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의성인가 모욕인가” 논란 확산…결국 공식 사과·전면 철회
중국 스마트폰 업체 오포(OPPO)가 어머니의 날(母亲节) 마케팅 문구로 거센 역풍을 맞았다.
“우리 엄마에겐 남편이 두 명 있다”는 표현이 담긴 광고 문구가 공개되자 “여성을 희화화했다”, “가정의 가치관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오포는 결국 공식 사과와 함께 관련 홍보물을 전면 철회했다.
논란이 된 문구는 지난 8일 공개된 모친절 캠페인 문안이다.
광고에는 “우리 엄마에겐 ‘남편’이 두 명 있다. 한 명은 우리 아빠이고, 다른 한 명은 1년에 두 번 만난다. 아빠와 데이트할 땐 거의 꾸미지 않지만, 다른 그 사람을 만나러
갈 땐 웨딩드레스라도 입고 싶어 한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중국의 아이돌 팬덤 문화에서 팬들이 좋아하는 스타를 ‘남편(老公)’이라고 부르는 인터넷식 표현을 차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개 직후 중국 온라인에서는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일부 네티즌은 “모친절 광고라면 어머니에 대한 존중과 감사가 담겨야 하는 것 아니냐”, “어머니와 두 명의 ‘남편’을 연결짓는 건 부적절하다”,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용자들은 “전통적인 가족 가치관에 어긋난다”, “짧은 영상 플랫폼을 많이 보는 청소년들에게 왜곡된 가족관계를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단순한 인터넷 밈(meme)이나 농담을 활용한 것일 뿐”이라며 과도한 비판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오포는 공식 웨이보 계정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오포 측은 “이번 모친절 홍보 문구로 논란이 발생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정관념을 깨고 보다 다양하고 입체적인 현대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머니도 마라톤을 좋아할 수 있고, 글쓰기에 몰두할 수도 있으며, 자신만의 ‘덕질’ 취미를 가질 수도 있다는 점을 표현하려 했다”며 “관련 홍보물은 즉시 모두 삭제했으며, 콘텐츠 심사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실수’ 이상의 문제로 보고 있다.
중국여성보는 “브랜드가 팬덤 내부의 언어를 대중적 공공 영역으로 그대로 가져오면서 단어의 맥락 차이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남편’이라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혼인 관계 안에서 사용되는 호칭인데, 이를 어머니와 아이돌의 관계에 적용하면서 대중에게 불쾌감과 모욕감을 안겼다”며 “다양한 어머니상을 보여주려던 의도가 오히려 ‘모성 소비’와 ‘관심 끌기식 마케팅’으로 비쳐졌다”고 비판했다.
또 “최근 일부 브랜드들이 ‘젊은 감성’과 ‘파격’을 추구한다며 공공 윤리와 사회적 감수성을 넘나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창의성은 자유로울 수 있지만 최소한의 공공 윤리와 대중 정서는 존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중국에서는 과거에도 모친절 마케팅이 역풍을 맞은 사례가 있었다. 한 세제 브랜드는 “엄마, 먼저 쓰세요”라는 광고 문구를 사용했다가 “엄마는 당연히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성 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업계에서는 “브랜드들이 ‘바이럴’과 화제성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선을 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특히 가족·부모와 관련된 기념일 마케팅은 대중 감정과 가치관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