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박물관에서 韩中 교류 흔적 찾기
박물관을 탐방하고 감상하는 법은 어디서, 누구로부터 배울 수 있을까? 중국에 거주하는 우리는 얼마나 중국의 역사와 유산을 이해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한중 교류의 흔적을 찾아 진정한 소통을 하고 있을까?
박물관 리터러시(literacy)는 이러한 과정에서의 필수적인 관람 태도를 강조하는 개념이다. 이는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능력을 넘어, 전시된 유물과의 대화를 통해 역사적 이해를 심화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유물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중국 박물관에서 한중 교류의 흔적을 찾는 것은 우리가 한국인으로서 어떠한 역사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자각하게 하며, 동시에 중국 역사문화와의 상호작용을 깊이 이해하는 데 큰 통찰을 제공한다. 본 칼럼에서는 화동 지역의 박물관과 전시를 돌아보며 박물관 문해력을 키워 그 방향성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12 상하이박물관 동관 도자관 #경덕전 도자
고령토 백자에 꽃피운 채색의 시대
도구의 발전사에서 인간과 가장 가까운 재료는 흙이었다. 중국의 도자기 역사는 이 특별한 흙과 인간의 교감을 통해 꽃을 피웠다. 지난 칼럼에서 보았듯 당나라와 송나라를 거치면서 도공들은 점차 흙의 성질을 깊이 이해해 나가면서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청자와 백자를 만들어냈다. 이번 칼럼에서는 도자기를 뜻하는 영어 단어 ‘china’의 어원이, 경덕진(景德鎭) 도자와 그 속에 담긴 과학사의 발전을 따라가 보자.
[사진=원명청 경덕진 도자실 전경]
경덕진과 고령토의 발견
원나라 시기부터 경덕진에는 황실 전용 도자기를 생산하는 관요가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의 발전은 고령토, 즉 단단한 도자를 만들 수 있는 흙이자 지금도 세라믹의 주 원료로 사용되는 카올린(Kaolin)의 발견에서 시작되었다. 오늘날에도 백색 고급 점토를 뜻하는 이 용어는 경덕진 인근 고령산의 명칭에서 유래되었다.
단단하고 정제된 이 흙은 백자를 얇고 큰 기형으로도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가냘프도록 얇게 제작된 경덕진의 백자는 섬세한 디자인의 미감을 마음껏 뽐낸다. 특히 원나라 시기에는 투명하고 밝은 백자의 표면에 이슬람 상인들이 전한 코발트 안료를 사용하여 푸른 문양이 수묵화처럼 그려지며, 도자기는 조각에서 회화의 시대로 나아갔다.
[사진=청백자 주자]

[사진=청화백자 항아리]
명나라, 도자기에 권위를 새기다
명나라 초기에는 안정되어가는 황권을 상징하듯 도자기의 균형미가 극대화되었고, 백자 위에는 황제를 상징하는 용과 봉황 등의 문양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특히 이 시기부터 도자기에는 ‘대명선덕년제(大明宣德年製)’와 같은 황제의 연호가 새겨졌는데, 이는 황실의 품격을 드러내는데 활용되었다. 이러한 명문은 도자기뿐 아니라 칠기, 청동기 등 다양한 기물에 등장하며, 황제의 권위를 나타내는 상징적 부호로 기능했다. 중국의 유교적 질서 안에서 이러한 황제표 자기는 단순한 기물이 아닌 정치적 권위의 물질적 표상이었다.
[사진=명 황제의 연호가 새겨진 청화백자 완]
성화년간, 우아함 속의 색채 혁신
15세기 중엽 성화제 시기에는 도자기의 조형성과 문양의 섬세함에 더해 다채로운 색채가 부여되기 시작했다. 청화 안료로 윤곽을 그린 뒤 저온에서 한 차례 소성한 후, 그 위에 적색 등 다양한 안료를 덧칠하여 다시 굽는 방식은 이중 소성을 통한 고급 채색 기법의 시작이었다. 이를 ‘투채(鬪彩)’라 불렀는데, 색과 색이 서로 부딪히며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움을 표현한 명칭이다. 유약 위에 두텁게 채색된 문양은 부조감을 주며 생동감 넘치는 시각적 효과를 연출했다. 이러한 채색기법은 청대까지 이어지며 점차 정교하고 세련된 미감으로 발전해 나갔다.
[사진=청화로 그린 윤곽선이 보이는 명 중기의 투채자기]
[사진=청나라 시기 투채자기]
청대 도자의 개방과 융합
청나라는 명대 도자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이를 더욱 세밀하고 화려한 양식으로 발전시켰다. 한족의 전통 미감을 반영하면서도 개방적으로 서양의 신기술을 수용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옹정제 시기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복숭아 병’은 분채(粉彩) 기법이 적용된 작품이다.
‘분채’는 서양에서 수입된 에나멜 안료를 사용해 분홍빛 계열의 색을 표현한 데서 비롯된 명칭이다. 이 안료는 고온에서 휘발되기 쉬워, 바탕을 고온에서 먼저 소성한 후 저온에서 채색 부분을 다시 구워 완성했다. 분채 도자는 특히 연한 분홍빛이 강조되며, 유려한 색조와 세밀한 묘사가 특징이다. 청대 말기 도자 위에는 화려한 금빛으로 수놓인 금채자기를 볼 수 있다. 이러한 금채 기술은 유럽에서 들어 온 ‘금수(金水, Liquid Gold)’ 안료를 이용한 것으로 윤곽선을 덧대거나 기물 내면 전체에 칠해 화려함을 더했다.

[사진=복숭아 무늬 분채자기]

[사진08 금채자기]
박물관을 나서며
이번 칼럼에서는 코발트 안료로 시작된 청화자기에서 투채, 분채, 금채에 이르기까지 중국 도자기 장식기법의 정교한 진화를 따라가 보았다. 이 찬란한 색채의 흐름은 고령토의 단단한 백색 바탕 위에서 꽃피었고, 시대의 흐름과 함께 서양의 안료와 기술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새로운 미감으로 확장되었다.
도자기의 색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기술의 진보와 문명의 교류가 만들어낸 집합적 산물이다. 경덕진 도자의 변화 속에는 아시아 도자 문화의 유연함과 개방성, 그리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수용하는 미학적 감각이 담겨 있다. 박물관을 나서며, 그릇 하나하나에 스며든 시간과 기술, 그리고 교류의 흔적을 천천히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주소: 上海市浦东新区世纪大道1952号
(2호선上海科技馆역 도보 5분)
•시간: 수-월 10:00-18:00(입장 마감 17:00), 화요일 휴무
•입장료: 무료, 여권 지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