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연휴가 끝나갈 무렵 충칭을 다녀왔다. 어디든 모여 있을 수많은 인파를 감당할 수 없을 듯하여 연휴의 한창때를 피해갔건만, 역시 ‘핫’하다는 곳에는 정신을 쏙 빼놓을 정도로 사람들이 모여 들어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어대고 있었다. 지금이 10월이 아니었던가 싶게 기온이 30도를 넘고 길거리 어디든 벗어날 수 없는 매운 양념 냄새가 체온을 더 상승시키는 느낌이었지만, 충칭 여행에 대한 나의 총체적 평가는 흐뭇한 만족이다.
우선 첫째로 비행기가 착륙하려 고도를 낮출 때 눈에 들어왔던 사방을 둘러싼 웅장한 산들이 어쩐지 나의 나라를 연상시키는 듯해서 첫인상부터 푸근한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연변을 갔을 때도 사방에 보이는 산과 숲들을 보면서 마음이 놓이는 듯한 친숙함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두번째로 사람들의 친절함이 마음에 남는다. 도착 후 숙소에 짐을 풀고 근처에 점심을 먹으러 갔을 때, 어느 지방 ‘사투리’인지 판단 불가했을 나의 중국어를 이해해보려고 열심히 눈을 맞추고, 어떻게든 내가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게 해주려던 키 작은 그 ‘Ayi,’ 출구를 못 찾아 헤매는 우리를 보고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여기고 그 더운 날 출구까지 동행해준 그 ‘Baoan,’ 우리가 한국인 인걸 알아보고 유난히 더 친절하게 대해 주었던 숙소 곳곳의 직원들까지, 어딜 가든 친절한 그들 덕에 충칭에서는 늘 웃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혐중’ 시위로 시내 곳곳이 시끄러웠던 서울을 생각하면 그 현장에 있었던 중국인들이 어떤 마음이었을지 그저 참담할 뿐이다.

[사진=충칭 대한민국임시정부 유적지]
세번째는 역시 충칭의 볼거리들이다. 충칭은 방문 전부터 우리나라 임시정부의 마지막 유적지라는 점 때문에 어쨌든 한번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1919년 상하이에서 시작한 임시정부의 긴 투쟁의 역사가 이 멀리 충칭에까지 끈질지게 이어져 마침내 1945년 임시정부는 충칭에서 나라의 독립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상하이 임시정부 유적지에 비하면 비교적 건물이 잘 남아 있어 주석실을 비롯해 당시 정부 각 부처의 사무실 분위기를 볼 수 있었는데, 비록 이국 땅이었지만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나라의 독립을 이루고자 했던 뜨거운 열망과 꺾이지 않았던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오르막 내리막의 지형을 따라 들어선 건물들을 보는 것도 재미있고, 건물의 중간을 관통하는 지하철을 보는 것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곳은 충칭 시내에서 차로 두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무릉 천생삼교와 용수협이다. 수천만 년의 땅의 역사가 남긴 거대하고 독특한 지형과 마치 지구의 속살을 보여 주는 듯한 깊고 웅장한 협곡을 지나오면서 나는 마치 먼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고 온 듯한 기분을 느꼈다.

[사진=화자오(花椒) 아이스크림]
마지막으로 충칭의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을 듯하다. 제대로 ‘매운’맛을 보고 싶어 들어간 훠궈집에서 눈물 콧물 땀범벅이 되며 음식 앞에 겸손해지기로 결심했고, 길거리 아무데나 들어가도 맛있는 충칭샤오몐(重庆小面)에 감탄했지만, 이번 충칭 여행의 잊을 수 없는 맛은 ‘화자오(花椒)’ 아이스크림이었다. 매운 음식을 먹다 보니 내 혀에 매운 양념 인이 박혔나 의심하려던 찰나, 세상에나 포장지에 ‘화자오’ 아이스크림이라고 당당하게 밝히고 있는 것을 ‘부주의’하게도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화자오’로 아이스크림을 만들 정도로 매운 맛에 진심인 충칭이지만, 매운 맛이 결코 밉지 않았던 유쾌한 충칭 경험이었다.
수다쟁이(kijihe2025@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