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이너 토이는 일반 피규어와 달리 영화·애니메이션 같은 대중 IP를 대량 생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티스트가 직접 창작한 캐릭터를 한정판으로 제작하는 예술형 피규어다. 희소성과 독창성이 강조되며, 수집과 전시 목적이 강해 ‘아트토이’라고도 불린다.
이러한 중국의 아트토이는 몇 년 전부터 소규모 컬렉터 층을 중심으로 조용히 소비됐었으나, 최근 SNS를 타고 급부상하며 대중적 열풍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팝마트(POP MART)의 블라인드 박스 시리즈는 ‘뽑는 재미’와 희소성을 결합한 수집 경험으로, 단순한 장난감을 넘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다양한 중국산 피규어가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 노출되는 중이다.
블라인드 박스 열풍, 팝마트가 만든 새로운 트렌드
중국 디자이너 토이의 뿌리는 1990년대 홍콩의 ‘어반 비닐’ 문화에서 시작된다. 당시 홍콩 아티스트 마이클 라우가 1998~1999년에 내놓은 ‘가드너 (Gardener)’ 시리즈는 장난감에 스트리트 아트 감성을 더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은 “장난감이면서 동시에 예술 작품”이라는 새로운 인식을 퍼뜨렸고, 이후 일본과 미국으로 퍼져나가면서 아티스트 한정판 피규어를 중심으로 한 수집 문화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다. 동시에 하우투워크(How2Work)와 같은 제작사가 꾸준히 아티스트 협업 피규어를 내놓으며 시장의 토대를 다지며, 홍콩 일러스트레이터 카싱 룽(龙家昇)이 만든 ‘더 몬스터즈(The Monsters)’ 세계관 속 캐릭터 라부부도 이 과정에서 탄생했다.
세계적인 피규어 제조사로 성장한 팝마트의 협업 방식과 제작 시스템은 다음과 같다. 먼저, 계약 구조는 팝마트가 작가 IP를 독점 또는 비독점으로 라이선스해 제품화 권리를 얻고, 최소 보장금과 매출 연동 로열티를 분할 지급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2024~2025년 공시에서도 팝마트가 다수 아티스트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고정·변동 대가를 약정해 지급한다.
이어서는, 제작 및 개발 프로세스가 이어진다. 작가가 낸 2D 디자인/가이드를 기반으로 팝마트 계열사 팀이 3D 모델링, 금형, 채색 순으로 기획을 잡고, 표본·색상 승인을 거쳐 양산에 들어가는 단계형 파이프라인이다. 팝마트 측 자료와 학술 분석에는 “작가가 2D 시안을 제공하고, 회사 내 팀이 3D·채색·몰드를 담당해 상업화한다”라는 역할 분담이 제시돼 있다. 또한 팝마트 공식 콘텐츠는 라부부 개발 비하인드 과정을 공개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제품화 전략에서는 팝마트 특유의 블라인드 박스와 히든 시크릿 스타일 구조로 설계돼 반복 개봉과 수집 동기를 높인다. 연구 자료에 따르면 히든은 극저확률·고가치로 설계돼 팬덤의 개봉·교환·리셀 문화를 자극한다.
아울러 협업 이후에는 카테고리 확장(비닐, 봉제, 키링 등)과 미디어 콘텐츠 (틱톡 라이브, 숏폼)로 접점을 넓히고, 이용자 피드백을 실시간 반영해 시리즈·컬러웨이를 빠르게 반복 출시하는 운영 방식이 자리 잡았다. 팝마트는 2019년부터 텐센트 스마트 리테일과의 데이터 협업 등으로 소비자 선호도와 구매 행태를 분석해 전략을 조정해 왔다.
라부부 열풍 타고 매출 상승
홍콩거래소 공시(HKEX)의 팝마트 2024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팝마트(POP MART)는 2024년 한 해 동안 매출 130.38억 위안(한화 약 2조 5,489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06.9%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41.54억 위안(한화 약 8,121억 원), 순이익은 33.08억 위안(한화 약 6,467억 원)으로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특히 해외(홍콩, 마카오, 대만 포함) 매출은 전체의 38.9%인 50.66억 위안(한화 약 9,904억 원)으로, 전년 대비 375.2% 증가하며 글로벌 확장이 본격화했음을 보여줬다. 지역별로는 동남아가 47.4%, 동아시아, 홍콩, 마카오, 대만 27.4%, 북미 14.3%, 유럽, 호주 외 지역 10.9% 순으로 나타났다.
제품군별 성과를 보면, 피규어 매출은 69.36억 위안(한화 약 1조 3,56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4.7% 증가하며 여전히 주력 카테고리로 자리했다. 반면 라부부 인형 열풍을 타고 봉제 인형의 매출은 28.32억 위안(한화 약 5,53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89% 급증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다. 캐릭터별로, ‘더 몬스터즈’ 가 30.41억 위안(한화 약 5,945억 원, 매출의 23.3%)으로 최상위에 올랐고, 전년 대비 726.6% 성장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입증했다. 이어 ‘몰리(MOLLY)’가 20.93억 위안(한화 약 4,092억 원), ‘스컬판다’ 가 13.08억 위안(한화 약 2,557억 원), ‘크라이베이비’ 가 11.65억 위안(한화 약 2,278억 원)을 기록했다.
