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전세계 160여 개국에 진출하며 중국의 문화외교를 상징했던 공자학원(孔子学院)은, 2020년을 기점으로 쇠퇴기에 접어드는 듯했다. 서방 국가들의 잇따른 폐쇄 조치와 정치적 비판 속에서 ‘공산당의 선전 도구’라는 이미지가 굳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2020년 7월, ‘공자학원’이라는 명칭을 ‘중외언어교류협력센터(中外语言交流合作中心)’로 변경하고, 운영 주체 역시 ‘중국국제중국어교육기금회(中国国际中文教育基金会)’로 전환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이를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리브랜딩”이라 해명했지만, 미국 국무부와 독일 정보기관 등은 이를 ‘명목상의 위장’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공자학원이 다시 국제사회의 긍정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2023년 중국은 아프리카와 남미,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공자학원 설치를 확대했으며, 2024년에는 디지털 학습 콘텐츠와 온라인 중국어 플랫폼을 중심으로 기능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에서는 공자학원이 사실상 유일한 외국어 교육기관으로 기능하며 다시금 ‘중국식 교육외교’의 대표 모델로 거론되고 있다.
공자학원, 어떻게 운영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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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세명대학교에서 공자학원과 협력 주최한 한중 의약 학술 세미나(출처: 공자학원)]
전세계에 설치된 공자학원은 단순한 어학 교육기관이 아니다.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해외에 전파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공식 교육외교 플랫폼으로 기능하며, 대부분은 해외 대학 캠퍼스 내에 설립되어 있다. 설립 방식은 중국의 협력 대학인 베이징언어대학(北京语言大学), 푸단대학(复旦大学), 저장대학(浙江大学) 등과 해당 국가의 대학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쌍방 협력 모델이다. 중국 측은 교사와 교재, 재정을 지원하고, 현지 대학은 교육 공간 제공, 수강생 모집, 행정 운영을 담당한다.
부산외대, 세명대, 호남대 등 한국 내 공자학원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국에는 2024년 기준 총 22개의 공자학원이 설치되어 있으며, 대부분이 대학과 협력하여 정규 수업 외 중국어 강의, HSK 대비반, 문화체험, 유학 정보 제공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맞춤 전략, 다시 뻗어나가는 공자학원

[사진=독일 메르켈 총리가 2016년 슈트랄준트(Stralsund) 응용과학대학 공자학원 설립 행사에 참여한 모습] (출처: usa.chinadaily)]
초기 공자학원은 중국 교육부 산하 ‘한반(汉办)’의 통제 아래 일률적으로 운영되었지만, 2020년 이후 명칭과 관리체계가 바뀌며 운영의 지역 맞춤형 전략이 강화되고 있다. 독일의 프리드리히에버트재단(FES)이 발표한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공자학원은 각국의 문화〮정치〮사회 환경에 맞춰 활동 방향을 세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루르 지역 공자학원은 어린이 대상 중국어 수업, SNS 홍보, 지역 축제 참여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밀착된 공공교육기관으로 기능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공자학원이 공교육을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스리랑카 란비니의 공자교실은 공교육 체계에 중국어를 통합하고, HSK 대비반과 문화체험 활동을 제공하며 실질적인 교육기관으로 기능하고 있다. 특히 교사 부족과 교육자원 결핍이 심각한 지역에서는 ‘보완적 공교육’으로서 그 위상이 두드러진다.
엇갈리는 시선
공자학원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미국, 캐나다, 스웨덴 등은 공자학원이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고 정치선전을 수행한다는 이유로 공자학원을 폐쇄했으며, 독일 정보기관은 “운영 주체가 바뀌었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중국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브라질,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는 공자학원이 언어 교육과 장학금, 유학 기회 제공을 통해 교육 격차를 줄이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사진=지난 2월 짐바브웨 대학교 학생들이 공자학원 설립기념일을 축하하고 있는 모습(출처: gloabalchinapulse.net)]
특히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 지역에서는 공자학원이 유일한 외국어 교육기관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중국어 외에도 문화, 예술, 역사, 전통예절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며 지역사회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CNN은 2024년 보도에서 “정치적 색채를 떠나 공자학원은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교육 접근의 유일한 창구'”라고 평가했다. 국제교육협회(IIE)도 “기초교육을 보완하고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을 연결하는 가교로서 일정한 효과를 보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2004년 공자학원 설립 이후 2022년까지 약 30억 달러(한화 약 4조 원)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단순한 문화홍보를 넘어 전략적 교육외교 수단으로서 공자학원이 얼마나 중시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례이다.
공자학원의 다음 행보는
공자학원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이름 변경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의 공자학원은 더 이상 중앙에서 일률적으로 운영되는 교육기관이 아니라, 각국의 문화, 정치, 교육환경을 분석해 맞춤형 전략을 설계하는 ‘현지화 플랫폼’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루르 지역처럼 지역사회와 유기적으로 연계해 친밀도를 높이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스리랑카처럼 공교육을 보완하는 실용적인 모델도 등장하고 있다.
앞으로의 공자학원은 단순한 중국어 교육기관을 넘어, 디지털 학습자원 공유, 유학생 교류, 공동연구 등의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글로벌 교육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 국가에서는 공자학원을 통해 중국 대학과의 학술협력이 확대되고 있으며, 현지 청년들의 진로와 유학 기회를 넓히는 창구로도 기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중국의 교육외교가 양적 확산을 넘어 질적 전환의 단계에 접어들었다”라고 평가한다.
향후 공자학원이 ‘문화교류의 장’으로 거듭날지, 여전히 이념 논쟁의 중심에 설지는 각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 분명한 것은, 교육자원이 부족한 현장에서는 그 존재만으로도 대안적 교육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곳에서만큼은 공자학원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하길 기대해본다.
학생기자 임준섭(저장대 국제무역학과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