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범의 차이나 이노베이션 현지중계석]
‘주왕’을 이기는 ‘한왕’, 그 ‘한왕’을 키워 낸 중국과학원
‘주왕’과 ‘한왕’, 초한전 내용이나 삼국지 스토리가 아니다. 중국 주식시장 이야기다. 중국 주식시장에는 3대 왕이 존재한다. 오랫동안 확고하게 왕의 자리를 지켜온 주(酒)왕 <귀주마오타이>(贵州茅台),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을 호령하는 닝(宁)왕 <닝더스다이>(宁德时代/CATL), 그리고 올해 새롭게 등극한 한(寒)왕 <한우지(寒武纪)>가 그 주인공이다. 주식가격으로 보면 그 동안 유일하게 천 위안대를 유지하고 있는 <귀주마오타이>의 일극 체제였다. 그런데 올 8월 중국 주식시장에서 일대 파란이 일어났다. 8월 20일 1천위안을 돌파한 <한우지>는 8월 28일 1595.88위안 최고점을 기록하면서 <귀주마오타이>를 2위로 밀어낸 것이다. ‘한왕’이 ‘주왕’을 이긴 것이다. 최근 AI관련주의 조정으로 다시 마오타이가 회복하였지만 모건스탠리 등 여러 전문기관들은 한우지의 잠재력을 더 높이 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림=한우지 주가 추이(출처: 바이두)]
<한우지>의 영문명칭은 ‘캠브리콘테크놀로지스’로 5억 4200만 년 전 지구에서 다양한 동물이 갑자기 급증했던 ‘캄브리아기 대폭발’에서 유래한다. 주요 사업 분야는 다양한 클라우드 서버, 에지 컴퓨팅 장치 및 단말 장치에 사용되는 AI코어 칩의 연구개발, 설계 및 판매이다. 중국의 ‘엔디비아’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엔디비아가 본격적으로 AI전용 GPU를 출시하기 전인 2017년에 세계 최초의 상업용 AI 칩 ‘캠브리콘-1A’를 출시하며 주목을 받았는데, 이후 AI 관련 국내외 여러 상을 수상하면서 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예를 들면 “2020 후룬 중국 칩 설계 10대 민영기업”, EETimes의 “2020 글로벌 100대 주목할 반도체 기업(EETimesSilieon 100)”에 등재되었고 2021년 7월, 스위안(思元)290 지능형 칩 및 가속카드와 쉔스(玄思)1000 지능형 가속기는 세계 AI대회 조직위원회로부터 “SAIL Star” 상을 수상한 바 있다.
막강한 기술력과 정부지원으로 상장된 <한우지>, 그러나 연구개발기업이 갖는 구조적 문제인 적자문제와 2022년 말 미국의 상무부의 ‘거래제한기업 명단(Entity List)’에 들어가면서 상장 당일 250위안까지 올랐던 주가가 54위안까지 급락하고 대량해고, 개발프로젝트 중단 등 위기를 맞게 된다. 이 위기는 역설적으로 미국의 지원으로 극복하게 된다. 2023년 9월 엔비디아 A100, H100 같은 첨단 AI칩의 중국 수출을 완전히 막은 미국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가 발표되자 <한우지>의 스위안 시리즈는 엔디비아의 대체품으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역설적으로 ‘중국산 대체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결과가 되었다. 그 결과 2025년 상반기 매출 성장률은 4348%, 순이익은 2000억 원 흑자로 바뀌었다. ‘한 왕’등극의 시나리오는 이렇게 쓰여 졌다.

[사진= 스위엔370계열-MLU370-S4S8지능가속카드(출처: 한우지 홈페이지)]
파워 풀 인큐베이터, 중국과학원
중국과학원은 중국 전역에 115개 연구기관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 최고, 최대의 정부연구기관이다, 2개 대학(중국과학기술대학, 중국과학원대학)도 운영한다. 많은 연구결과들이 쏟아진다. 따라서 연구성과 실용화 및 기술사업화는 지상과제이다. 2002년 4월 중국과학원은 중국과학원홀딩스(中国科学院控股有限公司)를 설립한다. 이를 통해 직간접 투자기업 11개,각 연구기관 사업단위가 투자한 42개 기업을 창출한다.이 중 22개 기업은 이미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다.
2001년 16세의 천톈스(陈天石)는 영재들만 들어가는 중국과학기술대학 소년반 수학 및수학응용학과에 입학한다. 2010년 공학박사학위를 받은 후 중국과학원 계산기술연구소에 입소하는데 6년만인 2016년 3월에 형인 천윈지(陈云霁)와 <한우지>를 공동 설립하게 된다. 형 역시 영재로 중국과학기술대학 소년반 출신이고 현재 계산기술연구소 부소장을 맡고 있다. 프로세서 칩과 머신 러닝의 학제 간 연구 전문가로 세계 최초의 딥 러닝 프로세서 칩 Cambricon 1 개발 팀장이었다.

[사진=천톈스 형제(출처: 중국과학원)]
<한우지> 초기 설립은 계산기기술연구소의 지주회사 베이징중과산원자산관리(北京中科算源资产管理有限公司)의 지원으로 추진되었다(현재 지분 15.7%로 2대 주주임). 중국과학원이 키워낸 ‘한 왕’ <한우지>, 중국과학원은 제2, 제3의 ‘한 왕’을 준비 중에 있다. 중국 리소그래피 분야의 하이광신시, 수퍼컴의 중커슈광, 음성AI의 세계 1위 커다쉰페이, CPO의 선두주자 스쟈뎬즈, 양자과학궈둔뎬즈 등이다.
<한우지> 등장, 신의 한수는 ‘커촹반’ 주식시장
<한우지>는2020년7월 중국주식시장에 상장되었다. 상장된 곳은 ‘중국판 나스닥’인 상하이거래소의 커촹반(科創板/스타마켓)이다. 커촹반의 영문명은The Science and Technology Innovation Board: STAR MARKET. 주식시장 명칭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전략에 필요한 핵심기술보유의 과학기술혁신 기업을 주로 대상으로 한다. 차세대 정보기술, 첨단장비, 신소재, 신에너지, 바이오의약, 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컴퓨팅,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과 전략적 신흥산업을 중점적으로 지원한다. 현재 590개 기업이 상장 되어있다. 가장 의미있는 조건은 기존 주식 시장과 달리, 연속 흑자 요건을 요구하지 않고 성장성과 기술력이 있으면 적자 기업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한 규정이었다. 2024년까지 적자에 허덕이었던 <한우지>를 ‘한왕’으로 만든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주식시장을 통한 유망기업 지원이라는 본연의 메커니즘을 정밀하게 설계하는 것 또한 정부의 몫이다.
홍성범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박사(과학기술정책전공)를 취득했고 상하이복단대 객좌연구원, 상하이델비즈컨설팅 대표로 재직 중이다.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장(베이징), 한·상하이글로벌혁신협력센터장, STEPI명예연구위원, 혁신클러스터학회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정책조정전문위원, 칭화대학 고급방문학자를 역임했다. 중국의 혁신역량과 기술경쟁력에 대해 35년째 연구 중이다.
shaige@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