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범의 차이나 이노베이션 현지중계석]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3월. 필자는 상하이에 체류 중이었다. 정확히 3월18일부터 5월31일까지 74일 동안 ‘봉쇄’라는 특별한 경험을 한 바 있다. 이 기간 동안 매일 자체적으로 신속항원검사를, 1~2일에 한번은 핵산검사(PCR)를 받아야 했다. 확진자가 급속히 증가하던 ‘22년 4월, 특이하게도 그날은 핵산검사 후 검사자 전원에게 2가지 약을 나눠주었다. 약명은 ‘렌화칭원캡슐’(连花清瘟胶囊)과 ‘렌화칭원과립(连花清瘟颗粒), 제약사는 이링약업(以岭藥業), 중성약(中成藥, Chinese patent medicine)이었다. 코로나 치료제도 아닌 중약을? 의아했다.
코로나19 초기, 백신도 치료약도 없는 시기에는 개인의 건강과 면역력이 중요했다. 중국 정부는 전략적으로 중약을 활용하였다. 백신과 치료약이 등장한 후에는 시너지효과를 강조하였다. 치료에 양방과 중방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모택동의 ‘중서결합’(中西結合) 정책을 코로나19에도 적용한 것이다. 이후 구체화된 코로나19 중의약 진료방안을 발표하면서 48개의 중성약이 추천되었다. 중국은 왜 이렇게 중의약에 대해 진심일까.

[사진=중성약 ‘롄화칭원캡슐’]

[사진=타미플로 원료 팔각회향]
천연물신약과 역약리학(reverse pharmacology)전략
2002년 11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전세계를 강타했을 때 치료약은 타미플루였다. 타미플루는 1996년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 사이언시스가 개발한 인플루엔자 치료제 오셀타미비르(Oseltamivir)의 상품명이다. 중국의 전통 향신료인 팔각회향(八角茴香), 학명 스타아니스(star anise)라는 목련과 상록수의 열매에서 화학적으로 추출한 시키미산(酸)이 원료이다. 시키미산은 팔각회향 열매를 6~8개월 동안 10가지의 복잡한 인공합성 과정을 통해 만든다.
2015년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중국 투유유 중의과학연구원 교수는 개똥쑥이라는 식물에서 학질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 치료제인 ‘아르테미시닌’을 발견한 공로로 수상하였다.
타미플루나 아르테미시닌 등의 제품화는 역약리학(Reverse Pharmacology) 방식이다. 즉 전통 생약재를 현대 과학으로 재해석하여 천연물신약을 개발하려는 전략으로, 전통 생약재와 처방을 토대로 활성물질규명과 전임상/임상연구를 통한 약물후보군 또는 처방군을 개발하는 방법이다. 이미 경험적으로 안전성과 임상 효능이 입증된 전통 생약재를 활용하므로 합성신약의 초기개발프로세스와 반대로 진행한다는 의미이다. 즉 화타, 장중경 등의 중약은 1800여년 동안 중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이미 임상이 되었고 거꾸로 의학적 성분과 과학적 원리의 신약개발 프로세스의 앞 단을 규명하는 이른바 ‘clinics-to-laboratories’를 말한다.
개발비용 및 소요기간을 합성신약 개발보다 절감할 수 있어 만성질환군의 치료제개발에 최적의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일반 합성신약은 평균 10∼15년, 1억∼1.5억 달러가 투자되는 반면, 전통 생약재를 활용할 경우, 소요기간은 5∼6년, 개발비는 2백만∼2천만 달러로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성약 개발을 통한 천연물신약 시장 활성화
중성약은 중의약 이론 하에 중약재를 원료로 하여 규정된 처방과 생산기술, 품질표준에 따라 생산된 제재를 말한다. 알약, 환약, 가루약, 연고, 캡슐, 주사제 등 현대적인 제형으로 가공한 제품이다. 중국은 중성약 개발에 ‘Reverse Pharmacology’ 추진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적용이 가능한 이유는 광대한 규모의 중의약 인프라에 있다. 2024년 기준, 전국의 중의 관련 병원 수는 6,397개, 중의문진부는 4,456개, 중의진료소는 63,291개, 전국 90%이상의 종합병원에 중의과가 개설되어 있다. 중의약 관련 전문연구기관 39개, 중의약대학 42개, 중의약 진료 연인원은 16억 8,186만 명, 69개 중의약 관련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다. 다양하고 광범위한 임상경험을 DB화하여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중국은 넓은 영토를 가졌다. 약용식물 18,817종으로 방대한 자원이 구축되어 있다.
2015년 이후 중국 정부는 중의약에 대한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많은 중성약을 의료보험목록 및 정부조달구매에 포함시킴으로써 지원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2025년 12월 현재 의료보험목록에 지정된 서방약은 1,446종, 중성약은 1,335종으로 큰 차이가 없다. 방대한 자원과 지원정책으로 중성약의 신약개발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중성약 개발의 새로운 방향성
최근 중국은 중성약 관련하여 새로운 경향을 보여주고 있는데 가장 큰 특징은, 배방과립(配方顆粒)의 발전이다. 중약을 양약처럼 제형화한 중성약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중약을 미리 달여서 가루약으로 만든 뒤 개인의 특성과 질병 이력, 병의 차도에 따라 즉시 처방약을 조제해주는 신개념의 한방제제다. 특히 AI와 결합시켜 중약 글로벌화를 가속화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로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중성약의 온라인 판매이다. 일반약(OTC)으로 지정 받은 중성약은 ‘경동방대약방’ 같은 각종 온라인 약품판매 플랫폼을 통해 직접 구입하고, 처방약은 의사처방전을 업로드해 구입함으로써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자금이 풍부해진 대표적인 중성약 업체들은 연구개발 투입을 대폭 늘리면서 신약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약의 전략산업화 추진에 있어서 핵심 기업(actor)들을 살펴보면 혁신중약 개발에 이링약업, 캉옌약업, 텐스리、팡성제약, 과립배방 신개념 중약개발에 중궈중약, 홍르약업, 화룬산지우, 포츠제약, 션웨이약업 등이다.
최근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 CCDC)는 호흡기 감염병 발생률이 높은 시기에 접어들었고 전체적인 감염 확산세가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작년에 유행했던 A1H3N1과 다른 A1H3N2형이 주요 유행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홍성범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박사(과학기술정책전공)를 취득했고 상하이복단대 객좌연구원, 상하이델비즈컨설팅 대표로 재직 중이다.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장(베이징), 한·상하이글로벌혁신협력센터장, STEPI명예연구위원, 혁신클러스터학회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정책조정전문위원, 칭화대학 고급방문학자를 역임했다. 중국의 혁신역량과 기술경쟁력에 대해 35년째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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