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쿵 하고 팔꿈치를 벽에 세게 부딪혔다. 순간 걱정은 되었지만, 바쁜 일정 때문에 까맣게 잊고 있었다. 며칠 후 팔꿈치에서 찌릿찌릿한 통증이 시작되었다.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낄 즈음 약국에 가서 파스를 샀다. 내 생애 첫 파스 구매였다. 팔목에서 팔꿈치 위까지 세로로 길게 두 개를 이어 붙였다. 파스의 쫀쫀함이 아픈 부위를 팽팽하게 잡아주니 금방이라도 나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사흘 연속 파스를 붙였다.


사흘째 저녁부터 팔 부위가 가렵기 시작했다. 무언가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어 파스 사용을 중단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파스를 붙였던 팔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며 작은 물집들이 생겨났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니 물집은 점점 커져 어떤 것은 콩알만 하게 어떤 것은 포도알만 하게 변해 있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집 앞 인민병원으로 향했다. 진물이 흐르는 환부를 붕대로 감싸고 진료실에 들어갔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 의사에게 환부를 보여주려 하자 눈살을 찌푸리며 말한다 ” 나는 이런 경우를 수도 없이 봤으니 보지 않아도 돼요.” 하며 손사래를 친다. 의사의 태도가 당황스럽긴 했지만 내가 봐도 흉측해서 이해하기로 했다. 의사가 처방해 준 약을 사흘 동안 먹었지만 전혀 좋아지지 않고 악화만 되었다. 결국 다시 병원을 찾아야 했다.


이번에는 50대 남자 의사에게 진료를 봤다. 지난번 여자 의사의 반응이 신경 쓰여 내가 먼저 ” 아주 징그러운데 보시겠어요?” 물으니 그는 나에게 “의사가 환부를 안 보고 어떻게 진찰합니까?” 하며 호통을 친다. 지난번과 다른 태도에 신뢰감이 솟아올랐다. 심각한 팔 상태를 확인한 의사는 이렇게 처방했다. “하루에 여덟 번씩 큰 거즈를 식염수에 적셔 환부에 붙이세요. 소독 효과와 함께 팔의 열이 내리고 물집이 사라질 것입니다. 상태가 안정되면 다시 오십시오 ” 나는 엄청난 양의 식염수와 거즈를 써가며 의사의 지시에 따랐다. 수포는 사라졌다가 다시 생기기를 반복했고 수포가 완전히 가라앉기까지 무려 두 달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내가 겪은 이 끔찍한 고통을 ‘파스 화상’이라고 한다. 원인은 권장 시간보다 오래 붙인 것과 저하된 면역력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은 어쩌자고 파스를 사흘 연속 붙였냐며 안타까워했다. 나 역시 파스 사용법조차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나의 무지함을 수없이 자책하고 반성했다. 참고로 파스 권장 사용 시간은 보통 8~12시간이며 동일 부위에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장시간 파스를 부착할 경우 피부 자극, 발진, 가려움증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상 반응이 나타나면 즉시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지금은 많이 좋아져 회복 중에 있다.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미칠 듯한 가려움과 싸우며 두렵고 외로웠다. 나의 오른쪽 팔은 마치 전쟁이 휩쓸고 간 폐허처럼 흉터투성이다. 앞으로 몇 년 동안은 반팔을 입기 어려울 것 같다. 멀쩡했던 팔이 이렇게 되니 몸에게 참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새해를 맞이하며 딸아이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엄마, 죽음의 순간까지 내 옆을 지키는 건 나 자신이야. 이것이 내가 소중한 이유야. 그러니 엄마도 자신을 사랑했으면 좋겠어” 아이의 말을 듣고 올해는 나를 더 잘 돌봐주고 아껴주기로 다짐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씁쓸했다. 이번에 제대로 깨달았으니 다시 한번 나를 가꾸는데 힘써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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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일기_mer2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