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영화 산업은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을 중심으로 제작 방식 전반에 혁신적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1895년 세계 최초의 영화인 <기차의 도착>이 관객을 놀라게 했듯, 130년 후 AI 영화가 창작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AI는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즉시 시각화’를 통해 창작의 문턱을 대폭 낮추고 있다. 전통적으로 촬영·편집·시각효과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됐던 프로세스는 이제 AI 기반의 도구와 시스템을 통해 점차 효율성과 창작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영화 제작 방식 자체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상 제작 기술의 확산
중국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AI 기반의 가상 제작 시스템을 도입하며 현장 제작 효율을 높이고 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영상 플랫폼 ‘아이치이(iQIYI)’는 AI 기반 가상 스튜디오(virtual production) 기술을 활용해 영화 및 드라마 제작에 적용하고 있다.
2025년 11월 아이치이는 저장성 헝뎬(横店)에서 열린 가상 제작 오픈데이 행사에서, 자체 개발한 가상 제작 플랫폼 ‘iQStage’를 통해 시각효과와 가상 배경을 실시간으로 통합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감독과 촬영 스태프는 카메라 앞 LED 화면으로 실시간 합성된 배경을 확인하며 촬영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전통적인 녹색 스크린 방식보다 장면의 실감도를 높이고 리허설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이치이에 따르면 가상 세트와 디지털 자산을 활용할 경우 물리적 세트 제작 비용을 약 30%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저장성 헝뎬(横店)에서 열린 아이치이 가상 제작 스튜디오 오픈데이(출처: 바이두)]
아이치이는 2025년 가상 제작 프로젝트를 전년 대비 크게 늘리며 TV 드라마와 극장 영화에까지 해당 기술을 적용하고 있고, AI 기술이 콘셉트 디자인·3D 모델링·가상 환경 생성까지 제작 전 단계에 관여하고 있다. 중국 영화사들은 촬영 전에 가상 시뮬레이션을 하는 “디지털 리허설(가상 예비 촬영)”을 표준으로 삼고 있는데, 촬영 전 3D 컴퓨터 화면에 무대·인물·카메라 등을 세팅해 여러 버전을 실험해 보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실제 촬영 전에 연출·투자진이 완벽한 가이드를 공유할 수 있어 비용과 시간을 절감한다고 한다.
AI 기반 콘텐츠 생성과 창작 활용
AI 기술의 도입은 단순한 촬영 과정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AI 생성 콘텐츠(AIGC, AI-Generated Content)”가 시나리오 창작과 영상 자산 생성에 활용되는 사례도 나타났다. 또한 중국의 ‘클링 AI(可灵AI)’ 영화 공동 창작(Movie Co-Creation) 프로젝트는 여러 감독과 협력해 AI 기반 영상 생성 기술로 단편 영화 제작을 시도했다. 이 플랫폼은 이미지에서 영상으로 이어지는 자동 생성, 카메라 동작과 장면 구성 제안 등 기능을 제공하며 제작 효율과 창작 폭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5년 9월 열린 중국 서비스무역 박람회에서는 베이징대 연구팀의 ‘링후 AI(灵狐AI)’ 플랫폼이 시연됐다. 사용자가 주요 설정만 입력하면 20분 만에 4~6만 자 분량의 단편 극 대본을 자동으로 생성했다. 또한 항저우에 위치한 저장대에서는 AI를 활용한 영상 제작 수업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학생들은 AI 프롬프트를 활용해 만든 영상을 제출하는 과제를 수행하기도 한다.
AI의 후반 제작 혁신
칭다오의 동방영도(东方影都) 공원에는 이동식 150대 카메라 스캔 장치로 배우의 3D 모델을 만드는 설비가 설치됐다. 이를 통해 배우의 디지털 분신을 생성해 화려한 CG나 모션캡처 특수효과에 활용한다. 또한 AI 기반 더빙 시스템도 개발되었다. 해당 시스템은 감정 특성까지 학습해 모든 언어로의 자동 더빙이 가능하며, 배우의 음색·개성·감정을 최대한 보존한다. 기사를 접한 중국영화 AI 연구원장 마핑(马平)은 “AI 번역 더빙으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면서도 캐릭터의 음색과 감정을 살릴 수 있다”며, “AI가 작품의 국제 유통을 크게 앞당길 것”이라 평가했다.
[사진= 칭다오 동방영도(东方影都) 전경(출처: 바이두)]
제도와 산업적 변화
AI 기술의 활용이 늘면서 중국 영화 산업 전반에서도 작업 방식과 제작 구조의 변화가 점차 나타나고 있다. 가상 제작 등의 디지털 영상 기술은 세트 제작이나 야외 촬영, 장면 합성 등 기존 제작 방식의 일부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기술 변화는 제작 기간 단축·리허설 비용 절감·시각적 다양성 확장처럼 효율성과 창작 범위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한편, 업계가 창작자와 기술자 사이의 역할 협업 모델을 새롭게 정립해야 하는 단계로 들어섰다.
중국의 한 단편 드라마 제작비는 AI 전에는 회당 50~80만 위안이었으나, AI 도입 후에는 10~15만 위안 수준으로 떨어졌고 제작 속도는 20배 이상 빨라졌다. 실험적인 AI 단편 <맥수(麦收)>를 만든 중국의 자장커(贾樟柯) 감독은 “6분 동안 AI가 다중 공간 전환과 인물의 일관된 등장을 구현해 낸 것은 놀라웠다”라고 평가하면서도, “우리는 AI를 단순 도구가 아닌 협력자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자장커(贾樟柯) 감독의 AI 단편 <맥수>(출처: 바이두)]
그러나 업계에서는 창작 환경과 역할 변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AI가 창작 과정의 문턱을 낮추는 한편, 일부 창작자들이 AI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들에게 밀려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중국 내 일부 작가·배우들은 AI 도입이 저작권 침해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한다. 이런 목소리에 대응해 중국 영화계도 AI 규제와 윤리 가이드라인 논의를 시작했다.
마핑 소장은 “AI는 기술적 부분을 맡아주고, 사람은 창작에 집중하게 해준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업계는 AI를 도구로 활용하되 창작자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북경·상하이 등지의 영화 아카데미와 기업들은 신입 인재에게 AI 역량을 키우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기술 혁신이 여는 미래
중국 영화계에서 AI 기술의 도입은 제작 도구뿐 아니라 제작 방식과 산업 구조에도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가상 제작 기술을 활용하면 감독은 장면 배경을 즉시 확인하며 연출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스토리 제작진은 다양한 장면 구성을 사전에 실험해 볼 수 있다. 이처럼 AI 기반 기술은 현재 중국 영화 제작 과정에서 중요한 변화 요소로 자리 잡고 있으며, 앞으로 제작 효율과 창작 방식의 다양성을 더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은 중국 영화가 기존 제작 방식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제작 환경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생기자 박지원(저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