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소 전체를 기르지 않고도, 우리가 먹고 싶은 부위만 따로 키우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1943년, 영국의 총리였던 Winston Churchill은 이렇게 말했다. 전쟁 한복판에서 나온 이 말은 당시로서는 공상과학에 가까운 상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80여 년이 지난 지금, 그의 예언은 ‘배양육’이라는 이름으로 현실이 되고 있다.
배양육은 동물을 도축하지 않고, 살아 있는 동물의 근육 세포를 채취해 실험실에서 증식시켜 만든 고기다. 이미 일부 국가에서는 배양육 햄버거가 판매되고 있고, 관련 연구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다만 실제 고기와 완전히 동일한지는 여전히 연구 대상이다. Duke University 연구진이 대사체학 분석을 통해 쇠고기와 배양 고기를 비교한 결과, 190개 대사물질 중 상당수에서 차이가 나타났다는 연구도 발표됐다. 배양육은 ‘복제 고기’라기보다 새로운 형태의 단백질 식품일 가능성이 크다.
고기는 어떻게 키워질까
배양육의 출발점은 살아 있는 동물에서 소량의 근육 세포를 채취하는 것이다. 이후 세포는 아미노산과 당, 비타민 등이 포함된 배양액 속에서 빠르게 증식한다. 그러나 단순한 증식만으로는 ‘고기’가 되지 않는다. 세포가 근육 조직처럼 배열되도록 지지체(스캐폴드)를 제공하고, 바이오리액터에서 온도와 환경을 정밀하게 유지하며 배양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조직이 형성되고 점차 고기와 유사한 질감과 구조를 갖추게 된다. 즉 목장이 아닌 실험실에서 세포 단위로 고기를 생산하는 기술이 배양육의 핵심이다.
한국은 왜 ‘소고기 배양육’에 집중할까
한국이 소고기 배양육, 특히 세포 배양 기술에 집중하는 이유는 식량 안보와 환경 문제에 있다. 사료와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사육 두수를 늘리지 않고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은 공급 안정과 직결된다. 동시에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대안으로도 주목된다. 국내 연구진은 쌀에 소 근육·지방 세포를 배양하는 기술을 개발하며 맛과 질감,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한우의 높은 단가를 낮추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전성 검증과 제도 정비가 진행 중으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중국은 왜 돼지고기를 선택했을까
중국은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이다. 특히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로 공급망이 크게 흔들린 이후 단백질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국가 과제가 됐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배양육은 환경보다는 식량 공급 안정과 가격 통제의 의미가 더 크다. 한국이 기술 경쟁력과 고부가가치 산업에 무게를 둔다면, 중국은 대량 소비 구조의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셈이다.
배양육의 미래전망
배양육은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이다. 소비자 관심도 높고 연구도 활발하다. 그러나 넘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생산 단가를 낮추는 문제, 실제 고기와 유사한 맛과 식감을 구현하는 기술, 장기적인 영양·안전성 검증 등이 남아 있다. 특히 대사체 수준에서 확인된 성분 차이는 배양육이 기존 육류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또 다른 식품 카테고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이 기술이 단백질 생산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우리의 식탁은 어디로 향할까
처칠의 말은 더 이상 공상처럼 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실험실에서 자란 고기를 논의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배양육은 단순한 ‘대체 고기’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미래를 지향하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일지도 모른다. 한국은 기술력과 지속가능성을 바탕으로 소고기 배양육에 도전하고 있고, 중국은 거대한 소비 구조 속에서 돼지고기 배양육을 통해 식량 안정을 모색하고 있다.
서로 다른 선택처럼 보이지만 두 나라 모두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미래의 단백질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배양육은 아직 완성된 답은 아니다. 비용 문제와 맛, 영양에 대한 과제도 남아 있다. 그러나 각국이 과학기술을 통해 더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식량 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어쩌면 배양육은 단순한 대체재가 아니라 환경과 식량, 기술을 함께 고민하는 새로운 출발점일지도 모른다.
학생기자 구은채(콩코디아 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