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는 먹어가지만 청소년기를 지나고 이제 어른이 되어가는 아이들을 둔 탓인지, 나의 마음은 항상 청춘인지, 나는 청춘물을 보면 내가 그 시간에 정지해 있는 듯한 착각을 하는 즐거움에 청소년 문학상을 받았다는 추정경 작가의 책을 읽게 되었다.
전국의 사춘기 아이들이 동물로 변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태웅이는 먹는 것 좋아하고 세상 급한 게 없고, 수학 시험을 망치고 와도 삼겹살에 명이나물이 더 중요한 열다섯 살이다. 먹는 중 타박을 듣고는 마음이 상해 방으로 들어와 꿍해 있다가 어느 순간 곰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자신이 곰이 된 것보다 곰이 된 자신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에 더 속이 상한 태웅이는 눈물을 흘리는데 이 상황에서도 제일 먼저 그를 알아본 것은 약디약은 동생 영웅이다. 그를 시초로 전국에서 아이들이 동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 뉴스가 된다. 급기야 경찰들이 나서서 동물이 된 아이들을 잡아다 갖가지 샘플링을 하고는 여기저기 동물들을 수용하는 곳으로 보내게 되어 태웅이는 곰 사육장으로 보내지게 된다. 갖은 고생 끝에 태웅을 찾아 나선 가족들 덕분에 그는 거대한 몸집을 이끌고 집으로,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
곰 태웅이의 배변 얘기는 배꼽을 쥐고 웃게 만든다. 곰이 된 태웅이가 있다면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다 비둘기가 된 세희도 있고 사회적 방관자로 살다 비둘기가 되어 무리 생활 속에서 그 어떤 역할과 책임 의식을 배우게 되는 지훈이도 있다. 키가 작아 고민하던 서우는 기린이, 들개가 된 가출 소년 국영도 있고, 학교에서 애들을 괴롭히고 돈을 뜯던 아이는 하이에나가 되기도 한다.
동물이 된 아이들은 어느 순간 자신과 화해를 하고, 스스로를 이해하는 순간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 험한 동물화의 긴 터널을 건너는 동안, 가족들의 지속적인 사랑은 아이들이 이 시간을 견디게 하여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게 한다는 메시지를 작가는 전달한다. 돌아갈 가족이 없는 아이의 경우, 길에서 만난 친구의 어머니가 챙겨주는 밥에서 가족과의 화해의 문을 여는 계기를 얻기도 한다.
부모님이 물심양면 뒷바라지해 주실 때 교복 입고 다니고, 망칠 시험들이 남아 있을 때가 행복한 거라고 담임 선생님은 늘 열을 올리면서 얘기하셨는데, 어느덧 내가 읊어대는 대사가 되었다.
“스님은 왜 아이들이 동물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누구나 거쳐야 하는 시기지 않나?”
“그런데 동물이 되지 않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또 저렇게 변하는 아이들이 있지 않습니까?”
“저렇게 크게 앓고 나면 남은 생에는 사람으로 잘 살아갈 걸세. 이 시기를 겪지 않으면 눌려진 제 본능 때문에 언젠가 괴로워할 날이 있을 거야…”
작가는 진지한 청소년들의 성장기 고통과 동물들을 대하는 인간들의 잔인함을 유쾌한 유머를 섞어서 잘 풀어내고 있다. 책을 읽고 나서는, 이십 대가 되는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너는 어떤 동물이 되었을까 하며 고양이 소 등등이 등장하는 즐거운 저녁 식사를 가졌다. 집에 곰 한 마리나 예민한 비둘기 한 마리가 있는 분이 있다면 한번 눈길을 줄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되어 소개한다.
이현영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