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붓과 먹, 종이로 한자를 써 내려가는 중국의 서예는 단순한 문자 기록을 넘어, 옛사람들의 사유와 감정, 역사 기록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예술이다. 3,000년 넘도록 이어져 온 이 전통은, 중국의 정신과 미학을 담아내며, 2009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되었다. 한편, 디지털 환경이 일상화된 오늘날, 중국 교육 당국은 표준 한자 쓰기 능력과 전통문화 교육 강화를 잇달아 강조하고 있다. ‘읽고 입력하는 문자’에 익숙해진 요즘, 서예는 중국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까. 그리고 사람들은 왜 여전히 서예를 할까. 이러한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해, 항저우의 한 서예 학원에서 원데이 클래스를 체험하고, 서예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서예 체험 수업의 흐름

[사진=서예 체험 수업 과정]
이번에 서예 체험을 진행한 곳은 항저우의 서예 학원 ‘향양서법(向阳书法)’이었다. 원데이 클래스는 1회 약 90분, 1~4명 정도의 소규모로 운영된다. 수업은 먼저 문방사우(붓·먹·종이·벼루)와 전서·해서·예서·행서·초서 등 서예의 서체, 붓을 쥐는 법과 기본 획에 대한 간단한 설명으로 시작한 뒤, 실습으로 넘어가 붓으로 획을 긋는 연습을 하고 마지막에 글자를 작품으로 완성하는 구성이다.
서예 원데이 클래스는 상시로 개설되며, 서예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와 간단한 실전 체험으로 구성되어 있고, 수강생 개인의 수준을 빠르게 파악해 맞춤 지도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학원 측은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하는 이유와 이 방식을 택한 이유에 대해 “개인의 기초를 확인하고, 난이도를 조절하며, 짧은 시간 안에 서예의 핵심을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소규모의 수업에서 강사는 수강생이 붓을 잡는 방식부터 획의 흐름까지 하나씩 확인한다. 덕분에 붓을 처음 잡는 사람도 크게 부담 없이 따라갈 수 있다.
수강생은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남녀노소 고르게 분포하며, 전문적인 교육보다는 “서예를 한 번 직접 경험해 보고 싶어서”, “취미로 배워보고 싶어서” 수업을 찾는 경우가 많고, 이는 중국인들이 남녀노소 서예를 취미로 여기는 점과 맞닿아 있다.
서예가 장평(张平) 선생이 말하는 서예의 본질과 예술성

[사진=서예 학원 전경]
이날 수업을 진행한 서예가는 장평(张平) 선생이다. 장 선생에게 서예는 특별한 무언가이기 보다 일상에 가까운 존재다. 그는 “서예는 생활의 한 부분이고, 취미이며,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이라고 말하며, 결국 중국의 서예를 계속 전승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고 했다.
다만 최근 서예 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그는 현재 상황을 ‘어룡혼잡(鱼龙混杂)’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물고기와 용이 한 데 섞여 있다는 뜻으로, 결국 업계의 상황이 혼잡하고 실력과 이해 없이 형식만 차용한 경우도 적지 않다는 의미다.
장 선생은 서예와 단순한 글씨 쓰기의 본질은 같다고 하면서도, 그 차이를 ‘이해’와 ‘예술성’의 유무로 구분했다. 장 선생은 먼저 어떠한 방식이든 글을 쓴다는 것 자체는 기본적으로 실용성을 갖고 있으며, 그 안에 개인의 생각이 담기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다만 서예는 단순히 글자를 적는 것과는 달리, 어떤 글을 어떻게 쓸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왜 이렇게 쓰는 지까지 이해하고 쓰는 데에서 차이가 난다고 했다. 그는 서예에서는 실용성과 예술성이 함께 존재하며, 쓰는 방법 자체에서도 일반적인 글쓰기와 차이가 있고, 쓰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아름다움을 갖추게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장 선생은 과거 왕희지, 안진경과 같은 뛰어난 서예가들을 언급하며, 이런 이해와 예술성이 쌓이는 과정으로 ‘입고(入古)’와 ‘출고(出古)’를 설명했다. “옛 것을 배우는 것, 즉 입고는 기본입니다. 하지만 그 다음이 더 중요합니다. 충분히 익힌 뒤, 그 위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출고가 창작이고, 이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이 조건이 갖춰질 때 예술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서의 서예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글쓰기를 대신하는 시대에도 서예가 여전히 의미를 지니는 이유에 대해, 장 선생은 다시 한번 ‘사람’을 중심에 놓았다. 그는 서예가 단순한 필기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생각과 사상, 의지와 정서를 담아내는 표현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글자를 써도 획의 흐름과 힘, 먹의 농담이 모두 다른 것은, 서예가 쓰는 이의 상태와 변화를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기계는 언제나 같은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서예는 하나하나가 모두 다릅니다. 그 안에는 사람의 성격과 감정이 담깁니다.”
장 선생은 이러한 점에서 서예가 디지털 기술로 대체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동시에 앞서 “어룡혼잡(鱼龙混杂)”이라고 표현한 오늘날의 서예 시장 속에서도, 서예를 단순한 글쓰기 활동이 아니라 사람의 흔적과 역사를 담는 작업으로 받아들이려는 이들이 있는 한 그 가치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그는 서예가 개인의 표현 수단일 뿐만 아니라,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전승하는 중요한 매개라고 강조했다. 오천 년이 넘는 중국의 역사와 철학, 사상과 이야기가 문자 기록을 통해 이어져 왔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서예가 있었다는 것이다. 서예를 이해하는 일은 곧 중국 문화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이며, 그렇기에 오늘날에도 그 가치는 여전히 크다고 그는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서예 학습을 추천하고 싶은 대상을, 중국 한자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해당한다고 정리했다. 서예를 배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자를 이해하게 되고, 그 안에 담긴 문화와 역사까지 함께 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체험으로 시작한 한 번의 수업은, 단순한 글씨 연습을 넘어 중국 문화와 사유 방식을 직접 마주하는 계기가 되었다. 디지털 기기가 더 정교해지고, 다양한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지금, 전통 예술인 서예를 어떻게 이어 갈 것인지는 중국만의 과제가 아니다. 화면으로 문자를 읽고 쓰는 데 익숙해진 우리에게도, 손으로 글자를 써 보는 경험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를 되묻게 한다.
학생기자 박다인(저장대 중어중문학과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