앞에 있는 사람에 대한 배려와 친절, 사랑을 놓치는 일도 경계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찰리의 8 개월=우리의 일생
찰리에게 급격한 속도로 들이닥쳤던 8개월이라는 시간을 길게 펴서 본다면 그것이 우리의 일생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태어나서 지력이 낮은 상태에 한동안 머문다. 세상은 아름답고, 우리는 모든 사물, 모든 인간을 선의를 품고 바라본다. 7세의 지능을 가졌던 찰리도 그러했다. 빵집에서 주변 사람들이 놀리고 업신여겨도 자신에 대한 관심으로 여겼고 그런 ‘놀이’를 즐겼다. 지식을 얻고 지력이 향상되면서 나를 향한 비난과 위선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찰리도 지능이 상승하면서 그동안 자신을 대했던 사람들의 그 행동들이 선의가 아니었음을, 실은 자신이 쭉 따돌림, 조롱을 당하고 있었음을 알아챈다. 지적 수준이 제고되고 성장해 가면서, 점점 더 어려운 책을 읽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다가 어느 순간 찰리는 급속한 퇴행을 하여 돌봄을 받아야 하는 상대가 되어간다. 우리의 노화 또한 그렇게 들이닥치는 게 아닐까 싶다.
우리는 급속히 진행되는 찰리의 인생 열차에 앉아 우리의 인생을 쾌속 전진으로 휘리릭 둘러본 것이다. 이유와 정도는 다르지만, 찰리에게 일어난 타인의 오해와 비난, 인정받고 싶은 욕구, 열정과 번뇌, 정상과 몰락 또한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이 모든 것들이 경과하고 나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더 나아지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에 도착하게 된다. 더 많은 지식을 쌓고, 더 많은 세상을 체험하고, 더 나은 내가 되는 것이 목표가 된다면, 그것은 무엇을 위해서인지 생각해 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에게도, 잠시 멈춰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분선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