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서: The Brain: The Story of You
왜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는 걸까? 이런 의문이 들 때마다 문득 우리의 행동이 결국 뇌와 관련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리학이나 행동학을 이해하기 전에, 먼저 우리가 가진 뇌의 특성을 이해하면 많은 것들이 설명될 것 같았다. 이런 궁금증을 안고 이 한 장씩 읽어 나갔고 어려워 보이는 주제와는 달리 재미있게 각 챕터를 넘길 수가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특히 흥미로웠던 건 일상에서 경험하는 여러 현상이 뇌의 작동 방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시간 굴곡’ 현상. 위험한 상황에서 시간이 늘어지는 듯한 경험을 한다고 들었다. 이게 편도체의 활발한 작동 때문이라고 한다. 더 상세한 기억이 저장되다 보니 나중에 그 순간을 떠올릴 때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진다는 거다. 나중에 생존을 위해 이 순간들을 정말 미세하게 경험화 하여 기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읽다가 몇 년 전부터 빠져 있는 프리다이빙의 경험이 떠올랐다. 실제로는 1분남짓, 1분 30초 정도 잠수한 건데 마치 더 오랜 시간 동안 물속에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단순히 시간 굴곡 현상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오직 그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
책에서는 숙련된 기술이 자동화되면 “의식적 통제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오히려 더 완벽한 수행이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특히 “모든 통제권을 무의식에 넘기는” 상태를 “몰입의 상태”라고 설명하는데, 이는 프리다이빙의 본질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프리다이빙에서는 호흡을 참고, 수압을 견디며, 방향을 유지하고, 이퀄라이징을 하는 등 여러 가지 기술적 요소들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데, 초보자일 때는 의식적으로 통제하려 하므로 오히려 긴장하고 더 많은 산소를 소비하게 된다. 하지만 숙련된 다이버일수록 이런 모든 동작이 자동화되어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더 오래 버틸 수 있고 깊은 곳까지 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의식적인 생각이나 통제가 최소화되면서 신체는 가장 효율적인 상태로 움직이게 되기 때문이다. “릴렉싱”이 가장 큰 포인트인 프리다이빙과 관련하여 생각했을 때 ‘시간 굴곡’ 현상은 단순히 위험 상황에서의 편도체 활성화만이 아니라, 이런 깊은 몰입 상태와도 관련이 있을 것 같다.
도파민과 즉각적 만족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는 요즘 내 모습이 겹쳐졌다. 쇼츠나 릴스 같은 짧은 영상에 자꾸 손이 가는 이유가 이 도파민 시스템 때문이라는 것은 아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끊지 못하는 바로 그것. “지금”의 만족이 미래의 더 나은 선택을 방해한다는 걸 알면서도, 하루 종일 쇼츠를 보다가 혹은 위챗이나 카카오톡 대화를 하다가 정작 하려던 운동이나 독서, 다른 생산적인 일들을 미루게 되는 경험,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도파민 자체는 억제하는 것보다 건강한 방식으로 작동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결국 우리 뇌의 보상 시스템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구성하는 것이 핵심인데, 즉각적 보상보다는 장기적인 보상에 대한 새로운 예측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건 ‘차별적 공감’에 대한 설명이다. 요즘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면 세대 갈등, 성별 갈등, 정치적 대립이 심각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궁금했는데, 이것도 우리 뇌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분 짓고, 다른 집단에 대한 공감을 좀 더 차단하는 게 뇌의 기본 성향이라고 한다. 이런 뇌의 특성을 이용하여 선전하는 경우도 있음을 생각하고 경계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어렵고 전문적인 지식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이런 일상의 공감이 가는 수수께끼들을 풀어주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이해하게 해준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우리의 뇌가 계속해서 변화한다는 점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선택이 뇌를 바꾸고, 그 바뀐 뇌가 다시 우리의 경험을 만들어간다. 이 순환을 이해하고, 실패가 있을 수는 있지만 그 안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려 생각해 보고 노력함으로써 뇌와 함께하는 우리의 삶을 더욱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 새해를 맞이하여 개인적인 목표를 세우기 전 읽어보면 좋은 책인 것 같다.
박윤정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