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행군이었다. 전쟁은 끝이 났고 나도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톨스토이는 이 긴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위해 살지만 모든 인류의 역사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무의식적인 도구가 되기도 한다”
“역사의 법칙을 연구하기 위해 우리는 관찰 대상을 완전히 바꾸어 황제와 대신과 장군은 가만히 내버려두고 대중을 지배하는 동질적인 무한의 요소들을 연구해야 한다.”
우리가 서유럽 중심의 역사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던 영웅 나폴레옹은 온데간데없는 듯 보인다. 그가 개인적 관심에 따른 영웅적 행위로 전쟁을 지속시켜 온 지휘관으로 묘사된 반면, 러시아의 지휘관 쿠투조프는 시대의 전번적 흐름을 이해하고 자신 개인의 이름보다는 많은 민중을 살리기 위한 대책을 간구한 인물로 그려진 것으로 보아 러시아 국민의 민족적 자긍심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보았다.
큰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 앞에서 그 관점을 영웅적 중심인물이 아닌 그 시기를 살아내는 민중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새로운 역사를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전쟁이 끝나면 바로 평화가 올 수 있는가를 놓고 볼 때 전쟁 후 피에르와 니콜라이의 관점 대립을 보면 느낄 수 있듯이 인간 내면에는 크든 작든 전쟁의 요소들이 잠재되어 있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힘의 섭리가 이끌어 가는 세계사의 방향 속에서 전쟁과 평화는 반복되어 왔던 것 같다.
전쟁의 참혹함과 고통 속에서도 삶에 대한 의지는 겨울을 딛고 피어나는 봄의 새싹처럼 불쑥 일어나고 또 그렇게 새로운 세대로 이어지는 개인들의 이야기가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려 가며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며 만들어낸 이 대서사시의 에필로그에서 그려지는 나타샤와 피에르의 결혼 생활을 보며, 특히 격동의 풍파 속을 고민하고 몸으로 부딪치며 감내하던 이상주의자 피에르의 남편으로서의 모습은 “행복은 작지만 평범한 현실에서 찾을 수 있다”는 그의 평생을 관통해 왔던 사상의 집합체인 듯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쟁 중이거나 그 위협 앞에 떨고 있는 모든 개인들에게 부디 삶의 의지를 놓지 말고 꿋꿋이 살아내기를 조용히 기도해본다. 그들도 우리도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포화의 근본적인 이유를 알지 못하고 알 필요가 있을까마는 중요한 것은 평화로운 삶이란 외형보다는 내면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정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