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시 연령 상향이 불러온 사회적 파장
중국의 ‘공시 열풍(公务员热)’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 정부가 2025년부터 공무원 시험 응시 연령을 기존 35세에서 38세로 확대하기로 했다. 청년 실업률이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는 응시 연령을 38세로 높이며, 중장년층에게도 ‘공직 진입의 문’을 열었다. 수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기회가 열렸다’는 환호와 ‘청년의 자리를 빼앗겼다’는 불만이 동시에 쏟아졌다. 단순한 행정 절차의 조정으로 보이지만, 이번 결정은 중국 사회의 인구, 고용 구조, 세대 가치관, 그리고 정치적 안정 전략이 맞물린 결과다. 35세 이전에 안정된 직업을 얻지 못하면 사회 경쟁에서 밀려난다는 불안감이 강했다. 젊고 새로운 기술을 중하게 여기는 IT(정보통신)업계 등에서는 35세가 되면 권고퇴직이 일반적이고, 재취업이 어려워 ‘35세의 저주’라는 말이 흔했다. 그렇기에 이 조치는 단순히 세 살의 차이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중국 사회의 ‘생애 경쟁 구조’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2026년 채용 규모 확대와 달라진 응시 요건
최근 중국 국가공무원망은 ‘2026년 중앙행정기관 및 직속 기관 공무원 채용 공고’를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내년 3만 8,100명의 국가직 공무원을 선발할 예정이며, 이는 전년 대비 약 6% 증가한 규모다. 이번 공고의 가장 큰 변화는 응시 연령 상한의 확대이다. 일반 응시자의 경우 기존 35세 이하에서 38세 이하(1986년 10월 이후 출생자)로, 석·박사 학위 취득(예정)자의 경우 40세에서 43세 이하로 상향 조정됐다. 이는 1994년 공무원 채용 규정이 제정된 이후 처음으로 연령 제한을 완화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올해 국가공무원 시험은 높은 관심을 끌었으며, 접수 시작 첫날에는 약 18만 5천 명이 등록했고, 마감일에는 누적 지원자가 325만 8천 명에 달했다. 가장 인기 있는 근무처의 경우 5375 대 1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청년·중장년 고용 불안이 불러온 구조적 문제
<중국 최근 5년 청년 실업률>

(자료: 중국국가통계국)
그 배경에는 심화한 청년층 실업률과 중장년층의 고용 불안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있었다. 국가통계국(NBS)에 따르면 청년(16~24세 도시지역, 학생 제외) 실업률이 2024년 8월 18.8%까지 치솟았다. 최근 몇 년간 민영기업의 채용 축소, 기술 산업의 구조조정,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이 겹치면서, 젊은 청년들부터 30대 후반 직장인들까지 생계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기회의 확장’ vs ‘세대의 박탈감’
정책 발표 직후, 중국 온라인 여론은 양분되는 양상을 보였다. 예컨대 웨이보(微博)상의 한 토론 게시판에서는 “35세의 문턱이 없어졌다니 드디어 우리에게도 기회가 생겼다”, “꿈을 이어갈 기회가 생겼다”, ““민간기업에서 10년 넘게 계약직으로 불안정하게 일해 왔는데, 이번 정책으로 공무원이라는 안정된 커리어 재출발 기회를 얻게 됐다”는 30대 후반 응시자들의 환영 글이 쏟아졌다. “원래는 내가 탈락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마치 ‘부활전’에 들어간 기분”이라며 산시성(陕西省) 신저우시(忻州市)의 36세 장(張) 씨가 한 인터뷰에서 올해 다시 공무원 시험에 지원한 소감을 표현했다. 그러나 반대로 20대 청년층 사이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젊은 층은 이번 조치를 세대 간 기회 격차를 확대하는 신호로 보고 있다.
또한 “기존 졸업생들의 하늘이 무너졌다(往届生的天塌了)”는 표현이 9,000회 이상 공감을 얻으며 세대 간 기회의 불균형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결과적으로 이번 연령 확대 조치는 중장년층에게는 새로운 문을 열어주었지만, 20대 청년층에게는 경쟁 압박과 기회 불안을 심화시키는 이중적 효과를 가져왔다.
기회 재분배의 명암과 향후 과제
응시 연령 확대는 단순한 제도 조정이 아니라, 중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사회적 가치관의 재편을 드러내는 신호다. 중국 청년층은 이미 안정을 삶의 핵심 가치로 두고 있다. ‘철밥통(铁饭碗)’이라는 공직의 상징은 여전히 강력하며,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지금, 안정된 직업은 곧 생존 전략이자 미래 설계의 기반으로 여겨진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치는 30대 중후반 세대에게 새로운 “사회적 안전망”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민간기업에서 불안정한 계약직으로 일하던 이들이 공직 진입 기회를 얻음으로써 고용 안정과 사회 통합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과도하게 경쟁 중심으로 흐르던 노동시장에 ‘제2의 기회’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긍정적 신호로도 평가된다. 그러나 반대의 시각도 뚜렷하다. 응시 연령이 38세로 늘어나면, 공무원 시장의 연령대가 상향 이동하면서 민간 부문에서의 인재 이탈이 심화할 가능성도 보인다. 숙련된 인력이 공직으로 몰리면, 민간기업의 혁신 역량은 오히려 약화할 수 있다는 평가이다.
즉, 이번 조치는 한편으로는 세대 간 공정 경쟁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시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시장 내 활력과 다양성을 저해할 위험을 내포한다. 중국 사회가 향후 10년간 어떤 방향으로 인재 순환 구조를 설계하느냐에 따라, 이 정책은 기회의 재분배가 될 수도, 세대 간 긴장의 확대로 귀결될 수도 있다.
학생기자 김시윤(저장대 법학과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