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2040년 성공한 부동산 개발업자인 Leo Yang이 가족을 배웅하고 돌아오는 푸동공항에서 출발하는 시점부터 시작된다. 우리에게 매우 낯익은 지명이며 골목 풍경들이 마치 지금 상하이 어느 곳을 타박타박 걸어 다니며 기웃거리듯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넘실댄다.
Leo의 일본인 아내 Eko, 그들의 세 딸과 기사, 보모가 각 장의 화자가 되어 다른 관점과 다른 시대적 배경을 따라 이야기가 이어지고, 챕터를 넘어갈 때마다 해는 바뀌어 201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씨줄 날줄을 엮듯이 인물들의 관계를 연결 지어 가며 읽다 보니 우리가 겪어 온 시간이 그렇듯 단숨에 26년의 서사가 담긴 책 한 권이 넘어간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Leo를 제외한 모든 이들은 상하이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이방인들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이야기의 출발점인 Leo와 Eko의 결혼으로 귀결되며 비로소 소설의 원점으로 돌아오게 된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 듯 모를 듯 어렴풋한 가운데 결혼을 하고, 때로는 흔들리고 아픔을 주기도 하며, 또 때로는 서로 기댈 수 있는 등을 내어 주기도 하고,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세워가며 소설속의 그들처럼 우리도 살아간다. 그 곳이 어디든, 과거의 이야기든 미래의 이야기든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3년을 기약하고 발을 디딘 상하이에서 20여 년을 살아가는 Eko의 모습은 어디선가 들어보던 내 이웃의 이야기인듯하다.
며칠 전 다녀온 예전 영국 조계지에 위치한 작은 미술관과 아름드리 고목 사이로 바라보이던 상하이 구석구석의 건물들을 떠올리며,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상하이의 오랜 골목과 건물들이 만들어내었을 이야기들을 상상하면서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다른 독자들에게는 어떻게 읽힐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shanghailander의 또 다른 이름 라오와이(老外)로 살아가는 우리 상하이 교민들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글 속의 다양한 에피소드 속 상황 묘사의 상세함에 놀라기도 하고 격하게 공감하기도 하며 읽는 묘미가 있고, 마치 남들은 모르는 우리만이 공유할 수 있는 비밀 이야기인 양 가슴 두근거리는 낭만을 일깨우기까지 한다. 게다가 각각의 인물에 대한 섬세한 심리묘사까지 더해져 한국어 번역본이 나오는 대로 읽어보기를 추천하는 책이다.
이정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