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외선거제도 개선, 한국어교육 협의체 구성, 귀환동포 정착 지원, 동포인증제 등 재외동포정책 추진

[사진= 상하이 방문한 김경협 재외동포청장]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일정에 동행한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은 지난 6일 상하이에서 현지 경제인들과 간담회를 열고 한중 경제 협력의 새로운 가능성과 재외동포 경제인들의 역할을 짚었다. 이어 7일에는 대한민국임시정부청사와 주요 독립운동 유적지를 참관했다. 방문 일정을 마친 뒤 김 청장을 만나 국민주권 정부 출범 이후 재외동포 정책의 방향과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재외동포청은 2023년 6월 출범했다. 김경협 청장은 이재명 정부의 첫 재외동포청장으로, 지난해 9월 취임했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그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정보위원회, 남북경협특별위원회 등에서 활동한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다. 특히 재선 의원이던 2017년에는 재외동포청 신설을 골자로 한 ‘재외동포기본법’을 대표 발의한 바 있어, 제도 설계 단계부터 재외동포 정책에 깊이 관여해 왔다.
재외선거 우편·전자투표 추진
“완벽한 제도는 없다… 리스크 감수할 결단 필요”
최근 재외국민 사회에서 참정권에 대한 인식은 크게 높아졌지만, 이를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제도는 여전히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광활한 지리적 특성과 현지 정부 방침으로 인해 영사관이나 공관 내에서만 투표가 가능해, 투표 참여 자체가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와 관련 이재명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열린 재중 한국인 간담회에서 재외선거제도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물었다.
이에 김경협 청장은 “재외국민이 투표에 참여하기 쉽도록 하려면 투표 방식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며 “현실적으로 비용 부담이 비교적 적고 접근성이 높은 방식이 우편투표와 전자투표”라고 밝혔다. 현재 이 사안과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회 간 협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제도 도입을 둘러싼 우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대리투표 가능성, 국가별로 상이한 우편 인프라, 부정선거 논란 등이 주요 쟁점으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김 청장은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어떤 제도든 리스크 요인은 존재하며, 중요한 것은 그 위험을 이유로 제도를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감수하면서 도입할 결단과 의지가 있는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전자투표와 관련해 “각 정당은 이미 모바일 ARS 투표를 통해 당 대표나 공직 후보자를 선출하고 있으며,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친 시스템도 실제로 운영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공직선거에는 적용되지 않는 현실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앙선관위가 최근 부정선거 의혹 제기에 부담을 느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도 현실적인 고민으로 언급했다.
재외선거 개선, 공청회 통한 사회적 합의 추진
김 청장은 우편·전자투표 도입 논의를 멈출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국회에서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공청회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법안소위원회 심사 과정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린 만큼, 공청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선거제도는 특정 집단의 이해가 아니라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재외국민 투표소 확대, 추가 투표소 설치, 순회투표제 도입 가능성도 함께 언급하며 “선관위 역시 원칙적으로는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전했다. 김 청장은 “대선이나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제도 개편은 더 어려워진다”며 “가능한 한 선거 일정과 거리를 둔 시점에 논의를 마무리해야 합의도 수월하다”고 덧붙였다. 재외국민 참정권 보장을 위한 선거제도 개선이 이제 결단의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분명히 한 발언이다.

‘한국어 교육 협의체’ 통해 통합 논의 예고
현재 재외 한국학교는 교육부, 세종학당은 문화체육관광부, 한글학교는 재외동포청이 각각 담당하고 있어 대상과 교육 목적, 교과 과정이 서로 다른 구조다. 김 청장은 “각 제도가 지향하는 바와 전문 영역은 분명히 다르지만, 인프라·교재·교사 연수 등은 충분히 함께 논의하고 조정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부 내에 ‘한국어 교육 협의체’를 구성해 부처 간 협의를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청장은 “협의체에서는 시설과 인프라의 공동 활용, 교재 개발, 교사 초청 연수 등을 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불필요한 중복과 예산 낭비를 줄이면서도, 각 기관이 가진 전문성은 존중하는 방향으로 조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체성 교육으로서의 한글학교와 제도 교육으로서의 한국학교는 성격이 다른 만큼, 무조건적인 통합이 아니라 ‘역할 분담과 협력’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내 한글학교, 현지 법령 존중 우선
“합법성·민관 역할 분담이 해법”
중국 내 한글학교 운영이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김 청장은 “문제의 핵심은 정치적 판단 이전에 제도와 법령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중국 당국의 단속 배경으로 ▲미등록 상태에서의 수업료 징수 ▲한국 교재 사용 ▲중국 국적 학생 수용 문제 등을 꼽으며, “이러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상하이를 비롯한 지역에서 조선족 주말학교 운영이 위축된 현실에 대해 “현지 법령을 존중하는 접근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그는 “이미 현지에서 합법적으로 등록돼 있는 법인이나 단체 산하로 한글학교를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 국적 동포, 즉 조선족 학생을 받는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가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인 만큼, 이 부분은 조선족 사회가 운영하는 교육 영역과 일정 정도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청장은 정부 예산 지원 문제 역시 민감한 쟁점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외국 정부의 직접적인 예산 지원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며 “재외동포청 출범 당시부터 정부 기구와 민간 기구의 역할을 일정 부분 분리하는 지원 체계를 고민해 왔다”고 밝혔다. 현재는 정부가 전면에 나서기보다, 민간 중심의 구조 속에서 지원 방식을 설계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라는 설명이다. 김 청장은 “이 문제는 중국에만 국한된 특수한 상황”이라며 “조선족 사회가 한글과 문화를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는 분명한 만큼, 현실적으로 가능한 통로를 찾는 데 정부도 계속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귀환 동포 정착 지원, “적응 창구조차 없는 이들에 초점”
