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 공감 한 줄]
영혼 한 자루의 무게
이어령의 ‘지성에서 영성으로’
‘의문은 지성을 낳지만, 믿음은 영성을 낳습니다.’
한국 현대판 통섭의 지성인으로 불리는 이어령, 차디찬 이성의 펜대를 놀려 수많은 사람들에게 숨통을 막히게 했고, 숨통을 뚫어 주었다.
하루 종일 연구실에서 자판을 치면서 날카로운 지성의 바벨탑을 쌓아 올렸다. 그는 이 지성이’자기를 지켜주는 굳건한 성벽’이라고 믿고 왔다. 지성의 날카로운 검을 유지하려면 뜨거운 열정과 차디찬 이성은 필수불가결하다. 그는 열정과 이성의 사이를 교묘하게 질주하면서 차디찬 이성을 유지하여 왔다. 극도로 자기 조정 할 수 있는 초능력 소유자였다.
그는 가족에게도 이성으로 대했다. 그의 외동딸 민아는 항상 아빠가 책상에 앉아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 허겁지겁 뭔가를 하는 모습을 보며 자라왔다. “우리아빠는 항상 바빠, 그래서 나하고 약속을 하여도 그것을 지킬 수가 없어”고 미리 체념하면서 그녀 역시 지성의 완벽에 다닫라기 위해서 몸부림쳤다. 이화여대 수재로 영어와 불어를 일찍 마스터하고 미국에 가서 법학을 공부해 검사, 변호사로 활동해 왔다. 미국에서 성공한 한인 여성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 그에게 암이 찾아온다. 그리고 아들이 집중을 방해하는 병에 걸려 아들을 안고 이 병원 저 병원 쫓아다니며 아들 치료에 온 몸을 바친다. 설상가상 이혼을 하여 몸과 마음이 완전 지친 상태에서 그는 진정으로 하나님을 만나고, 예수님을 만나 내가 왜 사는 지에 대한 인생의 미스터리를 푼다. 그녀는 기뻐 날뛴다. 그는 그가 만나 예수님을 아버지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런 와중에 그녀는 또 한차례 고난이 찾아온다 ‘망막박리’이라는 희귀 병으로 점점 시력을 잃어 시력장애자가 되는 위기에 놓인다.
지성으로 똘똘 뭉쳐져 있는 저자도 자식의 아픔에 무릎을 꿇고 무신론자의 기도를 드린다. 하나님 이 찬란한 빛과 아름다운 풍경. 생명이 넘쳐나는 이 세상 모든 것을 당신께서 만드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왜 당신의 딸 민아에게 빛을 거두려 하십니까? 기적을 내려달라고 기도 드리지 않겠나이다. (중략) 만약 민아가 어제 본 것을 내일 볼 수 있고 오늘 본 내 얼굴을 내일 또 볼 수 만 있게 해주신다면 저의 남은 생을 주님께 바치겠나이다. 아주 작은 힘이지만 제가 가진 것이라고는 글을 쓰는 것과 말하는 능력밖에 없사오니 그것이라도 좋으시다면 당신께서 이루시고자 하는 일에 쓰실 수 있도록 바치겠습니다. (본문 중)
그 후 민아는 눈이 기적같이 회복된다. 신은 있었지만 나하고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여 온 저자는 딸 눈의 회복은 우연이 아닌가 하는 의심쩍은 마음으로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도대체 이성으로는 설명이 안되었다. 그에겐 이성으로 설명이 안 되는 것은 받아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자식의 고통을 그냥 보고 있을 수 없어 뭔가라도 해야만 하는 것이 지성으로 똘똘 뭉친 이어령이었고, 그도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기도했다. 부모의 심정은 다 같은 모양이다.
예전에 나도 어머니를 모시고 전도를 위하여 교회를 간 적이 있었다. 평생 절에 다니신 어머니는 “너만 잘 된다면 뭘 못해주겠니”라고 말씀하셨다. 이어령도 딸 민아에게 “너만 행복하다면 뭘 못해주겠니”하고 약속을 한다. 나는 이 책에서 민아의 시련과 사랑, 헌신으로 저자가 하나님을 만나는 과정을 진솔하게 말하는 육성보다는 나의 어머니의 육성이 들렸다. 뭔 가라도 하나 더 해 줄려고 하는 나의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만 잘 된다면 뭘 못해주겠니.”
신앙을 넘어서는 부모의 사랑이 보였다.
▷상하이작가의방
윤형건(yoon_bam@126.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