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외한국학교 이사장들, 국회서 한목소리 “12년 해외 이수 학생도 무상교육 받아야”
전 세계 한국학교 34개교, 학생 1만3000명 무상교육에 1300억원 예산 소요
전 세계 재외한국학교 이사장들이 유치원·초등 무상교육 도입을 요구하며 국회 앞에 모였다. 재외 한국학교 이사장협의회는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해외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무상교육·무상급식 혜택에서 배제돼선 안된다”며 국가적 책임 강화를 촉구했다. 현재 전 세계 34개 한국학교에서 약 1만3000명의 학생과 1300여 명의 교직원이 정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무상교육·무상급식 혜택은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이번 기자회견은 국회 교육위원회 백승아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이사장협의회가 공동 주최했으며, 중국·베트남·싱가포르 등 16개국 34개 한국학교를 대표하는 이사장 10여 명이 참석했다.
“재외한국학교는 해외의 작은 대한민국”
이사장들은 재외한국학교가 국가가 직접 설립한 공교육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재정의 상당 부분을 학비와 한인사회 기부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사장협의회 이상철 회장(소주한국학교 이사장)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재외동포 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다시 묻고 싶다”며 “국내에서는 고교까지 무상교육을 시행하면서 정작 해외 유치원·초등학생은 지원에서 제외하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학부모 개인의 희생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학교 운영을 지속할 수 없다”며 700만 재외동포가 해외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온 만큼, 그 자녀들이 받는 교육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학교들 “연간 학비 1000만 원 넘어… 다문화 자녀 가장 취약”
중국 지역 이사장들은 학비 부담의 심각성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천진한국국제학교 박후제 이사장은 “재외한국학교 연간 학비가 1000만 원을 넘는 곳도 적지 않아 한국의 사립대 등록금보다 비싸다”고 말했다.
재학생 절반 가까이가 다문화 가정 자녀이며, 이들 대다수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황이다. 박 이사장은 “학비 부담으로 로컬학교에 다니며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잃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국적·정체성 단절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전 세계 재외한국학교 학생 1만3000명을 모두 무상교육하는 데 약 1300억 원이면 충분하다”며 “국가 재정 규모를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 이사장협의회는 ▲유치원·초등 무상교육 도입 ▲학교 운영비 공적 지원 확대 ▲다문화·저소득층 학생 지원 강화 등 국가 차원의 대폭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국회 세미나에서도 “예산 확대” 한목소리
기자회견 직후, 국회에서는 ‘재외 한국학교 발전 방향과 과제’ 세미나가 이어졌다. 교육부 재외교육지원담당관실과 재외교육지원센터가 2026년 예산안과 주요 사업 계획을 설명했으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도 참여해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행사를 주관한 백승아 의원은 “해외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교육받을 권리가 제한돼서는 안 된다”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한국인 정체성을 지켜내고 있는 재외동포 자녀들에게 정부 예산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재외동포청은 2026년도 예산안이 올해보다 2%(21억원) 증액된 1,092억원으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4일 밝혔다.
고수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