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아울렛 엄마 가방’으로 불렸던 미국 패션 브랜드 코치(Coach)가 중국 시장에서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다.
유럽 명품 브랜드들의 끝없는 가격 인상에 피로감을 느낀 중국 젊은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디자인 감각을 갖춘 ‘가성비 럭셔리’로 눈을 돌리면서다. 특히 2000년대생 Z세대를 중심으로 코치 인기가 폭발하면서 중국 시장 매출은 1년 새 60% 넘게 급증했다고 시대재경(时代财经)은 전했다.
코치 모회사인 태피스트리(Tapestry)는 지난 7일 발표한 2026회계연도 3분기 실적에서 매출 19억2100만달러(약 2조8000억원), 순이익 3억44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순이익은 69% 증가했다. 특히 코치 브랜드 매출은 31% 급증한 17억100만달러를 기록하며 그룹 성장을 이끌었다. 반면 함께 운영 중인 케이트 스페이드(Kate Spade)는 같은 기간 매출이 10% 감소했다.
지역별로 보면 중국 시장 성장세가 압도적이었다. 북미 매출이 20% 증가한 반면, 중국을 포함한 중화권 매출은 무려 61% 급증했다. 조안 크레보세랏(Joanne Crevoiserat) CEO는 “중국 시장 성과가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다”며 “특히 Z세대 신규 고객 유입이 크게 늘어난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코치는 2003년 중국에 진출했다. 당시만 해도 ‘손이 닿는 명품(触手可及的奢侈品)’이라는 개념을 앞세워 직장 여성들의 첫 명품 가방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후 무리하게 아울렛 할인 채널을 확대하면서 브랜드 가치가 희석됐다. 2000위안(약 43만원) 이하의 대형 토트백 제품들이 ‘가성비 엄마 가방’ 이미지로 소비되며 젊은 층과는 멀어졌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 속에서 젊은 소비자들은 더 이상 비싼 명품 브랜드의 ‘끼워팔기식 구매 시스템’에 열광하지 않는다. 수천만원짜리 가방을 사기 위해 원치 않는 제품까지 함께 구매해야 하는 방식에 회의감을 느끼면서 실용성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로 이동하고 있다.
실제로 에르메스(Hermès), 셀린드(CELINE), 펜디(Fendi) 등 유럽 명품 브랜드들은 최근 몇 년간 가격을 크게 올렸다. 업계에서는 일부 제품 가격이 사실상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코치는 핵심 제품 가격대를 200~500달러 수준으로 유지하며 중산층과 사회초년생 소비자를 흡수했다.
제품 전략도 달라졌다. 최근 코치는 과거 상징이던 거대한 ‘C’ 로고를 줄이고 미니멀 디자인을 강화했다. 줄리엣(JULIET), 브루클린(BROOKLYN), 블리커(BLEECKER) 등 신제품 라인은 브랜드 로고를 거의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 스타일을 채택했다. 동시에 공룡 캐릭터 장식, 패치워크 디자인 등을 활용해 Z세대 취향도 적극 반영했다.
특히 공룡 캐릭터 ‘렉시(Rexy)’ 출시 10주년을 기념한 브루클린(BROOKLYN) 28 한정판은 6950위안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완판됐다. 기본형 브루클린 28 모델 가격이 2650위안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코치는 온라인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抖音) 공식 계정 팔로워 수는 이미 200만명을 넘어섰으며, 라이브커머스 방송도 동시에 여러 채널에서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인기 가수 단이춘(单依纯)을 글로벌 모델로 발탁하고 젊은 연예인들과 잇따라 협업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젊게 바꾸고 있다.
다만 코치의 앞날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최근 중국 토종 브랜드들이 빠르게 성장하며 새로운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중국 여성 가방 브랜드 산샤요송(山下有松, Songmont)과 추전(裘真) 등이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심플하고 중성적인 디자인, 그리고 1000~2500위안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코치 고객층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실제로 코치 스타일과 유사한 산샤요송 숄더백은 할인 후 1588위안에 판매되며 3000개 이상 팔린 반면, 4250위안짜리 코치 제품은 판매량이 수백 개 수준에 그쳤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몰의 지난해 쇼핑 행사 판매 순위에서도 산샤요송과 추전이 코치를 제치고 상위권에 오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결국 코치와 중국 토종 브랜드들이 함께 유럽 초고가 명품 시장의 거품을 흔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토드 칸(Todd Kahn) 코치 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20년 전만 해도 유럽 명품 가격은 코치의 2배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10배까지 벌어졌다”고 말했다.
한때 중산층 여성들의 ‘입문용 명품’으로 불렸던 코치는 이제 Z세대의 새로운 일상 럭셔리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중국 로컬 브랜드의 거센 추격 속에서 이 반등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종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