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침내 소비는 커뮤니케이션의 기능까지 부여받으며 현대사회의 언어가 됐다. 이제 굳이 내가 누구인지를 말하지 않아도 일상에서 나타나는 나의 소비 양식이 나를 표현한다. 이렇게 언어의 지위까지 획득한 소비는 더 나아가 나와 타자를 구별 짓는 기제로 작동한다. (p.6)
존재하는 것, 즉 숨 쉬는 것만 해도 돈이 든다. 산다(live)는 것 자체가 무언가를 사는(buy) 행위를 하고있는 것이며,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혹은 잘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소비를 하고 있다. 현대인은 단순히 어떠한 상품, 물질적인 재화를 소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문화를 소비하고, 취향을 소비하고, 핫플레이스의 공간과 분위기를 소비하고, 또 이를 사진으로 남기고 SNS에 기록하면서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낸다. 그리고 그 기록에 타인이 남긴 댓글과 엄지, 하트로 또 다음날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대면으로 사람을 만나서 대화할 때 소비에 관해 이야기하려 한 것은 아닌 데도 결국은 소비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것이 주체적이든 타의적이든 간에 우리는 3만 원 이상 주문 시 배송비 (2,500원) 무료를 위해 3,000원짜리 양말을 10개 산다거나, 일주일치 저녁식사 값을 아껴 (물론 타인의 물음에는 다이어트한다는 그럴듯한 핑계 하에) 주말에 3개월 전에 예약한 오마카세를 간다거나 하는 비합리적인 소비를 하면서도,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아주 현명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호모 콘수무스(Homo Consumus)로 살아간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11가지의 주제 – 유행, 공간, 장소, 문화, 광고, 육체, 사치, 젠더, 패션, 취향, 사용가치와 기호가치 – 는 현대인의 생활 속에 (무)의식적으로 스며들어 있는 소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남들과 같아지고 싶고, 상류층을 따라잡으려 노력하면서도 또 개성을 드러내어 차별화하고자 하는 모순된 감정과 그에 따른 소비를 학자들의 이론과 풍부한 예시를 곁들여 설명해 줌으로써 이해가 쉽도록 서술하였다. 저자의 대학 강의 자료를 묶어낸 것이지만, 인문 사회학적 관점에서 다시 정리한 것이라 기존의 경제학, 경영학에서의 ‘상품 소비의 구매자’로서의 관점보다는 현대 ‘도시 산책자’로서의 소비자에 대한 관점이자, 소비를 제외하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현대 사회의 풍경에 관해서 서술하고 있다.
오늘날 소비는 소유하지 않는 소비, 물질적 소유보다는 공유와 경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의 단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러한 공유와 경험을 다시 상품화시켜서 소비를 권장하고 그것을 다시 소비하고 소통이라는 이름 아래 공유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뫼비우스 띠의 소비가 이어지고 있다. 특정 사물에 대한 소비가 아니라 기호에 대한 소비, 의미에 대한 소비, 상징에 대한 소비로서 현대 사회에는 ‘소비’라는 단어가 ‘공유와 소통’이라는 단어로 치환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소비’라는 단어가 주는 자본주의적이며 물질적이고 사치와 허영으로 치우쳐지는 부정적인 느낌을 좀 더 순화시키고 감성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노력인 것 같으면서도 보드리야르가 말하고자 한 현대사회의 소비 특성인, 무심히 이루어지는 일상의 소비가 현대 자본주의 사회 운영 원리의 핵심임을 잘 반영하는 듯하다.
김진선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