김경협 청장은 최근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귀환 동포 정착 지원 정책’에 대해 “이 정책은 모든 재외동포를 포괄하는 제도가 아니라,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기 어려운 가장 취약한 귀환 동포들을 위한 최소한의 국가 책임”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지원 대상은 주로 외국 국적을 가진 동포들로, 사할린 동포, 고려인, 조선족, 일본 원폭 피해 동포, 국적을 얻지 못하고 귀환한 입양 동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에 김 청장은 “이들은 한국에 돌아와도 언어, 제도, 생활 전반에서 정착을 도와줄 다른 기구가 사실상 없다”며 “출신 지역과 개인의 조건이 모두 달라 획일적인 지원이 아니라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귀환 동포 정착 지원은 제도적 한계도 안고 있다. 김 청장은 “법적으로는 귀환 동포 정착 지원이 재외동포청의 의무로 규정돼 있지만, 현재 전담 조직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법무부와 협의를 이어왔으나, 법무부가 향후 이민청 신설을 염두에 두면서 논의가 지연돼 왔다는 것. 이에 따라 재외동포청은 당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임시 조직 형태로 업무를 시작했지만, 김 청장은 “임시 체계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재외동포기본법이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만큼, 이를 통과시켜 국내 전담 조직을 안정적으로 구축해야 제대로 된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청장은 장기 해외 거주 후 한국으로 돌아오는 교민들이 느끼는 정착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는 “20~30년 해외에서 살다가 귀국한 교민들도 적응이 쉽지 않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귀환 동포 정착 지원 정책의 대상은 이미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분들이 아니라, 국적이나 제도 접근 자체가 어려운 경우”라고 설명했다. “귀환 동포 지원은 언어, 취업, 교육, 건강보험 등 기본적인 사회 진입 자체가 막혀 있는 경우를 전제로 한다”는 것.
국적을 보유한 귀국 교민의 경우 법적으로는 내국인과 동일한 권리와 제도를 적용받기 때문에, 별도의 귀환 동포 지원 정책을 설계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20~30년 해외 장기 거주 후 귀국하는 교민들 경우에도 취업, 교육 등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에서 정책적으로는 다른 차원의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설립 3년 차 재외동포청, “가장 시급한 과제는 ‘소통 회복’”
김경협 청장은 재외동포청 설립 이후 3년이 채 되지 않은 현재를 “성과와 한계가 동시에 드러나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 기구로 출범하면서 정책의 안정성과 지속성이라는 장점이 생긴 반면, 예산 집행과 지원 절차는 훨씬 까다로워졌다”며 “이 과정에서 동포사회가 느끼는 답답함과 불만도 커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과거보다 소통이 어려워졌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언급하며, “무엇보다 먼저 회복해야 할 것은 동포사회와의 신뢰와 소통 체계”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재외동포청은 동포 전담 영사 제도를 단계적으로 확충하고 있으며, 동포 밀집 지역에는 동포청이 직접 인력을 파견하거나 재외공관 영사가 겸임 형태로 동포 업무를 맡도록 하고 있다. 김 청장은 “겸임 영사들을 위한 동포 업무 매뉴얼도 마련 중”이라며 “누가 맡더라도 일정한 기준과 방향 속에서 동포 업무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동포인증제 추진 “DB 구축·공공외교까지 함께 설계”
김 청장은 재외동포 정책의 방향을 ‘일방적 지원’이 아닌 ‘동반자 모델’로 전환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현재 가장 큰 한계 중 하나는 동포 DB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다는 점”이라며 “재외국민 등록제는 등록률이 낮고, 외국 국적 동포나 무국적 동포는 제도 밖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재외동포청은 ‘동포 인증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김 청장은 “동포 인증제를 통해 출입국, 비자, 국내 체류와 생활에서 일정한 편의를 제공하는 동시에, 기본적인 동포 DB를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가별 제도와 환경이 다른 현실을 고려해, 민관이 역할을 분담하는 지원 체계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김 청장은 동포사회의 역할을 ‘정책 수혜자’에 머무르지 않고, 공공외교의 주체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회 민주주의가 발달한 국가에서는 동포사회가 직접 비자 제도나 권리 관련 법 개정 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미 미국, 캐나다, 유럽, 중국 등지에서 동포 단체들이 한반도 평화,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공공외교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북한 방문이 가능한 국가의 동포들이 준비 중인 평화 교류 사업, 미국 동포들이 연방의회에서 한반도 평화법 지지 서명을 이끌어내는 활동도 그 사례다. 김 청장은 “모국의 위상은 곧 동포의 위상이고, 동포의 위상은 다시 모국의 위상으로 이어진다”며 “앞으로 재외동포청은 동포를 지원의 대상이 아닌, 함께 가는 동반자로 삼아 정책을 설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전남 장흥 출신인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은 성균관대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대학 시절 민주화운동으로 투옥된 이력이 있다. 이후 부천지역 금속노조위원장을 지냈고,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대통령비서실 사회조정비서관을 거쳐 2012년 경기 부천 원미갑에서 출마해 세 차례 연속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고수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