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 13일부터 15일까지 2박 3일간의 중국 국빈 방문 일정을 진행해 전세계의 이목이 베이징에 집중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열린 회담 이후 미중 정상이 재회하는 자리이자 트럼프 대통령 개인으로는 9년 만에 방중이다.
14일 오전 양국 정상은 베이징인민대회당에서 135분 간의 정상회담을 갖고 향후 미중 관계를 ‘미중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로 새롭게 정의하는 데 뜻을 함께했다고 15일 인민일보, 중앙CCTV신문(央视新闻) 등 현지 매체가 전했다.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은 미중 관계의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중미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 구축을 양국 관계의 새로운 지향점으로 삼는 데 합의하고 향후 3년과 그 이상의 시간까지 미중 관계의 전략적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건설적 전략 안정은 ▲협력을 중심으로 하는 적극적 안정, ▲경쟁하되 한도가 있는 건강한 안정, ▲갈등이 있더라도 통제 가능한 상시적 안정, ▲평화롭고 기대 가능성이 있는 지속적 안정을 의미한다. 시 주석은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는’ 단순히 외치는 구호가 아닌 상대방을 향해 나아가는 행동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적 협력 성과와 대외무역 개방 의지도 피력했다. 시 주석은 “미중 경제무역 관계의 본질은 상호 이익과 공생으로 갈등과 마찰 앞에서는 평등한 협상만이 유일하고 정확한 선택”이라며 “전날 양국 경제팀이 전체적으로 균형적이고 긍정적인 성과를 달성했는데, 이는 양국 국민과 전 세계에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개방의 대문은 더욱 넓어지기만 할 것”이라며 “미국 기업은 현재 중국의 개혁개방에 깊숙이 참여하고 있으며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상호 이익 협력 강화를 환영하는 바”라고 강조했다.
다만 타이완 문제에 있어서는 강경한 어조를 이어갔다. 시 주석은 “타이완 문제는 미중 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로 잘 처리되어야만 양국 관계가 전반적인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며 “이 문제가 적절히 처리되지 않을 경우, 양국은 충돌하거나 분쟁에 이를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써 미중 관계 전체는 매우 위험한 지경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타이완 독립과 타이완 해협의 평화는 물과 기름처럼 결코 섞일 수 없는 것(水火不容)”이라며 “타이완 해협의 평화 안정을 지키는 것은 미중 양국의 최대 공약수로 미국은 타이완 문제를 반드시 신중하고 또 신중히 다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오늘의 만남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중요한 회담으로 시 주석과 함께 소통 협력을 강화하고 갈등을 적절히 해결해 역사상 가장 좋은 미중 관계를 구축하여 양국이 더 좋은 미래를 열어가길 바란다”고 화답하며 “이번 방문에 동행한 미국 경제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은 모두 중국을 매우 존중하고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나 역시 이들이 중국과 협력을 확대하도록 적극 장려하는 바”라고 말했다.
이날 양국 정상은 중동 정세와 우크라이나 위기, 한반도 문제 등 주요 국제 및 지역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회담 후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양국은 에너지의 자유로운 유통을 위해 호르무즈 해협은 반드시 개방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과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의견을 함께했다.
이 밖에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군사화, 통행료 부과 등에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 무엇을 의미하나
베이징 외국어대학 지역 글로벌 거버넌스 고등 연구원 추이홍젠(崔洪建) 교수는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라는 새로운 관계 정립은 향후 미중 관계에 안정적인 틀을 제공하며 정책적 행동과 인식에서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건설적이라는 표현은 대미 정책에 대한 중국의 오랜 기조를 반영한 표현으로 충돌하지 않고 서로 마주보며 나아간다는 의지를 담고 있고, 전략은 양국이 미중 관계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을 드러내며 대국으로의 책임을 져야 함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적, 전략의 최종 지향점은 결국 ‘안정’으로 양국이 평화 공존에서 예측 가능한 관계로 나아가고, 협력할 수 있는 모든 기회를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양국의 새로운 관계 규정은 방향성과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다년간 당대 중국 문제를 연구한 전 주미 호주 대사 케빈 러드(Kevin Rudd)는 “닉슨 방중 이후에 이토록 규모가 큰 의전은 본 적이 없다”며 인민대회당 국빈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곡인 ‘YMCA’를 피날레 배경 음악으로 선곡한 점, 인민대회당 계단 앞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차에서 내리는 순간, 상서로운 기운을 뜻하는 까치 한 마리가 트럼프 대통령 곁으로 날아든 점을 그 예로 들었다.
그는 “이 모든 상징적 디테일이 중국이 미국과 안정적인 관계를 맺기를 바라고 있음을 드러낸다”면서도 “다만 타이완 문제는 영원히 중요한 전제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상무위원이자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자칭궈(贾庆国)는 “이번 미중 베이징 정상회담은 단순히 양국 간 리스크 관리 차원을 넘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중 관계 발전에 기조를 확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이번 회담의 핵심 키워드로 꼽히는 ‘건설적 전략 안정’에서 ‘건설적’은 중국이 적극적으로 협력을 추진하고 협력이 미중 관계의 주요 분야가 될 것이라는 점을 나타내고, ‘전략’은 중국이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시각을 취하고 있음을 드러내며, ‘안정’은 양국이 갈등을 통제하고 오판과 충돌을 방지함으로써 영구적인 평화를 실현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사회과학원 국가글로벌전략싱크탱크 국제정치연구부 주임 자오하이(赵海)는 “이번 양국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 구상은 오래 전부터 준비해 온 것으로 중국은 미국이 양국 관계를 ‘전략적 경쟁’ 관계로 규정한 것에 대해 줄곧 불만을 품어왔다”며 “단순히 ‘경쟁’이라는 단어로 미중 관계를 정의하는 경우, 상당히 큰 ‘밀어내기 효과(挤出效应)’가 나타나게 되고, 이는 양국 관계에 수많은 협력 사안은 물론 복잡성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번 양국이 새로운 관계 정립에 합의한 것은 미국 입장에서 중국과 보폭을 맞추며 큰 양보를 한 것”이라며 “중간선거와 이란 교착 등 내외적 도전에 직면해 있는 트럼프 정부가 이 시점에서 더 중국과 안정적인 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15일 중국 권력의 심장부로 여겨지는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차담을 진행해 주요 현안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민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