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과학의 진보와 생명윤리
현대의 의학 기술 발전으로 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이 발병되면 그에 알맞는 진단을 받고 수술, 방사선 치료, 약물 치료를 이용한 치료 방식이 정교해지면서 암 완치율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현재 현대사회에서 이루어지는 생명 과학 기술은 연구 과정에서는 생명 윤리를 중요시하여 엄격하게 지켜져 왔지만, 지금과 같이 생명 과학 연구가 본격화되기 전에는 생명 윤리가 존재하지도 않고 이에 대해 고려해본 과학자들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헬라라는 세포의 발견으로 생명 과학이 급격히 발전함과 동시에 생명 윤리라는 개념이 새로 생겼음을 리베카 스클루트의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을 통해 알 수 있다.
동의 없는 실험, 숨겨진 희생자들
헬라라는 세포는 헨리에타 랙스라는 흑인 여성 환자의 자궁경부암에서 배양된 세포로, 다른 평범한 세포들과는 다르게 무한으로 세포 분열하여 증식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점을 과학자들은 이용해 헬라 세포를 무한히 배양해 연구 과정의 실험체로 종종 사용했다. 그러나 헬라라는 세포를 그녀로부터 배양 받을 때 그녀는 의료진들을 비롯한 연구진들에게 허락하지 않은 상태에 무단으로 배양 당했다. 누구도 사전에 그녀에게 연구진들이 자궁경부암 조직을 모으고 있다고 알리거나, 조직 기증 의사를 묻지 않았다.
그녀의 자궁경부암 수술 중 연구진들은 조직 두 개를 떼어내 유리접시에 담았다. 하나는 암에서, 다른 하나는 근처 정상 자궁경부에서 채취했고 사전적 동의 없이 몰래 떼어 나가 연구에 사용했다. 이 사실은 그녀 외에도 그녀의 가족 또한 이에 대한 사실을 몰랐으며 집도의의 허술한 진단서와 설명으로 그녀의 사망 이후에도 그녀의 가족들은 그녀의 세포에 대한 사실들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녀의 사망 이후 그녀의 헬라 세포가 25달러에 거래된다는 데 대해, 또 유족들이 모르는 사이에 그녀에 대한 기사들이 나오는 데 대해 유족들은 분노한다고 전했다. “과학과 언론이 자신들을 이용한다는, 갉아 먹히는 듯한 불쾌감이 그들의 뒤통수를 후려친다”며 유족들이 직접적으로 심정을 언급했다. 이러한 피해는 헨리에타 랙스만 본 것이 아니다. 그때 당시, 미국에는 인종 차별 문제가 심각해 흑인 환자들을 이용한 비윤리적인 실험들이 잦았다.
과학의 진보 뒤에 감춰진 책임
실제 1954년 사우섬이라는 암 연구자이자 바이러스학자는 인체 면역 시스템과 암의 관계를 보기 위해 12명 정도의 흑인 암환자에게 동의 없이 암세포를 주입했고 경과를 지켜보았다. 몇 시간 안 되어 환자들의 팔이 뻘겋게 부어올랐고, 닷새에서 열흘 사이에 암세포를 주입한 자리에서 딱딱한 혹이 자라났다. 그는 혹을 제거했지만, 암세포가 다른 신체 부위로 전이되기도 했으며, 저자는 이를 “불법적이고 부도덕하며 개탄스럽다”고 평했다. 추가적으로 미국 연구원들의 실험은 환자 외에도 교도소의 수감자들에게도 해당되었다. 그들은 수감자들에게 ‘암 검사를 한다’고만 설명했고, 어떤 목적에서 어떤 약물을 투입하는지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비슷하게도, 1947년 독일의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소에서 미국 주도로 열린 재판에서 나치 의사 일곱 명에게 유태인의 사전 동의 없이 차마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실험을 한 죄목으로 교수형에 처했다. 이 계기로 재판부는 전 세계적으로 인간 대상 실험을 규제하도록 했다. 동의 없는 장기 적출 관련 생명윤리 문제 외에도 연구의 투명성에도 문제가 발견되었다. 세포 배양기법이 활발해지던 시기, 연구진들은 배양 중인 세포가 누구한테서 온 어떤 세포인지 정확히 기록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과학의 필수 요소인 정확성과 윤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 인정해야 했다. 헨리에타 랙스의 이야기는 단순한 과학적 발견을 넘어, 한 개인의 희생이 오늘날 생명 윤리의 근간이 되었음을 일깨우는 살아 있는 교훈이다.
학생기자 오채은(SAS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