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애란 작가는 늘 섬세하고, 자연스럽다. 주인공이 요리를 하면 도마에 탁탁 써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고 맛있는 냄새가 나는 듯한 느낌. 주인공이 슬프면, 화가 나면, 억울하면, 그 모든 감정이 고스란히 내게도 스며들어 같이 힘든 느낌.
나는 그 표현들을 사랑한다. 이상기온으로 더워졌다고 표현하는 대신 “파이프에서 물이 새듯 미래에서 봄이 새고 있었다”고 표현하는 그만의 감성을 좋아한다.
<바깥은 여름>은 단편 모음집이다. 그리고 그 단편들 속에서 김애란 작가가 하는 이야기들, 그 이야기 속 인물들은 일상 속 어디에나, 내 옆에도, 모두의 옆에 있을 법한 인물들이다. 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을 뿐. “입동”에서는 한 가족의 모습이 영상처럼 그려진다. 담담하지만 가장 슬픈,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단편이었다. 뉴스 속 흔히 보는 사고, 남겨진 가족으로 산다는 건 어떤 마음일지, 그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예상외의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그렇게 사소하고 시시한 하루가 쌓여 계절이 되고, 계절이 쌓여 인생이 된다는 걸 배웠다.” (“입동” 中)
용서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지는 단편 “노찬성과 에반”, 이별 이야기를 다루는 “건너편”, 짧은 디스토피아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을 주는 “침묵의 미래”,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해보는 “풍경의 쓸모”, 아주 많은 물음표를 던지는 “가리는 손”, 그리고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까지. 독자에 따라 가장 와닿는 이야기는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각 단편이 각자에게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는 건 분명하다. 마치 나는 265 쪽 편지를 읽으며 “평생 궁금해하면서 살겠습니다.” 라는 구절에서 세월호가 떠올라 한참 생각에 잠겼던 것처럼.
좋아하는 김애란 작가의 다른 작품인 <비행운>보다는 보다는 덜 ‘비(非) 행운스러운’ 소설이지만, 판타지적인 <비행운>보다 현실적인 요소들이 내 삶 속에 슬픔도 던져놓고 물음표도 던져놓는 책이었다.
“볼 안에선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했다.”
(182쪽, “풍경의 쓸모”)
유난히 살벌하게 더웠던 이번 여름을 보내며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을 추천한다.
도예림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