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헤이롱장 하얼빈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자행한 일본군 731부대의 실상을 그린 영화 ‘731’이 개봉 첫날 2억 관객을 동원하며 중국 영화사를 새로 쓰고 있다.
18일 극목신문(极目新闻) 등 현지 언론은 자오린산(赵林山) 감독이 연출한 영화 ‘731’ 개봉 첫날인 18일 오후 7시 53분 기준, 하루 박스오피스가 3억 위안을 돌파하며 중국 영화사상 단일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영화 ‘731’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전세를 뒤집기 위해 헤이롱장 하얼빈 핑팡(平房)구에서 세균전 연구를 진행한 만행을 다루고 있다. 일본 731부대는 1937년부터 1945년까지 중국 여러 지역과 동남아 지역에서 생체실험을 자행해 약 3000여 명의 중국, 한국, 러시아 민간인을 학살하며 역사의 어두운 장을 남겼다.
영화는 1931년 만주사변이 발생한 9월 18일 개봉했다. 극장 관계자들은 영화의 특별한 의미를 담아 첫 회 상영 시간을 9시 18분으로 정하고 과거의 교훈을 잊지 말자는 의미인 ‘경중장명(警钟长鸣, 경종이 길게 울린다)’ 표기를 달았다. 일부 관객은 영화관 9열의 18번 좌석을 예매한 인증샷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자오린산 감독은 이날 오후 베이징 잉황(英皇) 영화관에서 “10년에 달하는 창작 과정 중 방대한 사료를 마주하며 어떻게 핵심 내용을 찾아내고 영화 형식으로 나타낼 것인가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면서 “같은 소재의 영화는 역사적 장면과 사실 중심으로 제작되어 관객에게 공포의 기억을 남겼지만, 조각난 방식을 버리고 더 따뜻하고 희망적인 방법으로 역사를 이야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역사는 절망으로 가득차 있으나, 절망의 끝은 희망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 영화는 인간의 어려움을 보여줘 관객들에게 당시의 절망과 오늘날의 행복 사이에 중요한 연결고리를 깨닫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 ‘731’은 18일 호주, 뉴질랜드에 동시 개봉했다. 이어 19일 미국, 캐나다를 비롯해 다른 국가 및 지역도 순차적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자오 감독은 이날 “나의 가장 큰 바람은 이 영화가 일본 시장에 정정당당하게 진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화를 관람한 중국 현지 관객과 누리꾼들은 무거운 심정을 전했다. 17일 하얼빈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일부 관객들은 관람 도중 고개를 떨구고 얼굴을 감싸며 눈물을 닦는 등 참담한 심정을 표현했다.
이날 장(张) 씨는 “보기 두려웠지만 용기를 내어 가장 첫 회로 보러 왔다”면서 “끔찍한 역사와 생체실험에 숨진 3000여 명의 피해자들 한 명 한 명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를 본 누리꾼들은 “보기 두렵지만 꼭 봐야 하는 영화”, “역사를 잊은 자에게 미래는 없다”, “동북 사람으로 영화가 더욱 깊이 와 닿았다”, “731부대의 만행을 결코 영원히 잊지 않을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민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