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가물가물 추억이 되어버린 코로나 시기이지만 그때의 경험이 나에게는 공간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를 준 것 같다. 최근 몇 년 간 집 꾸미기가 유행하며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늘 공간 꾸미기에 대한 콘텐츠에 계속 노출된 점도 있고, 거기에 최근 2년간 재택근무를 한 것도 큰 이유가 될 것이다. 집이자 일터가 돼버린 이곳을 어떻게 조금 더 머물기 행복하고, 취향에 맞고, 더 즐거운 공간으로 만들 지에 대한 고심을 꽤 했던 것 같다.
그렇게 공간에 관해 관심이 있는 상태에서 “공간의 미래”라는 책 제목을 보니 당연히 끌릴 수밖에 없었다. 공간이라는 것은 내가 단순히 머무는 장소가 아닌 사람과 사회와 같이 변해가는 유기적인 존재여서 앞으로 이 공간이 어떻게 변해갈 지에 대해 저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매우 궁금했다.
“LA와 뉴욕은 대비되어서 이야기된다. 뉴욕은 고층 건물로 고밀화된 도시로 성장하고 있고, LA는 계란후라이처럼 퍼져있다. 뉴욕은 섬에 만들어진 도시다. 그렇다 보니 나머지 좁은 면적에 점점 더 고층으로 지을 수밖에 없었다. 캘리포니아에 만들어진 LA는 다르게 발전했다. 이 지역은 사막 지대로 토지 가격이 저렴해서 굳이 한 곳에 집중될 필요가 없어서 도시는 끝없이 퍼져나갔다. 주거지가 확장되자 중심 상업 지구에 위치한 직장으로 가는 출퇴근길이 점점 멀어졌다. …뉴욕과 LA는 일장일단이 있는 도시다. 저밀화된 주거가 주를 이루는 LA의 공동체에서는 친구가 더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에너지 소비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LA는 뉴욕보다 에너지 소비에 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뉴욕은 도시 공간의 밀도가 높아서 시내에서는 주로 걸어 다니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반면, LA는 저밀화되어 있어서 자동차 중심의 교통 시스템을 만들다 보니 에너지 소비와 대기 오염이 큰 문제로 대두되었다.”
유현준은 LA와 뉴욕을 예로 들며 도시가 어떻게 다른 조건과 환경에서 성장하고 발전하는지 비교한다. 이는 내가 사는 도시와 내가 좋아하는 곳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LA의 저밀도와 자동차 중심의 생활 방식은 에너지 소비와 대기 오염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뉴욕의 고밀도와 대중교통 중심의 생활이 갖는 장점을 대조적으로 부각시킨다. 앞으로는 요런 관점으로 중국 도시들을 여행할 때 적용해 보려 한다. 요즘은 도시들이 서로를 카피하는 양상이 커서 어딜 가나 현대적인 면모를 얹기 위해 서로 비슷한 고층빌딩을 세우고, 아파트촌을 만들어서 감흥이 없지만, 한 번 더 이런 관점을 가지고 도시 탐색을 하면 새롭지 않을까 한다.
“젊은이들은 대부분 아파트에서 태어나 컸고 집에서 나오면 아파트 사이의 넓은 공간에서 놀았다. 공간적으로 스몰 사이즈와 라지 사이즈만 경험한 것이다. 성수동은 미디움 사이즈라는 또 다른 공간 체험을 제공해 준 것이다. 우리가 21세기형 기업을 위한 스마트타운을 만든다면 제대로 된 공간과 그 공간이 만드는, 이전에는 없던 라이프 스타일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창의적인 사람들이 모이고 융합이 일어날 수 있다.”
요즘에는 공간 자체가 체험을 제공해야 뜨는 곳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정말 공감이 많이 된다.
사실 팬데믹이 한창인 시절에 쓰인 책이라 지금 보면 어긋난 예측들이 있긴 하다. 생각보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의 생활 패턴이 모든 걸 바꿔놓진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장인의 경우에는 재택근무를 끝내고, 또 해외여행, 카페투어, 호캉스 등 외부공간에 대한 소비가 다시 늘어난 상황이니까.
다만 도시공간에 대한 요소를 짚어주기 때문에 다시 한번 내가 사는 도시와, 내가 좋아하는 곳이 앞으로 어떻게 유기적으로 변화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게 한다.
박윤정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