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에 상해시 공무원들을 모시고 한국을 다녀왔다. 상해시 가정구에서 가정신도시를 건설하는데, 한국의 신도시 경험을 벤치마킹하고 싶다고 하여, 신도시 개발 초기단계인 파주 교하 신도시와 신도시 개발 완성단계인 판교 신도시 그리고 신도시 개발 성숙단계인 분당을 보여주었다.
일행들이 파주 신도시의 유비파크를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판교 신도시 입주 예정 아파트들을 직접 들어가 일일이 살펴보고는 인테리어가 너무 멋지다는 말을 연발할 때는 괜시리 내 어깨까지 으쓱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다른 일정도 있어서 일행을 데리고 대구를 방문하는 길에 시간이 남아서 경주 불국사를 방문하게 되었다. 미리 불국사에 연락을 해서, 중요한 손님들을 모시고 가니 중국어 안내 부탁을 했다. 요즘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관광지에 외국어 가이드들을 배치하는데다가 외국어가 가능한 자원봉사자들도 많다고 하여 별 걱정 없이 불국사로 향했다. 불국사에 도착해서 가이드를 찾으니 가이드가 없었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가이드가 왔는데, 중국어를 할 줄 아는 한국인이었다.
표지가 너덜너덜해진 책 한 권을 들고 걸어 오는 폼이 조금 이상하다 싶었는데, 복장도, 높은 하이힐을 신은 것이 불국사 경내를 걸어 다니면서 설명을 하기에는 좀 힘이 들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절 안에는 들어가지도 않고 책을 꺼내 보이더니 불국사 안에 들어 있는 보물들(석가탑, 다보탑 등)에 대해서 형식적인 몇 마디 하고 그림 몇 점 보여주더니 즐거운 여행이 되시길 바란다고 하면서 돌아가는 것이었다.
함께 갔던 상해시 가정구 수석 부구청장 왈, “한국에서는 가이드가 안내를 다 저런식으로 하느냐?” 고 물었다. 내가 얼굴이 화끈거려 도저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불국사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사찰이지만 중국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 국어교과서에도 실렸던 ‘등신불’로도 유명한 신라시대 김교각 스님이 구화사에서 입적하시기 전에 ‘언제 신라로 돌아가실 예정이냐’는 질문에 ‘아마도 1300년쯤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답변을 하셨다는 전설이 지금도 구화사에 내려오고 있다 한다.
수교 후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불국사에서 구화사에 이런저런 부탁을 하였고 한중우호협력차원에서 1997년 즉 김교각 스님이 입적하신 후 1300년이 되는 시점에 구화사에서 김교각 스님 동상을 크게 만들어 불국사에 선물로 보내 현재 대웅전 뒷편 전당에 모셔져 있다. 구화사에 가 보았던 경험이 있는 중국 불교신자들은 불국사에 김교각 스님 동상이 있는 것을 보면 아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김교각 스님과 불국사에 관련된 이야기는 참으로 많다.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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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불국사 자체에 관련된 전설이나 이야기도 많고 불교가 신라에 유입되게 된 과정에서 전래된 전설/설화/이야기도 참 많은데, 사진 몇 장 보여주고는 자기 할 일 다했다고 돌아가는 모습이 너무도 실망스러웠다. 당시에는 너무 화가 많이 나 불국사 사무실을 찾아가 안내 책임자를 불러내 불만사항을 이야기하였더니 소귀에 경읽기격이라서 아예 경주시청이나 문화관광부 아는 사람에게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할까 하다가, 여기만 이럴까 싶은 생각이 들어, 우리 나라 지방 관광지의 수준만 확인하고는, 그만 두기로 하였다.
관광은 굴뚝없는 공장이라고도 하고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 중 하나라고도 한다. 21세기 대한민국이 먹고 살 먹거리 우선순위에서도 선두그룹에 속하는 아주 중요한 분야다. 유럽에 스페인이라는 나라가 있다. 인구는 4천 6백만명으로 우리나라와 규모가 비슷하다. 그런데 이 나라의 1년 관광객 수가 7천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7천만명이 이 나라에 오면, 일단 먹어야 하고 자야 하고, 무엇인가를 보고 사야 한다. 자기 나라 인구보다도 많은 인구가 –그것도 돈을 쓸려고 작정하고 온 사람들이—와서 돈을 쓰고 가 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스페인이 어떻게 해서 세계 제 1의 관광대국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가 관광선진국이 되고 관광으로 성공을 하려면 중국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많은 중국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중국 관광객들에게 한국을 잘 알리고 설명하고 좋은 인상을 심어주어야 하는데 그 1차적인 책임이 여행가이드에게 있다. 그런데, 우수한 여행가이드를 길러내는 시스템이 우리에게 있는지 의심이다. 지난 봄에 중국인 친구들을 데리고 제주도에 갔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는데, 제주도에서 제일 잘하는 중국어 가이드라고 하던데, 중국어 설명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정말 우리가 이 정도밖에 안되나, 이 정도밖에 못하나’ 라는 자괴감이 들었다.
베이징 올림픽 전까지는 한국 사람들이 중국에 와서 돈 자랑하며 중국에서 돈을 쓰고 다녔지만, 이제는 중국 사람들 중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고, 이 여유 있는 사람들을 한국에 와서 돈 자랑하며 한국에서 돈을 쓰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드는 일에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조금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일본이 중국 관광객들에게 하는 것을 보고 좀 배웠으면 좋겠다.
▷최원탁 변호사(법무법인 대륙 아주 상하이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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