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2월 타계하신 고 이어령 선생님은 설명이 필요 없는 이 시대의 르네상스 형 지성인이셨다. 이 책은 이어령 선생님의 유언과도 같은, 남은 이들을 위해 암 투병 중에 죽음을 옆에 두고 각혈하듯 쏟아내신 삶의 지혜들이 켜켜이 쌓여있다.
인터뷰어 김지수 작가의 내공도 스승의 제자답게 단단하고 깊으며, 부족함 없는 필력과 사고의 깊이가 돋보인다.
이어령 선생님과 김지수 기자와의 대화 형식으로 이뤄진 책은 사전에 디테일한 주제를 정해두지 않았지만, 고난, 행복, 사랑, 용서, 꿈, 돈, 종교, 죽음, 과학, 영성 등 변화무쌍한 인생의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서문은 ‘ 스승이 필요한 당신에게’라는 소제목으로 시작된다. 내게 꼭 필요한 말처럼 다가와 더 반갑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시인 이승복은 스승이란 생사를 건네주는 사람이라고 했단다. ‘죽음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기 위해 생사를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이어령 선생님은 죽음이란 주머니 속에서 달그락거리는 유리그릇이라고 했다. 생전에 늘 ‘메멘토 모리’를 말씀하셨다.
죽음을 곁에 두고 삶을 이야기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은 위로가 필요할 때, 진심 어린 어른의 목소리가 그리울 때, 어진 스승이 되어줄 책이라 생각한다.
‘ 메멘토 모리’ 즉 죽음을 기억할 때 삶의 자리가 더 맑고, 정갈하며 정직하고, 아름답고, 겸손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 어둠과의 팔씨름
“평생 ‘ 죽음을 기억하라’고 외치던 선생님은 드디어 곁에 가까이 와서 누운 죽음을 잘 사귀어보기로 하셨고, 그렇게 알게 된 그 미스터리하고 섬뜩한 친구에 대해 저와 세상 사람들에게 이야기해 주기로 하셨어요”
“매일 밤 나는 죽음과 팔씨름을 한다네. 어둠의 손목을 쥐고서 말이야.”
# 목자牧者,인류 최고의 생명자본
“죽음 앞에서 당당하게 홀로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역사적으로 예수 한 분뿐이었다네. (중략) 죽고 나서 돌무덤으로 가서 부활한 예수를 발견한 사람은 여자였어. 잘난 남자들은 다 어디 가고 왜 여자였을까? 생명자본……그 의미를 생각해 보게. 여자들은 끝없이 생명을 낳고 일으킨다네.”
죽음을 얘기하면서 결론부에 이르러 그 근원인 따뜻한 생명을 보여주는 영성이 더없이 빛난다. 유한한 인생이 스스로 죽음을 해결할 수 없다. 그러나 이어령 선생님은 죽음 앞에 이미 죽음을 이기고 초록의 생명을 눈물 나게 아름답다고 찬미하며, 밤마다 죽음과의 팔씨름에서 승리한 자의 큰 깨달음과 지혜를 남은 자들을 위해 마지막 남은 진액을 토하듯 전해주셨다.
16주제로 구성된 글 가운데 첫 장과 15장을 짧게나마 소개했다. 스승을 만나기 어렵고, 어진 어른의 가르침이 희소한 오늘날, 이 책을 통하여 마음의 위로와 삶의 지혜들을 만나보시길 권한다.
허홍숙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