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속 일하며 살아가는 삶에 대하여
27년간 기자로 일하다가 어느 날 충동적이고 갑작스러운 퇴직을 한 저자는 재취업에 번번이 실패하고 절망의 끝에서 ‘막노동’을 하게 되었다. 데스크에 앉아 펜대 굴리던 화이트칼라가 하루아침에 ‘노가다 꾼’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자신의 삶은 막노동 이전과 막노동 이후로 나눌 만큼 많이 변했다고. 노동의 가치, 노동자의 삶이 존중받지 못하는 시대에도 ‘땀은 정직하다.’는 말을 매일 온몸으로 증명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곳에서 만났다고 한다.
퇴직 후 그는 주방보조로 취업을 해 설거지를 담당했다. 한여름에 고무장갑이 녹아내릴 정도로 뜨거운 물에 손을 담그고 하루 2,000~3,000인분의 그릇을 닦았다. 이후 경비원을 해보려고 평생교육원에서 민간 경비 교육을 받고 경비원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취업은 쉽지 않았다. 결국 그는 대기업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건설 현장에서 그가 경험한 빡세고도 땀 냄새 흠뻑 담긴 경험들이 담겨있다. 중년의 퇴직과 재취업의 냉혹한 세계, 조직적이고 체계적이고 분업화된 건설 현장의 리얼리티, 일이 서툴고 현장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을 몰라 무시당한 서러움, 일을 마치고 삼삼오오 모여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면서 지친 육체를 달랬던 시간, 막노동으로 알뜰살뜰 돈을 모아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연, 자신의 변화와 성장 등의 내용이 있다.
“사람들은 막노동판을 무시만 할 뿐, 실상은 잘 모르고 있다. 실제 그 속에서 밥벌이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관심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잘못된 인식을 오랫동안 답습해 온 대로 막노동이라는 일을 폄훼하고 하대한다. 이런 일련의 학습효과가 노동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막노동꾼들 또한 우리의 이웃이자 가족이다.”
“오랜 세월 동안 흰 와이셔츠를 다려 입고 기자로 살아왔지만, 막노동꾼으로 살았던 몇 번의 계절이 나에겐 더 값진 흔적으로 남았다. 이건 상처가 아니라 훈장 같은 것이다. 마치 아무짝에도 쓸모없던 중년의 남자가 취업난을 이겨내고 삶의 팽팽한 현장으로 뛰어 들어가 다시 쓸모를 찾은 느낌이다. 인생의 멋진 변주다.”
노동의 가치, 궁극적인 행복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자, 고령화 시대 냉혹한 재취업 현실에 대해서도 고민을 던져준다. 앞으로의 우리는 어떤 노동 일지를 쓸 수 있을까.
김경은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