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인가 꼭 이맘때,
순전히 두 발로 걷는 여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자동차로 간다면 20분만에 주파했을 거리를,
온 하루를 다 들여서 걸어갔지요.
누군가는 미련하다고 했습니다.
누군가는 한심하다고 했습니다.
그 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많은 일들에 대해 열거했습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세상은 1분1초를 다투며 휙휙 돌아가고 있으니까요.
지구촌은 이미 시공간을 뛰어넘어 실시간으로 연결돼 있으니까요.
굳이 몸을 움직이지 않더라도 많은걸 얻을 수 있는 세상입니다.
그런데도 그 단조로운 걷기 여행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길 위에 찍힌 발자국의 수만큼만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걸으면 걸을수록 머릿속은 하얘지고
쉬고 걷고 먹고 잠드는 본능만이 남았더랬습니다.
속도 경쟁에 묻혀버린 감성들이 느린 세상속에서 되살아났고
그제서야 비로소 시간의 주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삶이란 녀석도 두발 딛고 선 땅위에 있음을
7월의 땡볕 아래서 알았습니다.
글_안지위
ⓒ일러스트_표병선(상하이저널디자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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