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이나 시프트, 답은 전략이 아니라 태도”

[사진= <차이나 시프트> 저자 오성곤]
1999년 대우 주재원으로 상하이에 첫발을 디딘 지 27년, 중국 현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숱한 성공과 실패를 지켜본 오성곤 저자가 <차이나 시프트>로 돌아왔다. 그는 ㈜대우 상하이 중장비 법인장과 기계·자동차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중국의 성장기를 함께했으며, 한국 자동차 업계가 중국 시장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시기에는 화동지역 자동차부품 분과를 오랜 기간 이끌기도 했다.
또한 푸단대 EMBA와 화동정법대 경제법 박사를 거치며 중국 비즈니스를 단순한 경험에 그치지 않고 체계적으로 축적해왔다. 그는 중국 시장의 위기를 외부 환경이 아닌 ‘내부의 오만’에서 찾는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책이 제시한 ‘네 가지 역설’을 중심으로, 변화한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과 그 본질을 짚어봤다.
<차이나 시프트>를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 지난 27년 동안 중국 현장에서 수많은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지켜봤다. 처음 중국에 갔던 1999년만 해도 시장은 빠르게 열리고 있었고, 규제는 지금보다 훨씬 유연했다. ‘한국’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거래가 성사되던 시기였다. 만들기만 하면 팔린다는 공식이 통하던 때였고, 이른바 ‘중국 특수’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많은 기업이 실패를 외부 요인에서 찾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달랐다. 가장 큰 문제는 내부에 있었다. 과거의 성공을 맹신하고, 중국을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착각한 오만이 문제였다. 이 책에서 말하는 네 가지 역설은 결국 그 오만이 어떻게 기업을 무너뜨리는지를 설명하는 구조다. 그 점을 직시했으면 한다.
책에서 말하는 ‘네 가지 역설’을 조금 더 쉽게 설명해준다면.
– 첫 번째는 ‘거대함의 역설’이다. 중국 시장은 워낙 크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전체를 보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오히려 아무것도 잡지 못한다. 시장이 클수록 더 작게 쪼개서 정확하게 겨냥해야 한다.
두 번째는 ‘속도의 역설’이다. 중국은 속도가 빠른 시장이다. 그래서 기업들도 무조건 빨리 움직이려 한다. 그런데 가장 빨리 달릴 때일수록 브레이크를 점검해야 한다. 속도에만 집착하면 품질이나 방향을 놓치게 된다.
세 번째는 ‘통제의 역설’이다. 본사가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하면 현지에서 고립된다. 오히려 권한을 내려놓고 현지 파트너와 직원에게 맡겨야 시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마지막은 ‘기술의 역설’이다. 최고의 기술이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중국 소비자의 생활 방식과 문화에 맞게 ‘번역’하는 것이다. 결국 네 가지를 관통하는 핵심은 하나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 즉 오만을 내려놓는 것이다.
드라마 <미생> 속 ‘오 과장’의 실제 모델로도 알려져 있다. 당시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 많은 사람들이 그 부분을 궁금해한다. 드라마 제작팀이 실제로 내가 근무하던 부서에 와서 취재를 했고, 사무실 구조도 그대로 세트로 옮겨갔다. 그래서 교보문고에서 책을 보고 “미생 오 과장이 본인이냐”고 묻는 분들도 많다.
당시 대우는 굉장히 치열한 조직이었다. 함께 일했던 동료 중에는 ‘장그래’의 실제 모델로 이야기되는 인물도 있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한 사람이 두 가지 역할을 맡는 경우도 많았다. 나 역시 그런 시기를 겪었다. 그 경험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비즈니스 감각의 기반이 됐다.
2004년에 독립해서 자동차 부품 사업을 시작했고, 상하이GM, 상하이자동차, 볼보 등과 거래를 이어갔다. 한 분야에 집중하면서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그때 배웠다.
중국에서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나.
– 결국 ‘휴브리스’, 오만이다. 한국에서 성공한 방식을 그대로 중국에 가져가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사드 이후에는 그런 방식이 거의 통하지 않았다.
중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변하는 시장이고, 동시에 우리가 과소평가하고 있는 시장이다. 실패한 기업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반대로 성공한 기업들은 문화 번역에 성공한 기업들이다.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이 중국 소비자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는지를 고민한 기업들이다.
현지화와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해준다면.
– 비즈니스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내 사업’이 아니라 ‘우리의 사업’을 만들려고 했다. 신뢰를 얻기 위해 3년 동안 모든 데이터를 파트너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그 과정을 통해 관계의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
그 결과, 비즈니스에서 가장 흔한 문제인 대금 회수 문제도 크게 줄어들었다. 애초에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구조를 설계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하이퍼 로컬라이제이션’이다. 단순히 제품을 현지화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 문화, 사용 방식까지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그래야 시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지금 중국 시장을 준비하는 기업과 개인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
– 중국을 책으로만 공부해서는 한계가 있다. 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중국인들이 모여 공부하는 곳, 토론하는 곳에 들어가 함께 호흡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체감할 수 있다.
또 하나는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만나는 사람을 바꾸고, 시간을 쓰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시각이 열린다. 교민 사회 안에만 머물러 있으면 변화의 흐름을 놓치기 쉽다.
결국 비즈니스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다만 환경은 계속 바뀐다. 그 변화에 맞춰 스스로를 바꿀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중국 시장은 여전히 기회의 땅이다. 하지만 과거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제는 전략을 ‘손절’할 것이 아니라 ‘전환’해야 한다. 나는 그것을 ‘차이나 시프트’라고 부른다. 과거의 성공을 내려놓고, 새로운 질서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체화한다면 충분히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수미 기자

오성곤 (지은이) | OHK | 2026년 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