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험 전날 밤새 외운 공식이 하루만 지났는데도 다음 날 아침 머릿속에서 증발했던 경험은 많은 학생들이 공감할 것이다. 단어를 수십 번 써도, 개념을 외워도 막상 문제를 보면 낯설게 느껴진다. 이럴 때마다 ‘내 머리가 나쁜 건 아닐까?’ 하고 자책하지만, 사실 그건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뇌의 반응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금세 잊어버리는 걸까?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우리의 기억은 뇌 안의 해마(hippocampus)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정보를 접하면 해마가 그걸 우선 단기기억으로 저장하고, 이후에 수면 중이나 복습을 통해 장기기억으로 옮긴다. 이 기억 저장 과정을 ‘기억의 고착(consolidation)’이라고 부른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 암기한 내용을 오래 기억하려면 그저 단순히 오래 앉아 공부하는 것보다 휴식과 수면을 적절히 취해야 한다.

[사진= 해마(hippocampus)의 위치를 나타낸 해부학적 그림(출처: Henry Vandyke Carter, Gray’s Anatomy (1918)/Public Domain)]
덧붙여 기억은 단지 해마만의 일이 아니다.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은 기억을 분류하고 필요 없는 정보를 걸러내는 우리 뇌의 ‘편집자’ 역할을 하고,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amygdala)는 기억의 강도를 조절한다. 그래서 감정이 실린 경험은 훨씬 오래 남는다. 예를 들어, 처음으로 발표했던 순간이나 시험에서 실수했던 기억이 강하게 남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는 왜 금방 잊을까?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의 망각곡선에 따르면, 우리 뇌는 복습을 하지 않았을 때 하루 만에 배운 내용의 약 70%를 잊어버린다. 단기기억으로만 저장된 정보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특히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은 해마의 기능을 약화하기 때문에, 공부한 내용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만든다. 시험 기간에 짧은 시간 동안 아무리 열심히 외워도 막상 시험장에서는 머리가 하얘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게다가 오늘날 학생들의 학습 환경은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소로 가득 차 있다. 스마트폰 알림, 짧은 영상 콘텐츠, 그리고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다중작업은 뇌가 정보를 깊이 처리할 시간을 빼앗는다. 이런 ‘얕은 학습’은 뇌에 오래 남지 않는다. 하지만 다행인 건, 망각은 완전히 피할 수 없더라도 훈련으로 늦출 수 있다. 일정한 간격으로 복습한다면 망각곡선이 완만해지고, 기억도 점점 장기기억으로 자리 잡는다.
덜 잊는 공부법은?
뇌의 작동 방식을 알고 있다면, 같은 노력으로도 더 효과적으로 오래 기억할 수 있다. 세 가지 방법으로는 분산학습, 테스트 효과, 그리고 충분한 수면과 운동이 있다.
첫 번째로 분산학습(spaced repetition)은 한 번에 몰아서 공부하지 않고 짧게 여러 번 나누어 복습하는 방법으로, 기억의 지속력을 높여준다. 공부 후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복습하면, 뇌 속에서 관련 신경회로가 재활성화되어 기억이 더 단단해진다.
두 번째로, 테스트 효과(testing effect)를 이용하여 문제 풀이에 집중한다면 학습 효율을 더 높일 수 있는데, 단지 글을 읽는 것보다 스스로 문제를 풀 때 기억이 더 강화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충분히 잠을 자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면은 우리의 뇌가 정보를 정리하고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시간이고, 운동은 새로운 신경 연결(시냅스)을 형성해 기억력을 높여준다.
기억력은 타고나는 능력이 아니다. 그렇기에 뇌의 원리를 이해하고 방법을 익힌다면, ‘금방 잊는 공부’가 아니라 ‘오래 남는 배움’을 만들 수 있다.
다음번에 암기를 해야 한다면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를 떠올려보자. 뇌의 과학을 생각해 본다면, 공부가 고통이 아니라 자신을 성장시키는 흥미로운 실험이 될지도 모른다.
학생기자 이채원(상해중학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