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우주는 어떻게 생겨났어?
왜 아기는 엄마나 아빠를 닮는 거야?
이걸 이렇게 부르자고 누가 정한 거야?
아이 셋을 키우며 별별 질문을 다 듣던 중, 나는 마뚜라나의 세계를 만났다. 이 책은 생명의 탄생과 증식, 인간의 본질과 의식, 사랑과 공존에 대해 깊이 성찰한 생물학자와 그의 동료의 글이다.
읽기 전에 살짝 각오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믿어온 개념들이 연달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들은 치밀하고 명료한 사고를 바탕으로 우주의 시작에서부터 차근차근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나는 왜 다른 사람들과 다를까? 저 사람은 왜 자꾸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할까? 세상에는 왜 이렇게 알 수 없는 일들이 자꾸 벌어질까? 심리나 종교 쪽은 믿음이 가지 않는데, 과학적인 설명은 없을까? 이런 질문을 가진 분들께, 이 책이 오랫동안 막혀 있던 곳에서 안개를 걷어줄 수 있을지 모른다.
이 책이 건네는 가장 큰 깨달음은 단순하면서도 충격적이다. 각 개체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계를 해석하며, 무엇이 전달되었다는 객관적 사실 자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각자가 묻고, 믿고 싶은 바를 믿을 뿐이다. 우리는 같은 세계를 함께 사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저마다 완전히 다른 세계를 살고 있다.
마뚜라나는 이것을 생물학으로 풀어낸다. 우리는 감각을 통해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고유한 발생의 역사를 거쳐 온 존재로서 자기만의 구조로 세계를 경험할 뿐이다.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이해하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믿음을 가지는 것은 결함이 아니라 생명의 본질에 가깝다. 진화도 수많은 변화 속에서 표류하다 해체되지 않고 살아남은 것일 뿐, 우월한 방향이나 진보는 환상이다. DNA 역시 자기 생성 그물의 한 요소일 뿐, 생명을 결정짓는 유일한 주인이 아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정신을 컴퓨터에 비유하는 설명들이 불편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 이유가 보였다. 감각이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해 행동으로 내놓는다는 가정 자체가 생명을 산출 기계로 보는 시각이었다. 심리학도 물리학적 모델이 아닌 생물학적 모델로, 개별 인간의 독특한 정신적 과정을 탐구해야 한다는 사실이 더욱 선명해졌다. 한편, 저자들은 인간이 언어 속에서 존재한다고 결론짓는데, 언어화가 곧 구조화라는 점에서 마뚜라나와 내 생각은 생각보다 가까울지 모르지만 강조점은 다를 수 있다. 마음은 언어라는 구조의 산물이면서 동시에, 언어로 표현되지만 그 이전에 이미 존재하는 무언가라고 믿는다.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구조로 말하고, 자기만의 구조로 듣는다. 이것을 이해하지 않으면 사랑을 할 수 없는 위선자가 되거나 타인을 부정하게 된다는 것에 깊이 동의한다. 또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먼저 자신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내 마음이 무엇을 느끼고 믿고 있는지 언어화하여 자신의 구조를 볼 수 있을 때, 비로소 다른 사람의 구조를 식별하고 존중하는 일도 가능해질 수 있다.
최혜령(뮤약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