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름다운 것만 보련다”얼마 전 아이가 중국의 다른 도시에서 열리는 대회에 다녀왔다. 아이가 속한 팀은 예선전을 통과하고 중국 라운드 진출을 위해 참가한 것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할 정도의 먼 거리에다가 4박 5일 간이라는 기간도 길어서 신경이 많이 쓰였다. 엄마가 같이 갈까, 하고 몇 번을 물으면서 걱정을 내비쳤으나 아이는 그럴 필요 없다며 씩씩하게 집을 나섰다. 아이는 대회 기간 동안 팀원들과 제시된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정리하고, 발표 준비를 하느라 매일 잠도 몇 시간 밖에 못 자는 일정을 보냈다. 대회 마지막 날, 아이는 팀전에서 은메달을,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수상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수고 했다고 기분 좋게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아이는 핼쑥해져서 집에 돌아왔다. 눈도 잘 못 뜰 정도로 졸음이 쏟아지면서도 대회에서 있었던 일들을 30여 분 동안 속사포처럼 쏟아내더니 마지막에는 속상하다며 눈물까지 흘렸다. 아이네 팀은 프리젠테이션 때 마다 심사위원들로부터 최고의 칭찬을 받았다고 한다. 주어진 문제에 대한 분석이나 PPT 제작, 발표자의 자세까지 아이 눈에도 자신의 팀이 다른 팀과 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잘해서 당연히 최고상을 기대했다고 한다. 특히, 프리젠테이션 시간에는 다른 팀들은 질문을 받으면 공격적으로 방어하기에 급급했지만, 자기네 팀은 먼저 질문자들에게 “정말 좋은 지적이다. 질문에 감사하다”라며 웃으면서 여유 있게 대응해서 심사위원들도 좋은 평가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대회 결과, 그 지역에서 나온 학교 팀이 금메달을 수상했다. 아이 말에 의하면,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모두 그 결과에 의아해했다고 했다. 심지어 은메달이나 동메달에 이름이 불린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는데, 정작 금메달을 딴 아이들은 자신들을 호명할 때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차분하게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아이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대회 참가 학생들 위챗 그룹 방에서는 그 지역 학교와 심사위원들과의 관계에 대한 의심, 심사 공정성에 대한 의문들과 분노하고 실망하는 아이들의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작은 대회도 아니고 인터내셔널 라운드까지 있는 큰 대회에서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까. 아이의 말을 들으면서도 의아하기는 했다. 솔직히 심사위원들이 금메달을 준 팀은 학생들이 발견하지 못한 또 그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일단 아이를 달랬다. 얼마나 속상하고 억울할지, 그리고 은메달도 정말 잘한 것이라고. 비록 원하던 금메달은 얻지 못했지만, 그 이상으로 배운 것도 많지 않으냐고 물었다. 아이는 중국 전역에서 온 아이들이 발표하는 것을 보니, 지금 자기가 학교에서 정말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웠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늘 PPT 작성과 발표 과제가 많아서 불만이었는데, 대회에 가보니 학교에서의 그런 경험들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세상은 정말 불공정하다고.
아이 팀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인터내셔널 라운드에 진출할 기회도 얻었는데, 도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팀원들이 이 대회의 공정성을 믿을 수 없어서 더 이상 시간과 비용 낭비를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단다. 부모 맘엔 그래도 한 번 더 도전해 봤으면 했지만, 아이들의 선택도 이유가 있을 테니. 사실 여부를 떠나서 공정성에 대한 의심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은 이미 큰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 심사위원 중 한 명의 모멘트에 이런 글이 올라와서 아이들 사이에 한 번 더 화제가 되었다. “세상이 아무리 더럽다고 해도, 난 아름다운 것만 보련다.” 그 글 아래에는 우리 아이 팀 사진 한 장이 함께 있었다.
올리브 나무(littlepool@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