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모두 떠났다. 셋째까지 올해 대학에 입학하면서 이제 집엔 나 홀로 남았다. 여기서 집이란 상하이 집을 말하는 거다. 둘째가 태어난 2004년에 이사 와서 21년을 꼬박 살았다. 둘째와 셋째는 이 집에서 태어나 고 3때까지 살았으니 평생을 여기서 산 셈이다. 상하이 집은 그들에게 탄생지인 동시에 고향인 셈이다.
집을 팔까 생각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일단 남겨두기로 했다. 내가 서울집에 자주 왔다갔다 하다가 그냥 한 달 무비자 찬스를 꽉 채워 써 보기로 했다. 남편은 같이 왔다가 3일만에 다시 서울로 갔다. 나는 연변 사는 친구의 초대로 친구 1팀과 함께 백두산 여행을 다녀왔고 2주후 친구 2팀과 충칭 여행을 갈 예정이다. 중간 보름동안 홀로 집에서 매일 청소하면서 조금씩 집정리를 시작했다.
일단 애들이 다 대학에 갔으니 교과서를 모두 버렸고, 언젠간 애들과 함께 읽으려고 사 둔 한국현대소설 60권짜리는 결국 나만 읽고 있고, year book은 졸업앨범 같은 건데 해마다 주는 바람에 애가 셋인 우리집은 매년 3권씩 받아 거의 30여권이 넘었다. 사진들이 아깝지만 1권씩만 남기고 다 버리기로 했다.
그동안 사 모은 중국어책 영어책 각종 사전들 클래식 음악 CD들 명작영화 DVD 등은 살 때는 한국에 가져가 요긴하게 쓸 거란 생각에 비싸도 아까운 줄 모르고 샀던 것들인데, 이젠 스마트 기기만 있으면 언제든지 꺼내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어서 이고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져 미련없이 버리기로 했다.
한창 애들과 함께 악기 배운다고 샀던 드럼 기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구정 가야금 플룻 등은 몇 달 전 정리했는데, 동네 과일가게 천장에 우리 드럼이 장식으로 붙어있어 이렇게 재활용이 됐구나 생각하면서 반가워 웃었다. 악기에 딸린 악보도 얼마나 많은 지. 바이올린 교재도 결국 스즈끼 5권까지만 하고 포기했는데, 책은 8권까지 다 사놓고.
3,4년 전부턴 이제 더이상 물건을 사 모으지 않겠다고 했으나 코로나 시기 수출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꽃이며 브랜드 옷가지들이 턱없이 싼 가격으로 모바일 쇼핑몰에서 팔리기 시작하자 그동안 사고 싶었던 원피스를 정말 인형 옷 사듯이 샀다. 원래가격을 생각하면 한 벌 가격으로 4,5벌을 살수 있어 부담없이 샀다. 죄책감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 걸려 있는 옷들을 보면 부끄럽긴 하다. 어떤 옷들은 예쁘지만 나에게 안 어울리거나 너무 특이해서 입기 부담스러운 것들도 있다. 딱히 입으려는 목적 없이 그냥 재미로 산 것 같다. 최근 내 별명은 원피스 공주가 됐다.
처음 여기 왔을 때 막연히 중국을 떠나게 되면 사진만 가져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사진첩도 정리하다 보니 책꽂이 하나를 다 채우고 있다. 다행히 예전처럼 사진을 꼭 현상할 필요가 없어 사진첩이 더이상 늘진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생활에 요긴한 물건들은 어떻게 다 가져가나 했는데 요즘 서울과 상하이 수준이 비슷해져 굳이 갖고 왔다갔다 할 필요가 없어졌다.
혼자서 홀가분하게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니며 살림들을 정리하다 보니 소꿉놀이처럼 남편과 애들과 지지고 볶았던 재밌고 힘들었던 나의 육아시간들이 어제일처럼 떠오른다. 크든 작든 다 내가 산 물건들이고 추억이 깃든 것들이다. 내가 책임지고 다 정리하고 가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 하나하나 갈 곳을 결정하고 있는데 한도 끝도 없이 나와 마지막엔 땡처리를 해야 하나 생각 중이다.
걍걍쉴래(lkseo70@qq.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