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박물관에서 韩中 교류 흔적 찾기
박물관을 탐방하고 감상하는 법은 어디서, 누구로부터 배울 수 있을까? 중국에 거주하는 우리는 얼마나 중국의 역사와 유산을 이해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한중 교류의 흔적을 찾아 진정한 소통을 하고 있을까?
박물관 리터러시(literacy)는 이러한 과정에서의 필수적인 관람 태도를 강조하는 개념이다. 이는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능력을 넘어, 전시된 유물과의 대화를 통해 역사적 이해를 심화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유물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중국 박물관에서 한중 교류의 흔적을 찾는 것은 우리가 한국인으로서 어떠한 역사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자각하게 하며, 동시에 중국 역사문화와의 상호작용을 깊이 이해하는 데 큰 통찰을 제공한다. 본 칼럼에서는 화동 지역의 박물관과 전시를 돌아보며 박물관 문해력을 키워 그 방향성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11 상하이박물관 동관 도자관
상하이박물관 도자관을 따라 걷다 보면, 도자기가 단순한 그릇이 아닌 ‘시간을 담은 그릇’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지난 칼럼에서는 신석기부터 당삼채까지의 도자들을 통해 인류의 도구 사용 기술과 미감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살펴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당나라에서 송나라로 이어지는 시기의 도자들을 만나보며, 흙을 이해하고 흙의 성질을 조절해가며 점차 지역 고유의 특색이 드러나기 시작한 과정을 함께 감상해보고자 한다.
남청북백, 흙의 이해에서 시작된 도자의 분화
화려한 당삼채를 뒤로 하고 발걸음을 옮기면 차분한 백색과 청색이 나란히 진열된 전시장 앞에 서게 된다. ‘남청북백(南靑北白)’, 청색으로 대표되는 남방자기와 새하얀 백색으로 장식된 수수한 북방 자기들이다. 이 시기 도자기들은 지역의 흙 성분에 따라 색과 질감이 뚜렷하게 달라지며, 점차 지역 고유의 자기로 자리잡았다.
[사진=북방에서 제작된 백자 편병]
백자를 대표하는 공의요(貢義窯)의 자기는 북방의 흙, 즉 철분이 적고 알루미나가 풍부한 태토 덕분에 밝고 깨끗한 백자를 구워낼 수 있었다. 이와 달리, 월주요(越州窯)의 청자는 철분이 많은 남방 흙을 이용해 청회색 또는 녹갈색 빛을 띠는 도자를 만들어냈다. 이곳 전시실에서는 두 계열의 도자기를 나란히 비교해보며 흙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미감의 차이를 직관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사진=남방에서 제작된 청자]
장사요(長沙窯)의 도자기들은 특히 장식성이 뛰어나며, 철분이 많은 흙으로 도자 위에 글씨와 그림을 직접 그려 넣은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흙에 대한 이해가 깊어짐에 따라 도공들은 이제 그 흑색과 백색 태토를 섞어 교태자기(交胎瓷器)를 제작한다. 한자의 말뜻대로 태토가 서로 섞여 이색적인 마블 문양을 내는데, 한켠에 마련된 제작과정을 통해 당대인들이 빚은 실험적인 도전 정신에 감탄이 절로 난다.
[사진=흑백의 흙을 섞어 만든 교태 자기 베개]
‘송대자기’ 가마의 이름, 브랜드가 되다
이제 전시실을 따라 송나라 시대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송나라 도자기의 전시 공간은 한층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전시실 중앙에 배치된 주요 관요 및 명품요장과 그 주변과 가장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지방 민요 가마로 전시가 구획되어 있다. 이 전시실에서는 대량 생산과 도자기 사용의 보편화 덕분에 미학적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이 시기의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송대 5대 명품 가마로 알려진 가마들의 작품을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사진=여요 청자 접시]
5대 가마 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여요(汝窯)의 청자다. 북송 황실에서 사용되었던 이 도자기는 절제된 색감과 단정한 형태가 어우러져 고상한 품격을 자아낸다. 그 옆에는 송나라 황실이 항저우로 남하해 제작을 시작한 남송의 관요(官窯)가 자리하고 있다. 관청 주도의 생산체계 속에서 더욱 세련된 기법과 조형미를 보여주며, 여요의 미학을 계승, 발전시켰다.

[사진=남송관요 청자 병]
정요(定窯)는 송나라 백자를 대표하는 가마다. 순백의 표면 위에 은은한 문양이 새겨진 정요백자는 단아한 아름다움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진=꽃무늬가 그려진 정요 접시]
이어지는 전시에서는 가요(哥窯)의 유약이 만든 독특한 균열 무늬가 도자 표면에 문양처럼 퍼져 있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유약과 태토의 수축률 차이를 의도적으로 활용해, 오히려 ‘깨짐’을 미학으로 승화시킨 이 도자들은 그 자체로 회화적 감상을 이끌어낸다.

[사진=가요 자기 병]
마지막으로, 균요(鈞窯)의 유약은 유리질 속에서 자주빛, 붉은빛이 부드럽게 스며든 듯한 표현을 보여준다. 이 유동적인 색감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반사되는데, 도자 표면에 물들어가는 자연스러운 빛의 퍼짐이 물감의 번짐을 보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사진=균요 자기 접시]
도자기 관람을 통해 돌아보는 나만의 미감
다양한 지역별 도자기를 관람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눈길이 자꾸 가는 그릇이 생기곤 한다. 그릇 하나에 시선이 오래 머문다면, 그 안에는 분명 나만의 취향과 미감이 담겨 있을 것이다. 나는 화려한 장식이 들어간 도자보다는 군더더기 없이 단정하고 절제된 기형의 백자에 끌린다. 청자의 차분한 옥 빛깔도 좋지만, 백자의 정제된 여백과 균형미는 나에게 더 큰 울림을 준다.
도자기의 유약과 색감, 표면의 균열, 화려한 문양, 가장자리의 곡선, 굽의 높이와 같은 세세한 요소들이 나의 시선을 어디까지 끌어당기는지 관찰하다 보면, ‘나는 어떤 도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할 수 있다. 전시실을 돌며 만나는 그릇들 중 유독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기호가 아닌,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미의 기준이자 감각의 일면일지 모른다. 상하이박물관 도자관에서 시간이 쌓아온 예술을 감상하는 동시에 나 자신의 미감을 발견하는 여정을 떠나보시길 권한다.
•주소: 上海市浦东新区世纪大道1952号
(2호선上海科技馆역 도보 5분)
•시간: 수-월 10:00-18:00(입장 마감 17:00), 화요일 휴무
•입장료: 무료, 여권 지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