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국의 전통 및 일반 의약품이 해외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다양한 ‘비공식 사용법’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베르베린(黄连素)을 다이어트 보조제로 활용하거나, 치질 연고를 눈가에 바르는 등의 사례가 퍼지면서 전문가들이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13일 인민일보(人民日报)에 따르면, 최근 중국산 대표 의약품인 베르베린이 해외에서 체중 감량과 대사 조절에 도움을 주는 ‘건강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마잉롱(马应龙) 치질 연고, 풍유정(风油精) 등도 SNS를 통해 확산되며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치질 연고를 다크서클 개선에 활용하거나, 풍유정을 접착제 제거 용도로 사용하는 등 본래 용도를 벗어난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 베이징중의약대학 약학과 루양(陆洋) 교수는 “이러한 사용법을 ‘초적응증 약물사용(超适应证用药)’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초적응증 약물사용이란, 임상 진료에서 의사가 환자의 실제 병증에 따라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약물의 공식적인 적응증(승인된 효능·효과)을 벗어나 약물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약이 특정 암 치료제로 승인되었지만, 의사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다른 암이나 질환에 사용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현재 유행하는 방식은 치료 목적이 아닌 생활용품처럼 약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베르베린의 경우 원래 설사 치료 등에 사용되는 성분으로, 현재는 대부분 합성 의약품 형태로 유통되고 있다. 해외에서 알려진 다이어트나 혈당 조절 효과는 주로 세포 실험이나 동물 연구에 기반한 것으로, 인체에 대한 충분한 임상 근거는 부족한 상황이다.
마잉롱 치질 연고 역시 최근 눈가 피부 개선 용도로 주목받고 있지만, 이는 과거 궁중에서 사용되던 안연고의 성격에서 일부 유래된 측면이 있을 뿐, 현재의 공식적인 사용 목적과는 차이가 있다. 풍유정 또한 벌레 물림 완화 등으로 널리 쓰이지만, 접착제 제거 효과는 성분 중 휘발성 용제 때문으로, 의약품 본래의 사용 범주와는 무관하다.
이러한 중국 의약품이 해외에서 빠르게 확산된 배경에는 비교적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라는 점과, 다양한 작용을 하는 성분 특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효과가 있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사용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특히 경구용 약물의 무분별한 사용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베르베린은 체내 흡수율이 낮고,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작용 메커니즘이나 안전한 복용 기준은 확립되지 않았다. 장기간 임의 복용할 경우 위장 장애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의약품의 본질은 질병 치료에 있으며, 미용이나 생활 편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 의약품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중의학과 전통 의약의 실용성이 인정받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일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올바른 사용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루양 교수는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거나 승인되지 않은 사용법을 무분별하게 따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드시 설명서에 따라, 적응증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종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