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Cathedral
‘미국의 체호프’로 불리는 단편소설 대가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집 <대성당>을 소개한다.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 후보에도 올랐던 <대성당>은 리얼리즘의 대표주자인 카버의 대표작으로 꼽히며 <깃털들>을 비롯한 열두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의 주인공들로는 대개 실업, 알코올중독, 파산, 이혼으로 얼룩졌던 카버 본인의 전반 생과 비슷한 부류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작품의 주제는 보통의 생에서 있을 수 있는 흔한 일상이거나 괴로움, 상실, 절망과 같은 것들이고 그것을 표현하는 카버의 서사는 더할 나위 없이 수수하고 심지어 무표정하기까지 하다. 삶의 변질과 모든 것을 잃고 난 후의 가망 없음이 카버의 초기 작품에 자주 등장하나 <대성당>에서는 다소 변화를 보여, 힘겨운 삶 사이로 약간의 틈새를 열어놓아 빛이 새어 들어오게 하였다는 평이다. 카버의 문장은 야유나 풍자, 유머, 어떤 수식도 배제하고 굉장히 간결하다. 시카고 트리뷴은 이를 두고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언어를 너무 정확하게 구사한 까닭에 소설 속에 담긴 의미를 알게 되면 전율할 수밖에 없다‘고 평했다.
십 대의 이른 결혼과 자녀 양육으로 가장으로서의 생계 책임과 작가의 일을 병행하는 가난한 삶의 고달픔을 일찍이 겪었던 카버는 자신의 작품에서도 주로 미국의 블루칼라 계층의 신산한 삶을 다뤘다. 작품으로 성공을 거두기 전의 카버는 ‘실패한 자’를 쓰는 실패한 자였고 ‘주정뱅이’를 쓰는 주정뱅이였다. 카버는 “한 번도 자전적인 것을 쓴 적은 없지만, 내 작품은 대부분 나 자신에 대한 것들입니다”라고 했다.
몇 년 전에 <대성당>을 다 읽고 난 느낌은 ‘밋밋함, 그러나 오래 가는 여운’이었다. 덤덤한 이야기 서술이라 ‘별걸 안 읽은 듯한데, 두고두고 소설의 그 이후를 두고 음미하게 만드는 흡인력이 있다고 할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열>, <대성당> 등이 인상 깊었던 듯하다.
미국 단편소설의 르네상스를 주도한 것으로 평가받는 카버에 대해 무라카미 하루키는 ‘난 카버의 모든 작품을 번역했다‘, ’카버는 나의 가장 소중한 문학적 스승이자 가장 위대한 동반자‘라고 존경을 표했다. 문학동네에서 나온 한국어판은 소설가 김연수가 번역했다.
카버의 다른 작품으로는 소설집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그렇게 하고 싶다면> 등과 몇몇 시집이 있다.
최승희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