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빠른 길을 버리게 된 건 딸기 때문이었다. 막내 아이가 딸기를 좋아한다. 냉면 그릇만 한 그릇을 가득 채워줘도 금세 비워낸다. 나는 늘 휴대폰 앱으로 과일을 주문했지만, 동네 과일 가게에 가면 같은 딸기를 절반 값에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소한 차이라고 넘기기에는 매일의 반복이 만들어내는 간격이 컸다. 아침을 먹고 남편과 함께 산책 삼아 과일 가게에 다녀오는 일이 자연스럽게 일상이 되었다.
딸기를 양손에 들고 돌아오는 길, 거리는 유난히 붐볐다. 차와 오토바이, 자전거가 뒤엉켜 흐르고, 사람들은 서로의 어깨를 스치며 바쁘게 지나갔다. 나란히 걷기에는 길이 너무 좁았다. 남편이 앞서고 나는 그의 등을 따라 걸었다. 그때 남편이 다른 길로 가자고 했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이미 평소보다 늦었고, 집에 돌아가면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무엇보다 지금 걷는 길이 집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남편이 방향을 틀었고, 우리는 어느새 옆 골목으로 들어섰다.
처음 보는 대문, 낯선 창문, 바람에 흔들리는 빨래들.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하루를 떠올리자 묘하게 마음이 느슨해졌다.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삶들인데도, 잠시 스쳐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연결된 기분이 들었다. 좁은 길은 막다른 곳에서 끊겼다. 우리는 되돌아 나와 또 다른 길을 택했다. 몇 번이나 방향을 바꾸며 웃었다. 장을 보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 아니라,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다. 미로 속에 들어온 것 같기도 하고, 목적 없는 놀이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몇 번 길을 잃고 나서야, 우리는 나란히 걸었다. 미로처럼 이어진 골목을 빠져나온 순간, 동시에 걸음을 멈췄다. 길 양옆으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며칠 전, 벚꽃으로 유명한 대학 캠퍼스까지 찾아갔을 때도 보지 못했던 풍경이었다. 그곳에는 꽃이 반쯤만 피어 있었고 꽃보다 사람들이 먼저 보였다. 이곳에서 비로소 만개한 벚꽃을 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 우리 둘뿐이었다. 우리는 한참 동안 벚나무 아래를 서성였다. 바람이 불 때마다 꽃들이 흔들리고 꽃잎이 떨어졌다.
평소 다니는 길 말고 조금 다른 길을 걸었을 뿐인데, 이런 장면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아마 관계도 비슷하지 않을까. 가장 빠른 길로만 가려 할 때, 우리는 자주 서로를 놓친다. 조금 늦어지고, 길을 좀 헤매고, 쓸모없어 보이는 길을 함께 걷는 동안에야 우리는 다시 나란히 서고 서로를 보며 웃을 수 있었다.
벚꽃 아래에서, 나는 봉지를 든 손으로 남편의 손을 슬그머니 잡았다. 새콤한 딸기 향이 코끝을 스쳤다. 우리는 여전히 집으로 가는 중이고, 집은 좀 더 멀어졌다. 그럼에도 걸음은 점점 더 느려졌고, 마음은 그만큼 더 환해졌다. 우리는 가장 빠른 길을 조금씩 버리면서, 오래 함께 걷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