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웅장한 공연장에 앉아 무대를 감상하면, 익숙한 바이올린, 플루트, 또는 트럼펫 소리가 가장 먼저 귀에 들려온다. 그리고 그 사이로 낯설고 독특한 음색을 가진 악기들의 소리도 들려온다. 가느다란 고음을 뽐내는 목관부터 중후한 저음을 내는 거대한 금관까지, 관악기 중 생소한 악기들의 매력을 알아보자.
숨겨진 리더 ‘오보에’

[사진=오보에(출처: cottonbro studio)]
오보에는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독특한 음색을 가진 악기들 중의 하나이다. 바이올린이 오케스트라의 리더로 보일 수도 있지만, 오보에 또한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악기 중 하나이다. 오보에는 오케스트라의 조율을 담당한다. 오보에 없이는 연주자 개인의 연주가 완벽하더라도 불협화음이 생기기 때문에 오케스트라의 중심축으로 평가된다. 외형은 클라리넷과 비슷하지만 소리는 더욱 선명하고 비음이 섞인 울림을 가진다. 작곡가들은 이러한 음색을 다양한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 사용한다. 낭만주의 시대의 작곡가인 드보르자크의 9번 교향곡 ‘신세계로부터(신세계교향곡)’ 2악장의 잉글리시 호른 뒤 오보에 솔로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드보르자크 곡은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오보에의 음색으로 풀어냈다.
오케스트라의 기둥 ‘튜바’

[사진=튜바 연주(출처: Jack Carey)]
튜바는 관·현악을 통틀어 가장 낮은 음역을 가진 악기이다. 금관악기 중 가장 역사가 짧은 악기로, 19세기 중반에 만들어 졌으며, 오케스트라를 지탱하는 기둥의 역할을 한다. 튜바의 저음은 묵직하고 중후한 울림이 있지만, 중음역대에서는 의외로 부드럽고 따뜻한 음색을 자랑한다. 말러의 5번 교향곡에서는 깊은 울림과 어두운 성질을 들어내고, 또 오케스트라 곡은 아니지만, 홀스트의 군악대를 위한 모음곡 1번 E♭에서 튜바는 부드러운 선율을 담당한다. 이같이 작곡가들의 해석에 따라 성격이 바뀌는 특색있는 악기다.
오보에와 튜바 사이, ‘바순’의 존재감

[사진=바순(출처: 야마하 공식 사이트)]
튜바가 모든 관·현악을 통틀어 가장 낮은 음역을 두고 있다면, 바순은 목관의 낮은 음역을 담당한다. 또한 바순은 연주할 때 관을 세워 안듯 연주하는 독특한 자세 덕에 관중들의 눈길을 훔친다. 바순은 오보에의 비음 섞인 울림과 튜바의 저음을 모두 가지고 있어 곡 중 무거운 역할을 맡기도 한다. 그 특색은 소련의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음악동화인 ‘피터와 늑대’에서 잘 나타난다. 곡중 바순의 역할은 할아버지인데, 느릿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하지만 몇몇 작품들은 바순의 음색을 상반된 의도로 사용한다. 그리그의 ‘산왕의 궁전에서’는 바순이 처음부터 긴장감 넘치는 선율로 곡을 시작하며 청중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오케스트라에서 주역 악기들에 가려져 눈에 띄지 않을 때도 있지만, 각각의 자리에서 음악의 질감을 형성하고 지탱하는 중요한 악기들이다. 오보에의 따뜻하면서 애잔한 음색과 튜바의 깊은 저음, 그리고 바순의 다양한 분위기에 귀 기울이면 오케스트라를 감상하는 재미는 배가 된다.
학생기자 이찬중(SAS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