런던 로이터통신(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에는 성장세가 더 뚜렷해졌다. 팝마트의 총매출은 13.88억 위안(한화 약 2,71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4.4% 증가했고, 순이익은 4.68억 위안(한화 약 915억 원)으로 385.6% 늘었다. 특히 해외, 그중에서도 북미 시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42.3% 증가했으며, 미국에서만 약 2.26억 위안(한화 약 442억 원)이 판매됐다. 이러한 성과 덕분에 ‘더 몬스터즈’ 시리즈는 상반기에만 4.81억 위안(한화 약 940억 원)을 기록해 전체 매출의 34.7%를 차지했다.
팝마트를 이끄는 5대 캐릭터!

[사진=더몬스터즈 공식 포스터(출처: 샤오홍슈)]

[사진=라부부 키링을 들고있는 블랙핑크 리사와 로제(출처: 구글)]
이번년도 엄청난 유행을 일으킨 더 몬스터즈(The Monsters) 시리즈, 그중에서도 라부부가 단연 돋보인다. 홍콩 아티스트 카싱 룽의 작품이다. 장난기 어린 표정과 기다란 귀, 투박한 질감으로 독특한 매력을 지닌 라부부는 원래 2015년 그림 속 캐릭터로 등장했지만, 2016년 타이베이 토이 페스티벌 (TTF) 에서 팝마트와 첫 접점을 만든 뒤 2019년부터 정식 라이선스 협업으로 블라인드 박스 시리즈가 시작됐다. 참고로 라부부의 초기 피규어(2015~2019)는 홍콩 제작사 하우투워크(How2Work)가 만들었고, 2019년부터 팝마트가 전개사로 참여해 글로벌 확산의 속도가 붙었다.
이 인기는 2024년 봄, 블랙핑크 멤버 리사가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라부부 인형을 들고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어 로제 역시 유튜브 인터뷰 영상에서 라부부 키링을 소지한 장면이 공개되면서 글로벌 팬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 장면들이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 등을 통해 짧은 클립으로 확산되자, 미국 10·20대 이용자들 사이에서 “라부부 챌린지”와 같은 밈 콘텐츠가 등장했고, 곧바로 대량의 언박싱 영상이 쏟아졌다. 특히 이 열풍은 곧 한국과 아시아 전역으로 퍼졌다. 언박싱 영상과 팬아트가 쏟아지며 라부부는 단순한 장난감을 넘어 트렌드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실적도 이를 입증한다. 2024년 라부부가 포함된 더 몬스터즈 시리즈 매출은 30.41억 위안(한화 약 5,945억 원)으로 전년 대비 726.6% 성장하며 팝마트 전체 IP 중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2025년 상반기에는 북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42% 증가했고, 미국 시장에서만 약 2.26억 위안(한화 약 442억 원)이 팔렸다. 이 수치는 더 몬스터즈가 단순히 중국발 피규어가 아니라, 글로벌 문화 아이콘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사진=팝마트의 대표작 몰리(출처: 샤오홍슈)]
팝마트의 첫 대성공의 캐릭터이자, 팝마트의 대표작, ‘블라인드 박스 열풍’의 원조는 단연 ‘몰리’다. 홍콩 아티스트 케니 웡 (王信明)이 2006년 아트토이 제작사 하우투워크와 협업해, 홍콩 아트토이 씬에서 처음 선보인 캐릭터다. 당시에는 소규모 전시회와 토이 페스티벌을 통해 피규어 컬렉터들에게 알려졌으며, 무표정한 얼굴과 도톰한 입술, 커다란 눈이 만들어내는 묘한 매력이 특징이다. 이후 2016년 팝마트가 몰리를 본격적으로 블라인드 박스 시리즈로 내놓았다. 이때 어떤 캐릭터가 들어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구조가 소비자들의 호기심과 수집욕을 자극하며 대히트를 기록했다. 이는 곧 “중국 블라인드 박스 열풍”의 출발점이 되었다.
몰리가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지속적인 변주와 한정판 전략에 있다. 팝마트는 매 시즌마다 몰리에게 새 테마를 입혀 새 시리즈를 내놓았다. 예를 들어 ‘우주비행사 몰리’, ‘바캉스 몰리’, ‘예술가 몰리’처럼 다양한 컨셉과 트렌드를 반영한 시리즈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여기에 소량만 제작되는 시크릿 에디션과 한정판 협업이 더해지면서, 몰리는 단순한 장난감을 넘어 희소성과 소장 가치를 갖춘 컬렉션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몰리는 팝마트라는 브랜드 자체를 상징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은 ‘팝마트=몰리’라는 인식을 공유하게 되었고, 덕분에 몰리는 팝마트의 간판이자 가장 안정적인 매출원으로 자리했다. 실제로 2024년에도 몰리 시리즈는 20.93억 위안(한화 약 4,092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했다.
결국 몰리는 팝마트가 ‘블라인드 박스 문화’를 대중화시킨 출발점이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대표하는 얼굴로서 지금까지도 흔들림 없는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사진=팝마트의 대표 다크 컨셉 피규어 스컬판다(출처: 샤오홍슈)]
스컬판다(SKULLPANDA)는 중국 디자이너 숑먀오(熊妙)가 만든 캐릭터로, 해골 마스크와 강렬한 메이크업, 스트리트 패션이 결합된 다크 콘셉트가 특징이다. 2018년 베이징 토이쇼(BTS)에서 첫선을 보인 뒤 팝마트와 정식 협업을 통해 블라인드 박스로 출시되며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스컬판다는 단순 캐릭터를 넘어, 스트리트 감성과 어두운 감성을 섞어낸 다크 콘셉트 아트토이로 팬들의 강한 시각적 감각을 자극한다. 귀여움 일색이던 기존 블라인드 박스 시장에서 스컬판다는 예외적 존재였다. 시크하면서도 강렬한 메이크업으로 주목을 받으며, 얼굴 양옆에 큰 공이 달린게 큰 특징이다. 팝마트 측은 스컬판다를 “스트리트 패션과 다크한 감성을 결합한 컬렉터용 예술작품”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2024년 매출은 13.08억 위안(한화 약 2,557억 원)으로 팝마트 전체 캐릭터 중 3위를 기록했다. 비록 라부부나 몰리만큼 폭발적인 수치는 아니었지만, ‘개성 강한 다크 콘셉트 피규어’라는 틈새 시장을 확실히 잡은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진=울보 캐릭터 크라이베이비(출처: 샤오홍슈)]

[사진=눈물 튜닝 중인 영상 스크린샷(출처: 틱톡)]
크라이베이비(CRYBABY)는 태국 아티스트 몰리(작가명: Molly)가 2017년 처음 선보인 감정형 피규어다. 작가는 어린 시절 울음을 참아야 했던 기억을 바탕으로 “울어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이 캐릭터를 만들었다. 눈가에 항상 눈물이 맺힌 듯한 표정과 파스텔톤 의상은 단순한 장난감을 넘어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오브제로 기능한다.
팝마트와의 협업 이후 블라인드 박스로 출시된 크라이베이비는 다양한 테마 시리즈로 확장되며 팬덤을 키웠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가진 감정 상태를 크라이베이비에 빗대어 표현하거나, 수집을 통해 공감을 나누며 위안을 얻는다. 이러한 독창적 감성 덕분에 크라이베이비는 2024년 11.65억 위안(한화 약 2,278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팝마트의 주요 IP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한국 MZ세대 사이에서 ‘눈물 튜닝’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까지 등장했다. 크라이베이비의 눈물 부분에 네일 아트용 글리터 젤이나 반짝이 매니큐어를 발라 UV 램프로 굳혀 반짝이는 눈물로 꾸미는 방식이다. 실제로 유튜브 쇼츠와 틱톡 등 SNS에는 이 과정을 촬영한 영상이 다수 공유되며, “감정을 직접 커스터마이징 한다”는 또 다른 놀이 문화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몽환 대표 디무(출처: 샤오홍슈)
디무(DIMOO)는 중국 아티스트 덩페이옌 (邓霏雁)이 2017년 처음 선보인 캐릭터로, 팝마트와의 협업을 통해 2019년 블라인드 박스 시리즈로 본격 유통되었다. 몽환적인 구름 모양의 헤어스타일과 소년 같은 얼굴이 트레이드마크로, 동화적인 세계관 속에서 순수함과 힐링의 이미지를 전한다. 특히 디무의 시리즈는 단순한 외형 변주가 아니라 매번 하나의 테마 스토리를 설정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꿈(Dream)’, 여행(‘Traveler)’, ‘세계(World)’, ‘우주(Space)’ 등 시즌마다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하며, 팬들이 이번엔 어떤 컨셉일지 기대하게 만든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단순히 수집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각 시리즈를 이어보며 세계관 놀이를 즐길 수 있다.
매출 순위에서는 다소 뒤처지지만, 충성도 높은 팬층이 꾸준히 구매를 이어가며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실제로 팝마트는 디무를 단발적인 유행이 아니라 오래 끌고 갈 수 있는 핵심 캐릭터로 본다. 단순히 옷을 갈아입히는 방식의 변주에 그치지 않고, 매 시즌 새로운 이야기와 테마를 덧입혀 ‘세계관형 캐릭터’로 발전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디무는 매번 새로운 서사를 통해 컬렉터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결과적으로 반복 구매로 이어지게 만드는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폭발적인 히트는 아니어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결국 팝마트의 사례는 단순한 장난감 시장의 성공을 넘어, ‘중국 디자이너 토이’라는 새로운 문화 아이콘의 탄생을 보여준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은 단순히 수집품을 넘어 글로벌 팬덤의 참여와 문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앞으로도 팝마트를 비롯한 중국의 아트토이 브랜드들이 어떻게 지역적 한계를 넘어 전 세계 MZ세대의 취향을 사로잡을지, 그 확장 가능성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학생기자 전소윤(저장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